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감정 이야기-2
첫째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닐 때였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분주했고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그 저녁 한 끼가 큰 행복이었다. 아내가 차려준 밥을 그렇게 행복하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아들이 엄마에게 불평을 한다. 그엄마는 그 불평을 받아주지 않는다. 뭔가 티격태격 말다툼 비슷하면서도 잔잔하고, 예의가 없는 듯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아들이 대화 도중에 화가 났다. 씩씩 거리면서 밥을 먹고 있던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아빠, 엄마 좀 바꿔줘"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아무 생각 없이 혼자 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슈퍼우먼과 배트맨이 싸우다 베트맨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거는 느낌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배트맨을 더 좋아한다. 빨강 팬티를 입은 슈퍼맨, 슈퍼우먼 남매보다 멋진 차와 슈트를 가진 배드맨이 더 멋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의 첫 영웅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아내의 표정이 보였다. 아내는 슈퍼우먼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표정을 보며 왠지 스릴과 쾌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한마디 외쳤다.
"흥, 약 오르지?"
그 순간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수퍼우먼이 내 표정을 보고는 눈이 더 커졌다. 들킨 건가... 그다음부터 아들의 말이 계속 되새겨졌다. 아 물론 아내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아들의 말에 담긴 감정 때문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을 아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감정은 도대체 뭐지? 어떤 감정이었길래 엄마를 감히 바꿔달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들을 불러서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엄마를 바꿔달라고 할 수 있어?"
"어... 미안해요.. 그냥 그때는 엄마가 너무 싫어서..."
"너 정말 엄마 바꿔도 돼? 정말 그러고 싶어?"
"아니요..."
그리고 아들은 울어버렸다.
아들은 싫으면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엄마는 자기가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감정은 계속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음식과 옷, 집과 자동차, 심지어 여자 친구도 이 세상도 바꿔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제는 조금 알겠다. 그때는 시간이 필요하다. 싫은 감정이 사라졌을 때 다시 그 질문을 해보면 정말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분별이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 늦은 저녁 아내와 부부 싸움을 했다. 아들이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 듣고 있었다. 나는 방문을 열고 작은 방으로 가서 씩씩 거리며 앉아 있었다. 내심 아내가 미안하다면 이 방으로 넘어오겠지? 하면서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방문이 열렸다. 그런데 아내가 아닌 아들이 나왔다. 이거 뭐지? 아들이 작은 방으로 와서는 내 무릎에 손을 턱 올리더니 말했다.
"아빠 왜 그래~"
조그만 게 아빠를 어린애 취급을 한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마음에 이런 말을 들려왔다. 아들이 한 말이 아닌데 아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말은... 그 말은...
"아빠! 엄마 바꿔줘?"
"오늘도 나의 일상은 언제나 기쁨 하나에 슬픔 하나 넣은 커피 한잔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