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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Nov 18. 2021

글 쓰는 어떤 사람의 아침 루틴

새벽 3시 45분에 알람이 울린다. 가끔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이 떠지기도 하는데 3시 30분 이전이면 다시 눈을 감고 3시 30분부터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어두운 방, 침대 옆 스탠드를 켜고 이불을 정리한다. 누군가 내 침대를 본다면 '이 침대는 누군가 정리한 침대다'라는 걸 알아챌 정도로 깔끔하긴 하지만 군대 훈련소에 있을 때처럼 각을 잡진 않는다.


이불을 정리하고 화장실에 가서 양치를 한다. 부드러운 칫솔로 치과에서 배운 대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쓸어내리 듯 치아를 20번씩 쓸어내리거나 올린다. 어릴 때 자기 전 억지로 양치를 하듯 옆으로 쓱싹쓱싹 하는 건 금물이다. 그렇게 하면 내 소중한 잇몸이 닳아서 없어지고 없어진 잇몸은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이미 많이 사라졌기에 지금부터라도 소중히 지킨다. 치아를 다 닦고 나면 치약 거품을 한 번 뱉어주고 혀를 닦는다. 닦은 후 물로 입안을 헹구고 혀를 내밀어 잘 닦였나 확인한다. 흰 백태가 없이 혀가 깨끗하면 미지근한 물을 컵에 받아 꼼꼼히 10번 가글을 한다. 10번 가글은 미지근한 물 딱 두 컵이면 된다. 칫솔질을 하거나 가글을 할 때 물을 켜 두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여자 친구의 오랜 잔소리와 핀잔 어린 눈초리를 통해 나는 물의 소중함을 알았다. 이제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진짜 물의 소중함을 알아서 물을 아낀다. 혼자 있을 때도 물을 소중히, 덤으로 전기도 소중히, 모든 환경을 소중히.


양치가 끝나면 500ml 생수 한 병과 카르니틴 2알을 먹는다. 먹은 영양제를 기록하기 위해 책상에 약을 늘여놓고 타임스탬프 앱으로 사진을 찍고 나서야 영양제를 입안에 털어 넣은 후 500ml 생수 한 병을 원샷한다. 생수 한 병을 다 마시면 스마트워치 물 마시기 기록 위젯에 물 두 컵을 마셨다고 더하기(+) 버튼을 두 번 톡톡 눌러준다. 미국에서는 한 컵이 240ml, 그래서 500ml 한 병은 대강 2컵이다. 비워진 생수병은 플라스틱 병을 모아두는 봉지에 넣고 생수병 뚜껑은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니 따로 모아두는 상자에 던져 넣는다. 분리수거의 중요함도 여자 친구에게 배웠다. 지구는 소중하다.


양말을 신고 어젯밤 입고 잤던 티셔츠 위에 아디다스 운동복을 걸치고 주머니에는 핸드폰과 에어 팟 프로, 한 손에는 생수 한 병을 챙긴다. 아식스 러닝화를 신고 집에서 나와 걸어서 5분 내외 거리에 있는 헬스장에 간다. 헬스장 안에 들어섰을 때 4시 5분 내외라면 좋은 스타트다.


폼롤러로 척추와 허리를 풀어주고 운동을 시작한다. 보통 러닝머신에서 한 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고, 매일 부위를 바꿔가며 (팔 굽혀 펴기, 턱걸이, 맨몸 스쾃, 버피 따위의) 맨몸 운동을 한다. 복근 운동은 따로 날을 정해서 하지 않고 운동 종류를 바꿔가며 매일 100 랩(rep)을 한다. 전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부위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주말에만 달리기를 했지만, 매년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정하고 나서는 매일 강도를 바꿔가며 달리기를 하고 웨이트를 맨몸 운동으로 대체했다. 운동이 끝나면 매트에 누워 전신 스트레칭을 해준다. 스트레칭까지 마치는데 1시간 40분 정도를 소비하고 집에 5시 45분까지 돌아온다면 좋은 페이스다.


집에 돌아오면 셰이커 병에 프로틴 2 스쿱과 500ml 생수 한 병을 넣고 충분히 흔들어 준 뒤 벌컥벌컥 들이켜고 스마트워치를 두 번 톡톡 눌러준다. 보통 전 날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간헐적 단식에 들어가는데 아침 운동 후 이때 마시는 프로틴 셰이크가 14-16시간의 간헐적 단식을 깨는 첫 식사다. 아침에 먹은 카르니틴은 단식을 깨지 않는 영양제다.


갈아입을 옷을 챙겨 화장실로 간다. 샴푸 한 펌프로 두피까지 깨끗이 샴푸를 하고, 샤워 타월에 바디워시를 두 번 펌프 해서 충분히 거품을 낸 뒤 목 뒤부터 발바닥까지 꼼꼼히 문질러 준 뒤 물로 헹궈주고, 한 번에 폼 클렌져 펌프 세 번으로 이중 세안을 한다. 세안을 할 때 귀 뒤쪽과 귓바퀴를 씻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샤워를 할 때 많은 생각과 글 소재가 떠오른다. 샤워는 내게는 힐링의 시간인데, 그래서 샤워할 때는 따뜻한 물을 아끼지 않고 느긋하게 한다. 하지만 샤워타월로 몸을 씻을 때는 물을 끈다. 거품이 씻겨 내려가니까.


샤워를 하고는 큰 배스타월로 머리부터 발까지 차례로 물기를 닦는다. 속옷과 바지를 입고 데오드란트를 바르고 나서 Braun 전기면도기로 면도를 한다.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세척을 해 놓은 면도기에서는 알코올 향이 섞인 레몬향이 난다. 항상 면도하기 난해한 울대뼈 주위까지 깔끔하게 면도가 끝나면 면도기 헤드를 분리해서 뜨거운 물로 헹궈주고 물기를 최대한 탈탈 털어낸 뒤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세척해준다.


기분이 날 때는 화장솜을 닦토로 적셔 얼굴을 닦아주고 크림을 바르지만, 보통 토너는 건너뛰고 얼굴 전체에 여자 친구가 사준 크림을 바른다. 오른쪽 검지 손가락 끝으로 크림을 크게 한 번 푹 퍼서 양 손바닥에 쓱싹쓱싹 펴준 후 양 손바닥으로 얼굴 전체를 세수하듯이 문질러준다. 아까 정성스럽게 면도한 울대뼈 주위와 목 앞쪽도 잊지 않고 발라준다. 여자 친구가 로션이나 크림은 손바닥에 바르는 게 아니라 손가락 끝에 찍어서 얼굴에 묻힌 뒤 다시 손가락 끝으로 얼굴에 펴 발라주는 거라고 알려주긴 했지만… 좀 귀찮다.


로션을 바르고 나면 상의를 입고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3년째 쓰고 있는 브랜드의 왁스를 적당량 퍼서 양 손바닥에 펴 바른 후 머리에 쓱쓱 발라주고 오른쪽으로 빗질을 쓱쓱쓱해준다. 왁스를 바를 때 포인트는 앞머리 한 올도 이마에 닿아 있지 않게 깔끔하게 발라주는 것이다.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이나 휴일에도 웬만하면 샤워 후 왁스를 발라준다. 그래야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좀 전에 손바닥에 넉넉하게 발려진 크림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손바닥에 뭍은 왁스를 미지근한 물로 씻어내 준다.


여기까지 끝나면 6시 10분에서 20분 사이. 이제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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