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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May 17. 2024

당신이 굳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는 깊어지기 위해서다



당신이 만약 지금까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글쓰기? 굳이 왜?


당신은 지금까지 글 따위 안 써도 잘 먹고 잘 살았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굳이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아도 세상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다. 그저 잘 먹고 잘 싸는 게 아니라, 잘 살 수 있게 해 준다. 


굳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깊어지기 위해서다. 가볍지 않고 속이 깊은 사람, 생각의 수준이 높은 사람, 진중하고 신중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살다"라는 말의 뜻은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죽지 않았다는 말이다.


"살다"라는 말의 또 다른 뜻은 본래 가지고 있던 색깔이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슷한 환경과 인생의 과정을 거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에겐 당신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다.


바쁜 삶에 파묻혀 버린 당신의 색깔을 글쓰기를 통해 알아가고, 빛을 발하게 할 수 있다. 그저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본연의 색깔을 뚜렷이 드러내며 살 수 있다.


이 세상엔 자기 자리에서 본연의 깊은 색깔을 발현하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 적어도 난 깊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당신이 글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고, 응원한다.






당신의 색깔을 가리고 있는 것을 번쩍 들어 치워 버리자


굳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다. 이제 글을 쓸지 말지 결정은 당신의 몫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글을 꼭 썼으면 좋겠으니, 당신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혹은 글을 쓰기로 먹은 마음을 놓지 않도록 더 격려를 해야겠다.


글을 쓰는 건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노동이다. 글을 안 쓰던 사람이 글쓰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려면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 수고를 감당해 내려면 강한 내적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이유가 분명해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길 옆에 서있는 자동차를 한 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웬만하면) 없다. 하지만 내 아이가 자동차 아래 깔려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차를 치워 버릴 방도를 찾게 된다.


글을 쓰는 행위는 당신이 자유롭게 생각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막고 있는, 당신의 생각과 삶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들을 치우는 과정이다. 글쓰기를 통해 당신의 색깔을 깔아뭉개며 가리고 있는 것들을 번쩍 들어 던져 버리자.






글, 우리 삶을 옭아매는 명분


1980년대 전성기를 맞던 범죄조직이 정부가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을 그린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영화가 있다.


경쟁 조직을 공격하자며 부추기는 주인공에게 동료는 이렇게 말한다:


"명분이 없다 아닙니까. 명분이"


범죄조직이 나쁜 짓을 하는데도 명분이 필요하다. 그럼 다른 조직은 어떨까.


우리 삶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조직 3개가 있다: 국가, 종교, 군대.


글은 이 조직들의 행동에 명분을 부여한다. 국가에는 법전이 있고, 종교에는 경전이 있고, 군대에는 글로 된 작전명령이 있다.


국가는 법대로 우리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법을 어기면 처벌한다. 종교는 경전의 메시지를 통해 그 도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강한 구속력과 영향력을 행사한다. 군대는 작전명령 대로 군사작전을 실행해 사람을 대량으로 죽일 수도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글이 점점 필요 없어진다는 소리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여전히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이미 존재하는 글을 수정하며, 글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글은 매우 효과적인 소통수단이자 통보수단이다.


그렇다고 지금 개헌을 시도하거나, 신흥종교의 교주가 되어 경전을 쓰자는 게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바탕에는 글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자는 것이다.


글을 통해 돌아가는 이 세상의 구성원인 당신도 글쓰기를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남이 쓴 글에만 옭아 매이지 말고, 글쓰기를 통해 깊어진 생각으로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자.






글쓰기는 생각을 보관해 준다


우리의 마음·머릿속에서는 매 순간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뭉게구름 같은 느낌·감정·기억 따위로 존재한다.


어느 한 실험에 의하면 우리 뇌에선 1분당 평균 6.5번의 생각 전환이 이뤄지고, 건강한 성인 남자의 경우 하루 평균 6,200번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 6가지도 떠올리지 못하는데 하루에 무려 6,200가지의 생각이라니. 글쓰기로 그중에서 쓸모 있는 것들을 붙잡아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의 생각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같아서, 지금 놓쳐버리면 금방 흘러 사라져 버리고 만다. 내일 하늘에선 오늘과 같은 구름을 볼 수 없듯,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두지 않으면 그 생각은 내일 내 마음속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찾을 수 없다. 


글쓰기는 내 안에 존재하는 뭉게구름을 밖으로 꺼내어 놓는 행위다. 내 안에 형체 없이 존재하는 희미한 것들을 글로 바꾸면 내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글로 보관된 내 생각이 형체를 갖추었으니 남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지금의 나를 보관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의 나를 잊는다. 기성세대에 분노하던 젊은이도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된다. 개구리가 된 올챙이는 옛 시절은 까맣게 잊고 다른 올챙이더러 왜 물속에 갇혀있느냐며 답답해한다.


기록된 나의 경험은 지금의 나를 잊게 될 미래의 나뿐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타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만약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글을 쓰고, 그 글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읽혔다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거다.






이유를 알았다면 일단 쓰자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 글을 쓰지 않았다면 당신 안에는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 있다. 일단 쌓여 있는 것들풀어내야 한다.


글쓰기를 하지 않은 채 생각이 길어지면 착각을 하게 된다. 안에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써보면 아닌 이야기일 있다. 혹은 글을 쓰며 과거 나에게 일어났던 불행이나 실수를 곱씹으며 어두움에 갇혀있던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 안에는 떠돌다 잊혀 없어지는 생각도 많지만 어떤 생각들은 (혈관 안에 쌓여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게 하는 동맥경화처럼) 새로운 생각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게 한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못하도록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글쓰기를 통해 긁어내야 한다.


그게 이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화려하고 찬란했던 과거이던, 열 번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건, 일단 글로 써서 내 안에서 내보내자. 이 글을 남에게 보일 필요는 없으니 일단 솔직하게 쓰자.


만약 아직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쓰는 동안 많이 답답할 것이다. 내 안에는 분노나 희열 따위의 감정이 있지만 그게 글로 잘 표현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쓰자. 표현이 안되면 지금 내 감정을 표현 못하겠다고라도 쓰자.





사설


가장 쉽고 친절한 글쓰기 설명서 연재를 시작하며 발행 요일을 수요일로 정했습니다. 저는 미국에 살고 있어 한국 수요일 아침에 맞춰 발행하려 했는데, 제 실수로 썼던 글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연재 요일을 맞추지 못한 건 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덜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처음 썼던 글이 너무 형편없어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며, 다음 주부터는 한국 시간 수요일 아침 6시에 맞춰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저도 매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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