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감정 이야기-4
아내가 아프다. 큰 일이다. 차라리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 게 더 낫다. 어디가 아프냐면? 잘 모르겠다. 그냥 아프다.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는데 여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아내가 침대에 누웠다.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무엇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내에게 약을 사주고 괜찮냐고 위로하는 것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아내가 점점 더 상태가 안 좋다.
"계속 아파? 어디가 아파? 어떻게 아파?"
"몰라 그냥 아파"
"얼마나 아파? 참기 힘들 정도로 아파?"
"몰라 말 시키지 마"
나는 최선을 다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를 한 후에 거실로 나와 TV를 보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되새긴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그런데 아내가 계속 안 좋다. 그리고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인다. 병원을 가자고 할까? 그럼 어느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하지? 구급차를 부를까? 그리고 아내가 말했다.
"설거지 했어?"
"......"
"설거지 했냐고?"
"......"
"아... 하라고 했으면 했을 텐데..."
"꼭 얘기해야 돼? 내가 아프면 설거지 좀 대신해주지"
뒤통수를 한방 맞았다. 그거였다. 설거지. 아내가 더 아파 보인 것은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였다. 왜 저 남자는 아프냐고 물어만 보고 정작 설거지는 대신 안 해주는지를 물으며 서운한 마음에 아팠던 것이다. 어쨌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나도 방어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내가 더 아플 것이다.
"미안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을 해주면 좋겠어"
"그걸 꼭 말로 해야 돼? 알아서 해 주면 안 돼?"
"알아서 하려고 했는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
밖에서는 일을 잘한다 칭찬 듣고 늘 하는 일마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늘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설거지 때문에 나는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나쁜 남자가 되어 버렸다. 이게 다 설거지 때문이다. 그리고 선배를 만났다. 하소연을 했다. 왜 여자들은 시키면 되는데 알아서 해 달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시켜서 안 하고 못했으면 야단을 들어도 되는데 알아서 못했다고 야단맞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배가 말했다.
"거기도 그래? 여기도 그래! 여자들은 왜 그래?"
큰 위로를 받았다. 나만 나쁜 남자가 아니었다. 모든 남자들이 다 나쁜 남자였다. 그러나 다음에는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새겼다. 설거지 설거지 설거지 설거지 설거지 설거지 설거지... 얼마 후에 아내가 다시 아팠다. 나는 아내가 정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어디가 아프냐고, 얼마나 아프냐고 물었다.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나?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나?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고 또 걱정했다. 그런데 아내가 더 안 좋아졌다. 더 아픈 거 같다. 이렇게 나는 최선을 다하며 걱정을 했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거실에서 TV를 보았다. 그런데 아내가 침대에 누운 채로 한마디 던졌다.
"설거지 했어?"
나는 뒤통수를 맞아도 싸다.
"나의 일상은 기쁨 하나에 슬픔 하나 넣은 커피 한잔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