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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May 08. 2024

당신이 글쓰기를 시작하는 게 어려운 이유

나를 표현하는 건 너무 어렵다



소아마비로 인해 평생 쇠로 된 통 속에서 머리만 내놓고 살아야 했던 폴 알렉산더(Paul Alexander)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글 쓰는 행위가 불가능해 보이는 장애를 갖고도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해 글을 썼다. 하지만 보통 사람에겐 이런 정신력이 없다. 적어도 나에겐 없다.


나는 글을 쓸 때 나쁜 자세로 인해 목과 어깨가 아프긴 해도 스스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다. 이렇게 건강한 몸이 있어도 글쓰기는 힘들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설명서가 필요하다. 앞으로 연재될 글들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을 위한 글쓰기 설명서다.






글쓰기가 시작조차 어려운 이유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하지만 무엇 하나 마음먹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여기서 글쓰기란 일기처럼 나 혼자 보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닌 타인이 읽을 글을 쓰는 행위다). 하지만 글쓰기를 시작하는 건 누구에겐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고? 잘 못하니까.

 

대개 무언가를 잘하면 재미도 있다. 그리고 남들이 내 모습을 보는 게 두렵지 않다. 헬스를 잘하는 사람은 헬스장에서 자유롭다. 운동하는 내 모습을 남들이 보는 게 전혀 두렵지 않다. 운동의 결과인 몸을 보여주는 것도 두렵지 않다. 오히려 바디프로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잘하면 글 쓰는 게 두렵지 않고, 재밌어서 신나게 계속 쓴다. 그리고 내 글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진다.


그런데 글쓰기는 가뜩이나 잘하기도 어려운데, 마음먹기부터가 쉽지 않다. 이건 글쓰기에 글 쓰는 행위를 넘어 '자기표현'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렇다. 


어떤 사람에겐 자신을 내보이는 게 굉장히 두려운 일이다. 이건 자존감의 문제일 수도,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조용히 하라고, 네가 뭘 아냐고 무시하고 윽박지르는 사람과 보낸 시절이 쌓여서 그럴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어느새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스스로 낮게 여기고 있다면 글쓰기를 시작하는 남들보다 어려울 있다.






당신에겐 말할 권리가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큰 소리로 자기 얘기만 한다. 자기 의견이 최고이고 자기가 세상의 주인공이다.


이런 사람에겐 말하고 싶다: 좀 조용히 해봐요. 다른 사람 얘기도 들어보게.


물론 이 세상 사람들 전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순 없다. 우리에겐 모두의 말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없다. 하지만 글쓰기로 말을 정제해 다른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을 통과하며 스스로의 생각과 내면도 정리된다. 글쓰기가 거기까지 다다르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자기표현에 대한 억눌림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면 용기를 주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당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도 된다.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된다. 그것은 시민으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당신의 권리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게 어렵겠지만, 시작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글쓰기가 어렵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


지금 이 글이 해당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자존감이 충만해서 말이든 글이든 얼마든지 해대고 써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글도 잘 써서 쓰는 것마다 술술 읽힌다. 글은 많이 써보면 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축하한다. 이 글은 당신을 위한 글이 아니다.


반대로 글은 잘 쓰지만 글쓰기의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이 있다. 굳이 내 생각을 남에게 알려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이 글도 당신을 위한 글이 아니지만, 웬만하면 글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 잘 쓰는 당신이 남긴 글은 당신과 비슷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가끔은 다른 이에게 도움 되는 글쓰기를 통해 인류애를 발휘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일단 쓰자


만약 당신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가 다음 글을 올릴 때까지 일단 글을 써보자.


처음에는 어버버 거리겠지만 괜찮다. 아이들도 어버버 하다가 엄마 아빠를 외치고 부모님을 감동시키는 편지까지 쓰게 된다.


글쓰기는 굳이 돈 주고 배울 필요는 없지만, 난 굳이 대학에서 돈과 시간을 들여 문학을 전공하며 글쓰기를 배웠다. 당신의 돈과 시간은 소중하니 배운 것을 공짜로 요약해서 알려주겠다.


일단 하루에 한 페이지를 쓰자. 컴퓨터로 문서 파일에 써도 괜찮고 손으로 노트에 써도 괜찮다. 나에게 편한 글쓰기 도구를 선택해 일단 한 페이지에 뭐든지 쓰자. 생각의 흐름대로, 쉬지 말고 한 페이지를 채우자. 이건 빨리하면 5분 만에도 가능한 일이다. 최대한 빨리, 멈추지 말고 쓰자. 잘 쓰려고, 제대로 쓰려고, 멋지게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쓰자. 오타가 있어도 괜찮고, 문장이 이상해도 괜찮다. 고치지 말고 일단 한 페이지를 채우자.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머릿속이 텅 비며 아무 생각이 안들수도 있다. 그러면 그냥 지금 머릿속이 텅 비었다고 쓰자.


그렇게 한 페이지씩, 일주일만 해보자. 이건 아직 남들에게 보이는 글이 아니다. 글쓰기에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이다. 처음에는 글이 안 써지는 게, 마치 걷고 싶지만 일어설 수조차 없는 어린아이처럼, 짜증 나고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결국 두 발로 서서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처럼 글이 시원하게 써지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러니 오늘은 일단 한 페이지를 채우자. 그 후 더 쓰고 싶다면 그건 당신 마음이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일단 한 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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