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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May 22. 2024

형편없는 내 글을 인정하되 주눅 들진 말자

내 글쓰기 실력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부터 많이 쓰자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은 이런 생각으로 주눅이 들 수도 있다:


나는 글을 써본 적이 없다. 나는 글을 잘 못쓴다. 그런데 못 쓰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욕먹고 싶지 않다. 창피하고 싶지 않다.


괜찮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매번 그러고 있다.


글쓰기는 세상 여느 일처럼 자주 하면 실력이 나아진다. 그러니 일단 시작해야 한다. 내 글 실력이 부끄러워 시작조차 못하는 건, 마치 근육 없는 내 몸이 부끄러워 헬스장에 나가기를 주저하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부끄러울 수도 지만 괜찮다. 지금 부끄러운 것이 나중에 부끄러운 것보다 낫다.


만약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많이 해보지 않았다면, 불편하고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인정하자.


난 글을 많이 안 써봐서 잘 못써.


용기 있게 현재 내 실력을 인정해야 발전을 시작할 수 있다.






글쓰기를 시작한 당신의 글은 형편없을 수 있다


당신이 글쓰기를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면 인정하자.


내 글쓰기는 형편없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글쓰기 실력은 내 인격·존재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축구를 못한다. 축구 실력이 형편없다. 축구가 아니라 공으로 하는 웬만한 스포츠를 못한다.


왜냐고? 안 했으니까.


초등학교 쉬는 시간에 다른 남자아이들이 나가서 축구는 할 때 난 교실에서 책을 읽었다. 안 했으니 잘 할리가 없고, 내가 안 한 것이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울 일도 없다. 내 직업이 운동선수라면 안 해서 못하는 게 부끄러워야겠지만, 나는 운동선수가 될 마음이 전혀 없었고, 공놀이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안 했다.


당신이 글쓰기를 못한다면 이유는 단순하다. 글쓰기를 많이 안 해서 그렇다. 그뿐이다.


어쩌면 당신은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깊어지기 위해서다. 가볍지 않고 속이 깊은 사람, 생각의 수준이 높고 진중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나는 모든 사람이 글을 썼으면,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글쓰기가 덧셈과 뺄셈처럼 삶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당신은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 글쓰기의 중요성을 몰랐을 뿐이고, 몰라서 안 했을 뿐이다.


형편없는 글 실력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사람은 나처럼 책을 좋아했고,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았고, 대학에서 문학까지 전공한 사람이다. 중요성을 알았지만 실천을 안 한 사람은 안 해서 생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술·담배를 즐기고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누구도 당신에게 네 글은 형편없으니까 쓰지 마!라고 말할 수 없다. 당신의 글을 읽어주지 않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그 누구도 당신이 글 쓰는 걸 막을 순 없다.


그리고 대개 글쓰기를 막는 건 타인이 아니라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고 싶지 않은 나"와 "멋지게 보이고 싶은 나"이다.






많이 쓰다 보면 글의 형편이 나아진다


무언가를 못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설령 당신이 글쓰기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당신의 본심이 아직 미숙한 글쓰기 실력에 갇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괜찮다. 글쓰기를 계속하면 미숙한 글실력에 묶여있는 내 생각이 점점 자유로워지면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당신은 하고 싶은 말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글쓰기를 계속하면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져서 하고 싶은 말이 자꾸 생긴다.


막상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드는 한 가지 자괴감이 있다. 이제 시작하려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이루어 놓은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뭐 하고 산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입사 동기가 한참 앞서 승진하거나,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가 나보다 돈도 잘 벌고 많이 가진 것을 볼 때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짜증 나고 아쉽고 안타깝겠지만, 나도 그럴 때가 많지만, 그래도 괜찮다.


지금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잘하고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정한 지금의 선택과 행동으로 미래 당신의 모습은 훨씬 더 깊어져 있을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


글을 잘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많이 써보면 된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읽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나도 동의한다. 읽기와 쓰기는 함께 가야 한다. 하지만 당신의 문제는 읽기를 안 했다기보다 글쓰기를 실천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글쓰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일단 써야 한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면 쓰다 막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글을 찾아 읽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 읽기에 익숙한 사람일 것이다. 어쩌면 글쓰기 책을 여러 권 읽어봤을 수도 있다. 문제는 글쓰기에 대해 읽는 것으로 글 쓰는 행위를 대신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글을 쓰자. 만약 오늘 이 글을 읽고도 글을 쓰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글을 읽느라 시간 낭비를 했을 뿐이다. 그러니 한 페이지라도 쓰자. 꾸역꾸역 쓰자.


하지만 다행인 것은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야 하는데, 글쓰기는 몰아서 해도 큰 무리가 없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어떤 활동은, 예를 들어 운동은, 일주일치를 하루에 몰아서 할 수 없다. 몰아서 하면 몸에 무리가 가서 부상을 입는다. 그러면 쉬어야 하니 훈련과 성장이 지연된다. 하지만 글쓰기는 몰아서 해도 괜찮다. 오히려 좋다.


물론 하루종일 펜을 너무 오래 잡고 있었다거나 키보드를 너무 오래 두드렸다면 목이 뻐근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있다. 그럼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한숨 자면 된다. 그렇게 하면 다음 일어나서 글 쓰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잘된다. 몰입이라는 책의 포인트가 그거다.






글쓰기 연습: 지금 내게 있는 글재료를 모아보자


글은 많이 쓰면 는다. 만약 내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다면 많이 안 해봐서 그렇다. 그뿐이다. 글쓰기 실력은 내 인격·존재와는 별개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그것은 내 인격과 존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이제 글을 쓰자.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해 보자. 어떤 일이나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 감동·공감·위로를 주는 감정을 만지는 글,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철학·지혜의 글, 읽는 재미가 있는 오락적 요소를 갖춘 글, 등등.


어쩌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아직 모를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 브런치북 이름이 괜히 "가장 쉽고 친절한 글쓰기 설명서"인 게 아니다.


글을 쓰려면 내가 가진 것들, 내 안에 있는 글재료를 꺼내서 살펴봐야 한다.


<아폴로 13>이라는 영화가 있다. 1970년대, 미국 NASA의 우주선이 달에 가던 도중 여러 사고로 달에 착륙하지 못하고 지구로 귀환했던 임무를 담은 영화다. 거기에 이런 장면이 있다. 우주선의 공기 정화장치 고장으로 승무원들의 생명이 위험해졌다. 그러자 그들은 NASA 본부의 지시에 따라 우주선에 있는 양말과 테이프 따위의 물건으로 공기 정화장치를 만들어 숨을 쉴 수 있었다.


당신도 어쩌면 지금 글을 써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그럴 수 있다. 일단 아직 숨이 붙어 있으니 심호흡을 하고 긴장을 풀자. 당신 안에는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들이 충분히 있다. 적어도 오늘 한 페이지를 쓸 수 있는, 내가 다음 주에 또 다른 글을 올려 당신을 격려할 때까지 매일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글감이 당신 안에 있다. 아폴로 13호 대원들이 공기정화 장치를 만들기 위해 가진 것들을 뒤져 본 것처럼, 당신도 당신 안을 뒤져보자.


당신이 겪었던 모든 일,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 당신이 해왔던 모든 경험, (엄마·아빠, 상사, 직원, 사장, 아들·딸 등) 당신이 해내야 했던 사회·가정에서의 역할들, 당신이 살았던 곳의 기억,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사람에 관한 더러운 습관, 지금까지 당신이 이룬 것, 등등.


당신 안에는 이미 쓸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들어있다. 당신 안에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꺼내어 오늘 한 페이지를 채워보자. 꺼내다 보면 잊고 있던 것들이 줄줄이 생각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며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고...


일단 이런 생각은 넣어두고 글재료를 모으자. 그것들로 무엇을 만들지는 차차 알려주겠다.


다음 글에서 다루겠지만, 남들에게 보일 글은 잘 써야 한다. 잘 못 쓰면 안 본다. 봐달라고 해도 안 본다. 정말이다. 그러니 아무도 안 볼 때 열심히 써서 글 실력을 키우자. 나중에 잘 쓰게 되면 보는 눈이 많아 괴로워질 거다.





사설


글쓰기 실력은 인격·존재와는 별개라고 하긴 했지만, "내 글쓰기는 형편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표현에 기분이 좋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네가 뭐라고 내 글이 형편없다는 거냐!


맞습니다. 제가 뭐라고요. 하지만 그런 저도 글을 쓰고 있으니 더욱 당신의 이야기를 써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저도 매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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