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감정 이야기-3
세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씩 불안해 하는 시기들이 있었다.
첫째 아들은 초딩 시절 불안 때문에 틱 장애가 왔다. 손톱을 물어뜯고 고개를 뒤로 돌리고 심지어 몸을 한바퀴 빙빙 돌렸다. 처음에는 병원도 가고 한의원도 가봤는데 소용이 없었다. 어느 유명한 한의원에 갔더니 약값만 한달에 100만원이 넘었다. 그냥 불안해 하자며 나왔다. 그러다 어떤 분이 남자 아이들은 운동이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게 마음에 딱 꽃혔다. 그래서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시키기로 했다. 토요일에만 1시간 정도 운동하는 취미반을 보냈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런데 축구를 너무 잘했다. 그래서 그 길로 축구 선수가 되었다. 틱이 치료된 것은 좋은데 돈은 더 많이 들어간다.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들은 왜 불안해 한거지?"
다음은 둘째딸이다. 밤에 잠을 자다 뭔가 이상했다. 누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눈을 떠보니 내 앞에 귀신이 있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는데 귀신이었다. 평소 귀신을 보게 되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자세히 볼려고 노려봤다. 알고보니 딸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내가 자는 침대 옆에 서서 긴 머리를 땅으로 내리고 머리를 숙인채로 서 있다. 그리고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왜 그러냐니까? 무슨 일이냐니까?"
"............."
"진짜 왜그래? 왜그러냐고?"
"그냥... 무서워.. 불안해..."
그렇게 밤이 되면 자주 찾아왔다. 어두운 방에 내가 자는 침애 옆에 서서 긴 머리 내리고 고개 숙인채로. 알고 속는다는 말이 있다. 딸인지 아는대도 자꾸 귀신처럼 보였다. 다음에는 안속아야지 했는데 또 속았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찾아오지 않았다. 딸은 그렇게 불안을 이겨내고 지나갔다. 둘째들은 항상 든든하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딸은 왜 불안해 한거지?"
이제 막내 차례다. 두번의 경험이 있었지만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막내는 언제나 역대급이다. 그냥 갑자기 찾아와서 불안하다고 말한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고 땡, 비가 주루룩 오고 땡. TV를 보고 땡. 자기 전에 땡. 일어나 땡... 그렇게 언제나 불안해 했다. 눈물도 흘렸다. 소화도 안됐다. 드라마나 뉴스에 조금 슬프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역대급이었다.
"도대체 왜 불안한거야?"
"모르겠어. 그냥 불안해"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모르겠어. 그냥..."
그러다 어떤 사람이 강아지를 키우면 아이들 정서에 좋다고 얘기해 주었다. 아내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키우는 것은 더 싫어했다. 그러나 아내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강아지를 데려왔다. 이름을 '크림'이라고 지었다. 막내가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불안이 사라져 갔다.
"이제는 불안해 하지 않네? 이제 괜찮아?"
"네 괜찮아요"
"왜 괜찮아진거 같아?"
"몰라요 크림이랑 있으니까 괜찮아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질문이 생겼다.
"아빠가 개보다... 음... 아니야"
이제 조금 알겠다. 불안이 그냥 찾아올 때가 있다는 것을. 그 이유를 묻기 보다 불안을 받아주면 된다는 것을. 내가 불안해 할때 누군가는 여전히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고 함께 있어준다면 그 불안은 또 그냥 사라질 것이다. '이유'와 '원인'보다 '함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그래도 한가지 미련이 남는다.
"아빠가 개보다... 음... 아니야"
"오늘도 나의 일상은 기쁨 하나에 슬픔 하나 넣은 커피 한잔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