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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Mar 21. 2023

브런치, 글쓰기 좋은 곳 맞나요?

브런치의 장·단점

2021년 5월 12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런데 브런치, 아직도 쓸만할까?


브런치에서 글 쓸만할까?


브런치만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본다.




브런치의 가치와 장점들


1. 브런치는 (2022년 2월 28일 기준) 대한민국 기업 시가총액 5위인 카카오 그룹의 소유인 웹사이트다. 카카오 소유인 다음(daum)에서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홈페이지에 노출시켜 주는 방식으로 브런치를 밀어주고 있다.


2. 브런치는 출판사들이 지켜보는 웹사이트다. 매년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종이책 출판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3. 글쓰기에 특화된 글쓰기 에디터가 있다. 누구에게는 필요한 기능이 많이 부족할 지도 모르겠지만 순전히 글을 쓴다면 집중하기에 좋은 깔끔한 플랫폼이다. 글쓰기 창에 달려있는 맞춤법 검사기가 아주 유용하고 매력적이다.


4. 꽤나 괜찮은 브런치 앱이 있다. 앱을 통해 글 읽기가 상당히 편하다. 그리고 여느 SNS 앱처럼 내가 구독하는 작가의 새로운 글을 알림으로 받아볼 수 있다.


5. 아무나 글을 발행할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작가들은 자그마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6. 소셜미디어의 역할도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구독하고 댓글을 남기고 좋아요를 누르며 브런치 작가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본문: 브런치의 단점들


1. 내 글은 안 밀어주는 경우가 많다


브런치는 최근 웹사이트와 브런치 앱에서 글을 노출시키는 방법이 변경된 후로 여러 브런치 작가들이 원성을 샀다. 최근 내가 브런치에 글을 써보시는 건 어떻겠냐고 권해드린 우리 아버지는 브런치를 쭉 둘러보시더니, 이곳은 내 글이 여러 사람에게 읽히기에 용이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채셨다.


2. 출간 외 수익화가 불가능하다


브런치의 장점은 출간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출간 외에는 직접적인 수익창출의 길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브런치는 출간의 기회가 있는 곳이니 J.K. 롤링이 그랬던 것처럼 한 번의 대박을 위해 묵묵히 글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성이 희박한 대박보다는 확실하고 소소한 부수입에 더 끌리지 않나?


인터넷에서 글을 오래 쓴 작가들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쓴 글들이 브런치에서는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참지 못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다른 플랫폼에서 이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작가의 경우 시간대비 아웃풋이 없다는 사실을 더 깊이 체감한다.


내 예를 들어보자. 나는 2021년 5월 12일에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 내 브런치글의 누적 조회수는 20만을 넘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얻은 수익은? 없다.


만약 다른 플랫폼에 글을 올렸다면 어땠을까? 내가 글을 쓰는 또 다른 플랫폼인 블로그스팟(Blogspot)에 올린 글들은 약 절반의 조회수로 약 $561.51 (이 글을 쓰는 오늘자 환율로 약 734,789원 정도)의 수익을 만들어 냈다. 


3. 관리되지 않는 브런치 콘텐츠의 질


브런치의 장점은 아무나 글을 발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작가들은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의 활동은 어떨까? 정말이지 '아무거나' 해도 된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제출했던 샘플 글이나 브런치 활동 계획과는 전혀 다른 글을 쓴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심지어 다른 블로그나 사이트에서 복사해 온 글을 발행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일단 들어오기만 하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심으로 글을 써서 준비한 후 브런치에 입성한 분들은 적잖은 실망을 하기도 한다. '이런 퀄리티 낮은 글이 난무하는 곳에 글을 발행할 자격을 얻으려고 내가 그런 고생을 했다고?'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건 그런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한 나 자신에 대한 자아성찰이기도 하다)


브런치가 어떤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하는지는 모르지만, 글의 퀄리티보다는 읽히고 팔릴만한 기획력이 있어야 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어떤 기준이던, 입문의 문턱이 높다면 들어오고 난 후에도 수준 유지를 위한 주최 측의 노력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브런치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이제 브런치 작가풀(pool)이 늘었고, 그 많은 작가의 글을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조회수, 브런치북 등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인기를 인정받은 브런치 작가의 글이 잘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바꾼 것은 아닐까?


4. 글이 쌓일수록 체감되는 브런치 플랫폼의 불편함


브런치에서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1,000개 이상의 글을 발행한 작가님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겨우 브런치에 100개의 글을 발행하고 혼자 자축하는 나로서는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데 100개 이상의 글이 쌓이다 보니 내가 어떤 글을 썼는지 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경악스럽게도 브런치에는 발행한 내 글만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내 프로필에서 검색을 해도 브런치에서 발행된 모든 글이 검색된다.

내 프로필에서 검색을 해도 브런치에 발행된 모든 글이 검색된다.


그리고 "작가의 서랍"에는 검색 기능 자체가 없다. 이건 정말이지 엉망진창 어질러진 서랍이 아닌가. 물론 내가 정신없이 작가의 서랍을 노트장처럼 사용한 탓에 너무 많은 자투리 글이 쌓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Ctrl+F를 눌러 내가 원하는 단어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서랍에는 한 번에 최근 20개의 글 밖에 로딩이 안 돼서 더 오래된 글은 스크롤을 해야 로딩이 되니 Ctrl+F 사용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5. 은행 디폴트처럼 무서운 브런치 계정 정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으로 난리가 났다. 미국인들은 1920-30년대를 휩쓸고 간 대공황을 떠올리며 가슴이 서늘했다. 또 은행에 맡긴 내 돈을 못 찾게 되는 건 아닐까?


같은 맥락으로 글 쓰는 사람에게 내가 쓴 글은 자산이다. 그게 비록 미미할지라도 내가 조금씩 차곡차곡 모아놓은 내 재산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브런치가 파산한 은행처럼 문을 닫는다면? 혹은 내 브런치 계정이 갑자기 정지된다면? 그러면 브런치에 소중하게 모아둔 글도 파산한 은행에 있던 돈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나마 미국 은행은 파산하더라도 연방 예금 보험 공사 (FDIC)에서 예금주당 25만 달러까지 보장을 해준다. 하지만 브런치는? 내 글 백업기능이 전혀 없다. 내가 일일이 복사해서 워드파일에 붙여 넣는 방법밖에는 없다.


심지어 구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서비스 블로거도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글을 텍스트 파일로 백업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파일로 구글 블로거의 경쟁 플랫폼인 워드프레스로 너무나도 쉽게 내 콘텐츠를 옮길 수 있다. 하지만 브런치는? 물론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여러 플랫폼에도 백업기능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브런치는 "글쓰기" 플랫폼이 아니던가?


원래 사람은 당하기 전에는 모른다. 카카오톡 서버가 다운되기 전에는 아무도 전국민이 사용하는 앱에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브런치에는 백업기능이 없다. 브런치가 사라진다면? 내가 읽어보지 않고 동의했던 약관을 나도 모르게 어겨 내 브런치 계정이 사라지는 일이라도 생겨버린다면?




마치는 말


브런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브런치의 단점이 글의 주제가 돼버리긴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아직은 브런치에서 글 쓸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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