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챙 Apr 23. 2024

어차피 사람들은 관심 없으니 혼자서 편하게 글을 씁니다



3년째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내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쓴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다.)






그냥 궁금해서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면 궁금한 것들을 자세히 묻곤 한다. 번은 아는 형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누워 침을 맞으며 평소 궁금했던 자세히 물었다: 미국에서 맞는 보험처리가 어디까지 돼요? 보험 없는 사람이 맞으려면 비용이 어떻게 되나요? 미국에서 한의사 되려면 교육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아, 한의학이랑 중의학이랑 다른 거였군요? 약재는 어디서 받아 오세요? 공진단은 직접 연구실을 빌려서 만드신다고요? 그럼 마진은 많이 남나요? 마케팅은 어떻게 하세요? 웹사이트 운영은 안 하시나요? 사이트 만들어서 올리면 좋을 거 같은데!


한참을 묻다 보니 형이 물었다. 폴챙, 한의원 차리려고?


전혀요. 그냥 궁금해서요.






내게도 물으면 말해줄 텐데


난 누가 먼저 묻지 않으면 굳이 내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다. 내 근황을 알리는 인스타 계정도 없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해 신나게 얘기를 꺼내던 적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책에 관심 없다는 걸 깨달은 후 먼저 책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물론 언제든지 묻는다면 신나게 책 얘기를 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말이다. 단지 관심이 없는데 예의상 내 관심사를 묻는 것은 사양할 뿐이다. 그럴 바엔 본인 얘기를 신나게 해주는 편이 얻을 것도 있고 글 소재도 생겨서 좋다. 가끔 별 콘텐츠가 없는 내용을 한참 듣고 나면 급격히 피로도가 쌓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나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사가 아닌 글을 좋아할 뿐이다. 내가 에세이를 쓴다고 하면 아, 그렇구나 하며 그저 내가 특이한 일을 좋아하는구나 하며 신기해하는 정도다. 내가 어떤 글을 쓰는지, 어디 가면 내가 쓴 글을 읽어볼 수 있는지 묻는 일도 없다. 혹시 묻는다면 언젠간 말해줄 수도 있을 텐데.






어차피 필요한 사람은 찾게 될 테니까


내가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들이 관심 없는 것에 나 혼자 관심 있는 건 가끔 외로운 일이다. 만약 내가 사람들이 자주 필요한 일에 관심이 있다면, 예를 들어 자동차를 잘 고칠 줄 안다거나 부동산·주식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나를 찾을 이유가 더 많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나서 함께 밥을 먹는 사람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뭐 그렇다고 내가 울적하거나 그렇다는 건 아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쓰는 사람을 위로하고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난 때론 사람들과의 만남이 피곤해지기 시작하면 얼른 집에 가서 글을 쓰고 싶어 진다. 게다가 글 쓰는 건 그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재밌는 일인데, 매우 감사하게도 브런치스토리에는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내가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보다 내 글을 읽는 그들이 내 마음을 더 잘 알지도 모르겠다.


어느 유튜브 강사가 이런 말을 한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나서 동네방네 주위에 채널을 홍보하지 말라고. 어차피 내가 만드는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내 콘텐츠를 그들 앞에 데려다줄 거라고.


나도 내가 쓴 글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 마음은 없다. 내 글이 필요한 사람에겐 어떻게든 내 글이 찾아질 테니까. 


오늘 통계페이지를 살펴보니 내 글을 찾는 사람들은 나태주 시인성경에세이 뜻찌질하다 뜻 따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와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면 언젠간 내 글이 찾아질 테니, 오늘도 내 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혼자서 편하게 글을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