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고 슬쁘다] "둘째라서 힘들지? 미안해"

소중한 나의 감정 이야기- 10

by Paul Da

우리 집은 자녀가 셋인 다둥이네다. 아들, 딸, 딸이니까 아딸딸이다.


첫째 아들은 첫째라고 챙겼다. 왜냐하면 첫째니까 처음으로 해보는 것들이 많았다. 막내 딸은 막내라서 챙겼다. 막내는 몸도 제일 약했고 마음도 제일 약했다. 그래서 둘째는 첫째에 밀리고, 막내에 치이고 살았다.


"오빠가 먼저야"

"동생한테 양보해"


그래서인가 둘째는 셋 중에 가장 독립심이 강하다. 부모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척척 해 낸다. 심지어 또래 아이들보다 더 성숙했다. 키도 더 컸고 몸도 더 조숙했고 마음도 강했다.


"중학생이지?"

"아니요 초등학생인데요"

"너는 참 성숙하구나"


"고등학생이지?"

"아니요 중학생인데요"

"너는 참 성숙하구나"


하루는 둘째랑 같이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같이 영화를 보고 아이쇼핑도 했다. 처음 둘만 외출했고 우리 둘은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둘째에게 문득 지나가듯 물었다.


"오빠한테 밀리고 동생한테 치이고 힘들지?"

"괜찮아 맨날 그런데 뭐"

"에휴. 아빠가 미안해"

"괜찮다니까"


못난 아빠는 그 말을 듣고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오빠가 좋은 옷을 샀을 때도 자기 옷 사달라고 한마디 보채지 않았다. 오빠가 막내랑 편을 먹고 따돌리고 놀릴 때도 방 안에서 혼자 울고만 있었다. 막내가 버릇없이 언니에게 대들고 짜증을 부려서 같이 소리 지르고 싸우지만 절대 때리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둘째의 표정과 행동에서 조금씩 이상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춘기라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자꾸 내 마음이 걸렸다. 뭔가 불만이 쌓인 듯 한 느낌이... 더 이상 부모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느낌이... 이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지고 있는 느낌이...


그러던 차에 또 둘째와 막내가 싸움이 붙었다.


막내가 또 버릇없이 언니에게 짜증을 내고 달려들었다. 둘째는 화를 냈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야단을 쳤고 막내는 막내답게 막무가내 자기가 옳다고 우겼다. 지금 생각하면 한 대 맞아도 싸다.


안 되겠다 싶어서 둘 다 불렀다.


"막내야 너는 언니한테 그러면 안돼. 왜 버릇없이 굴어?"

"아니 언니가... 이렇게... 저렇게... 저번에도... 작년에도... 어쩌고... 저쩌고..."


"아니야. 그렇지 않아. 잘 생각해봐. 언니는 맨날 오빠한테 양보하고 너한테 양보했어. 지금까지 네가 언니한테 양보한 게 많아? 아니면 언니가 너한테 양보한 게 많아? 언니가 더 많지? 그리고 언니는 너 어릴 때 너를 키우다시피 했어. 아침에 너 옷 입는 거 챙기고 가방 챙기고, 나중에는 너 배고플 때 언니가 그 어린 나이에 계란 프라이 해서 밥도 채려 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그랬어. 너 몸 약하다고 언니는 사고 싶고 입고 싶은 거 있어도 엄마 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 참았어. 너는 한약도 먹고 홍삼도 없고 좋은 거 다 먹었는데 언니는 늘 건강하다는 이유로 그런 거 못 먹었어. 그리고 네가 몸이 약하니까 언니가 때리지 않았던 거야. 다른 집 언니들은 막 때리고 그래. 언니가 얼마나 참았는지 생각해봐. 넌 언니한테 잘해야 돼"


그렇게 말하고 둘째를 봤더니 울고 있다. 펑펑 울고 있다. 뭔가 터진 거 같았다. 막내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싸움은 끝났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둘째가 너무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에게 또 잘해준다.


"둘째야. 아빠가 너의 마음을 알아주니까 기분이 좋았어?"


"어..."


마음이 뭉클했다. 그동안 내가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구나. 바보같이 괜찮다고 하니까 괜찮은 줄 알았구나. 나는 아빠로서 참 많이 무능하구나. 딸에게 미안했다. 더 잘해줘야 하는데 그 마음 알아주는 것부터 해야겠다. 사람은 마음을 알아주면 위로가 된다.


또 둘이 싸운다.


"언니가 어? 너를 어? 어릴 때 어? 막 그랬어? 밥 먹여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막 그랬어..."


둘째가 또 미소를 짓는다.


"나의 일상은 기쁨 하나에 슬픔 하나 넣은 커피 한잔과 같다"

















keyword
이전 08화[기프고 슬쁘다] "불안한데 왜 불안한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