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안 변한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남자의 속성도 그러하다.
약 3,800년 전, 사막에서 태어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때는 가뜩이나 사람 사는 게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는 젊은 나이에 가정불화로 집을 떠나야 했다.
집 떠나 정착할 곳을 찾아 헤매던 그는
사막에서 한 여자를 만났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집 떠난 젊은이에게 돈이 있을 리 없었고,
그는 그녀를 얻기 위해 양치기가 되어
자그마치 7년을 일했다.
에어컨도 없는 그 옛날 사막에서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일했을 그 남자.
땀에 찌든 옷을 매일 빨 수도 없었을 텐데
그 남자는 매일 얼마나 찝찝하고 힘들었을까?
하지만 한 고대 문헌은 그 남자의 사랑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그는 그녀를] 위해 7년을 일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그녀를 사랑했으므로
그 7년은 단지 며칠처럼 느껴졌습니다." [1]
아,
그 남자의
그 숭고했던 사랑.
그 며칠 같은 7년 후,
그는 그녀와 결혼할 수 있었다.
무엇이 3,800년 전 그 남자를
그런 찐 사랑꾼으로 만들었을까?
나도 그런 위대한 사랑을 하고 싶어
그 숭고했던 사랑의 실마리를 찾던 중,
나는 그 남자가 그녀를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아까 언급했던 고대 문헌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외모가 아름답고 얼굴이 예뻤습니다." [2]
인간은 안 변한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공교롭게도 그 남자보다 약 3,800년 후에 태어난 나도
내 아내에게 첫눈에 반한 지 7년 만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 남자처럼
내 7년도 단지 며칠같이 느껴졌다.
비록 그 남자처럼 죽도록 일하며
7년을 보내진 않았지만.
하지만 7년 동안 죽도록 일하지 않고도
예쁜 아내를 얻었으니
이제부터 죽도록 일할 작정이다.
아, 아니다.
예쁜 아내 곁에 오래 있어야 하니
딱 죽지만 않을 정도로 일 해야겠다.
하지만 죽도록 일해도 좋으니
이제부터는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아주 천천히.
[1] 창세기 29장 20절, 우리말 성경
[2] 창세기 29장 17절, 우리말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