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교환가치가 있다. 돈을 쓰면 뭐가 남는다. 돈을 써서 산 물건, 돈을 써서 받은 서비스, 돈을 기부하고 얻은 뿌듯함, 도박으로 돈을 날리고 얻은 허무함과 좌절, 돈을 적절한 곳에 써서 얻은 수익.
모든 사람은 생각을 한다. 생각은 돈처럼 나만 갖고 있을 수도, 글로 쓸 수도 있다. 남을 비난하는 글, 남에게 용기를 주는 글, 남을 즐겁게 하는 글, 남에게 도움을 주는 글, 나의 하루를 기록하는 글, 나의 생각을 정리한 글, 답답해서 그냥 막 써 내려간 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글.
돈은 쓰면 물건이 남고, 생각을 쓰면 글이 남는다.
돈은 안 쓰면 돈이 계속 남아 있지만, 생각은 쓰지 않으면 사라질 수도 있다.
돈을 다 안 쓰고 죽으면 누군가 내 돈을 물려받겠지만, 생각을 다 쓰지 않고 죽으면 그동안 안 쓴 생각은 사라진다.
돈이 많이 있는 사람도 있고, 돈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지 않는 한, 그 사람이 가진 돈의 정도는 그 사람이 돈을 쓰는 것을 봐야 알 수 있다.
생각이 많은 사람도 있고, 생각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의 정도는 그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을 봐야 알 수 있다.
물론 생각은 말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은 글처럼 오래 남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