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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May 29. 2024

글쓰기란 내 안의 좋은 것을 골라내어 정제하는 과정이다

타인에게 도움 되는 글쓰기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언제 어디서든 유려한 시 한 편 써낼 줄 아는 걸까? 간단한 문장으로도 남을 감동시키거나 약점을 찌르촌철살인을 발휘하는 걸까? 문법·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걸까? 어려운 단어를 쓸 줄 아는 걸까? 그럴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좋은 글의 포인트는 나에게 있는 좋은 것을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모든 글에는 독자가 필요하다


모든 글은 독자, 읽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모든 글에는 독자가 있다. 글을 쓴 자신이 첫 번째 독자다. 하지만 이 독자는 객관성이 부족하다. 대개 글쓴이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며 전적으로 글쓴이 편이다. 이 독자는 때로 내가 글을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감을 느낀다. 잘했다고 칭찬해 준다. 이 독자를 (나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글쓰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나 자신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쓴 글에 만족감을 느껴야 글쓰기에 재미와 자신감이 붙는다. 그래야 너무 남의 눈치만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성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뛰어넘어 타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타인에게 필요하고 쓸모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내 안에 있는 가장 좋은 것 골라내기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게 된다. 그동안 억눌렸던 내 안의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여있다. 하지만 이런 글은 타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쓰기는 강바닥에 있는 사금 캐기와 비슷하다. 사금 섞인 모래 바구니를 강바닥에서 퍼올렸다고 하자. 당신은 그 안에 가치 있는 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그 상태로 남에게 줄 수는 없다. 먼저 모래와 자갈 속에 섞인 금을 골라내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금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다. 글 쓰는 사람에겐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글이 가치 있는 이유는 타인이 삶을 지불하고 얻은 배움을 정리된 형태로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바쁜 삶, 독자에겐 내 삶을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교훈을 유추해 낼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 정제된 글을 통해 내가 시간/돈/노력 같은 것들을 지불하고 얻은 지식/교훈/지혜를 독자에게 효율적으로 넘겨주어야 한다. 내 안에 있는 것을 탈탈 털어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을 골라낸 후 이해하기 쉬운 글에 담아 전달해야 한다.






내게 있는 쓸모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래, 글쓰기는 내 안에 있는 좋은 것을 모아 정제한 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겠다. 근데 모으고 정제해야 할 내 안에 사금은 도대체 무엇일까?


글 쓰는 사람이 치열하게 모으고 정제해야 할 것은 내 안에 있던 어떤 문제 또는 궁금증에 대한 해결책(혹은 치열한 고민으로 얻어낸 대답)다.


이것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대개 이런 형식을 갖춘다: 문제 - 과정 - 결과


예를 들면 이렇다:

(문제) 내게는 1억 원의 빚이 있었다.

(과정) 나는 식당을 차려 매주 70시간씩 일을 했다.

(결과) 10년 후 내 통장에는 10억이 모여 있었다.


결과가 아름다워야 할 필요는 없다. 이럴 수도 있다:

(결과) 식당은 망해 내 빚은 10억으로 늘었고, 나는 스트레스와 과한 노동으로 인해 병을 얻었다.


문제를 해결했던(혹은 견뎌/버텨냈던) 내 경험을 통해 독자는 자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문제의 종류는 돈이나 건강처럼 실질적인 것일 수도, 마음이나 심리일 수도, 철학적인 질문처럼 추상적일 수도, 혹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 포인트는 내가 시간/돈/노력 따위를 지불하고 알아낸 것을 타인도 글을 통해 있게 하는 것다.






내 마음속 강바닥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글쓰기를 방해하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첫 번째는 과도한 자신감이다. 내 안에 사금이 아니라, 고르고 정제할 필요 없는 금덩이가 수두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착각과 교만을 버리자. 글로 옮겨져 남에게 전달되기 전, 정제가 필요하지 않은 생각은 없다.


두 번째는 부족한 자기 확신이다. 내 안에 남에게 쓸모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것도 착각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남에게 도움이 될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 건져 올려지지 않고, 골라내지지 않고, 정제되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어떤 사람이 건져 올린 한 바구니에는 나보다 많은 양의 사금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건 지금까지의 경험, 노력, 사색 따위의 차이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좌절하지 말고 계속 캐자. 캐다 보면 내 안에 쓸모 있는 것들의 밀도가 점점 높아진다.


내 안에 남에게 쓸모 있는 것이 없다고 의기소침해하지 말고 내 안의 것을 과대평가하지도 말고 겸손히 남을 위해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며 치열하게 쓰자.






글쓰기 연습: 글재료에서 쓸모 있는 것들을 골라내보자


지난번 글쓰기 연습에서는 내 삶을 돌아보며 글재료를 모았다. 이제 거기서 쓸만한 것을 골라낼 차례다.


내가 가장 할 말이 많은 주제를 골라 거기서 가장 쓸모 있는 것을 골라내보자. 그 주제에 대해 타인에게 도움이 될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축약한 후, 그 문장이 무슨 말인지 풀어 설명해 보자.


축약된 메시지를 논지(thesis)라고 한다. "그래서 네가 하고자 하는 말이 도대체 뭔데?"에 대한 대답이다. 이해하기 쉬운 글은 글의 모든 부분이 논지와 이어져 있다. 이 점을 기억하고 내가 전하고 싶은 한 문장을 설명해 보자.


글 쓰면서 계속 기억하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남에게 도움이 될 말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묻고 묻고, 또 묻자. 내 글에 모래나 자갈처럼 쓸데없는 말이 섞이지는 않았나 살피고 또 살피자.


잊지 말자.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은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나와 닮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좋은 글은 한 사람부터 시작해 선한 영향력을 점점 넓혀간다. 글쓰기를 통해 내 안에 있는 좋은 것이 먼저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나를 적신 후 타인에게까지 흘러가게 하자.






사설


매주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기 전, 앞서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본 후 다듬곤 합니다. 다시 읽을 때마다 매끄럽지 않은 표현과 오타가 발견되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시고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 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글을 쓰며 궁금해졌습니다: 당신이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도움이 되는 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제가 글쓰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의 정제된 글이 필요한 사람이 반드시 있으니 글쓰기를 포기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오늘도 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저도 매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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