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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Sep 30. 2019

토독토독 흡흡

타로는 믹스입니다만


타로가 간 후 더 많이 보는 게 있다.

다른 사람들이 SNS에 올린 애완하는 동물의 사진과  글.

그중에 내가 이미 경험한 것들은 흡사 나와 우리 타로의 얘기를 보고 듣는 것 같다.


토독토독, 눈을 감고 누워서도 타로가 얼마큼 오는지 가는지를 알 수 있는 발소리인데 남들도 그렇단다. 

흡흡, 화장실에 있을 때 문 밖에서 타로가 내는 소리다.

아마 화장실에 든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느라 냄새 맡는 소린지도 모르겠다.

화장실 문 앞 소리는 언젠가부터 들리지 않았는데

소리 없이 문 앞에 와서 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고는 했다.

더 이상 '흡흡' 냄새를 맡으며 확인하지 않아도 안다는 뜻일 거다.

사압사압, 타로가 다가와 누워 있는 나의 귀를 핥아줄 때다.

녀석은 제 사랑을 제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다.

손을 핥아주기도 하고 발을 핥아주기도 하고.

타로는 사과나 배도 즐겨 먹었다.

녀석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주고는

샤각샤각 먹는 소리가 귀를 기울여 들어보기도 하고, 심지어 녹음도 하고.


어제는 화장실 문을 꼭 닫지 않았는지

문이 저절로 스르륵 열려서 깜짝 놀랐다.

타로가 온 줄 알고.

그럴 리가 없다는 걸 빤히 있으면서도 순간착각을 한다.

화장실에 들어 있을 때 녀석은 곧잘 주둥이로 문을 밀고 스윽 얼굴을 디밀어 확인하고는

그대로 문 앞에 엎디어 기다리고는 했다.

사랑스런 기억들이다.



가족들이 찍은 사진으로는 타로 것이 단연 많다.
언제나, 어디서나 찍었기 때문이다. 
 타로의 일상이 담겼으니 특별한 사진은 없다.
이쁘니까 그냥 찍는다.
사진에 담긴 타로의 표정을 제각각 해석하고 즐거워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포즈에도 웃고 즐거울 수 있는 건
타로만큼은 어느 기대나 조건도 달지 않는 사랑을 하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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