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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ec 23. 2022

누구에게도 없는 차별의 권리

사회에는 은연 중 드러나는 차별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 방송화면 캡처

지난 21일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방영을 시작했다. 한 은행에서 벌어지는 직원들의 사랑 어쩌구 이야기다. 첫회를 보면서 눈길을 끌었던 건 안수영(문가영 분)의 사원증이었다. 고졸 채용으로 입사한 탓에 공채를 거쳐 들어온 하상수(유연석 분)와 사원증 목걸이 색이 달랐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으나 채용 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받는 차별이었다.


차별은 목걸이 색으로 그치지 않았다. 궂은 일이 있으면 은근히 안수영과 같은 고졸 사원들에게 눈치를 줬다. 어떻게 공채인 우리들이 하겠느냐는 권위적 입김이 작용하는 순간이었다. 이같은 설움을 없애기 위해선 성과를 쌓아 직군 전환 시험을 봐야 했다. 그렇다고 모든 게 그들과 같아지지 않았다. 실컷 쌓은 연차가 깎여야 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 공채 응시 자격에 해당되지 못한 여파의 일종이었다.


문득 우리 회사가 떠올랐다. 정규직과 계약직의 사원증 디자인이 달랐기 때문이다. 회사 근처를 다니면 누가봐도 한눈에 이를 구별할 수 있었다. 옆 방송국도 사정은 똑같았다. 이곳은 정규과 계약 사원의 구분을 위해 앞서 언급했던 드라마의 은행처럼 출입증 목걸이 색이 다르다. 그 맞은편 방송국은 계약직 뿐만 아니라 파견사 직원들에게도 얼굴이 삽입된 증을 주지 않는다. 출입이 가능한 직사각형에는 'VISITOR'란 단어가 크게 새겨져 있을 뿐이다.


참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회사를 비롯해 위에서 언급한 형태를 가진 언론사들은 최근까지도 직장 내 차별 같은 실태 기사를 써왔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전문가 의견을 함께 첨부하며 오늘날 타파해야 할 1순위 과제로 언급하면서 정작 가장 앞장서는 꼴을 하고 있었다.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하는데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


내가 조금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비슷한 부류와 집단을 형성한 뒤 여기에 들지 못한 이들을 철저히 배척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월의 기준을 나눌 수 있는 자격은 도대체 어느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구성원으로서 팀과 회사를 위해 열심을 내어 일을 하는 건 동일한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지점이다. 사원증 그 플라스틱 쪼가리가 뭐라고 굳이 의도를 가득 담아야 하는 걸까.


분명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계약직보다 공채로 뽑는 정규직이 훨씬 많은 급여를 받는다. 더 나아가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성과급과 복리후생도 다르다. 채용 공고에서 전달되는 정보니 만약 좋은 조건을 누리고 싶다면 남들보다 노력해 공채 전형을 통과하면 된다. 이런 과정을 겪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일을 하고 있으니 같은 처우를 원하는 건 무한 경쟁 사회에서 부끄러운 목소리로 치부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두개의 채용 형태를 구분하려고 드는 시도는 차별에 해당한다. 공채 입사를 위해 자신이 노력을 더 했다는, 그뿐이란 소리다. 사원증 디자인과 줄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위 '짜치는 일은 모두 그들 몫'이라는 이상한 개념을 관행으로 포장하지 말자. 그들은 그래도 된다는 말에서 도대체 '그들'의 기준은 어디에 있으며 누가 정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몸담있던 한 회사는 2020년 무렵 계약직 2명을 채용해 유례없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이후 이들에 대한 직군 전환이 추진됐으나 사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결국 그 2명은 훨씬 더 좋은 곳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2명이 퇴사한 뒤 그 회사는 같은 자리에 계약직을 7명 이상 채용했다. 사람이 많으면 좋았던 성과를 더 많이 낼 수 있다 착각했지만 실적은 단 한건도 나지 않는 중이다. 얼마 전 만난 이 회사 부장은 이런 말을 들려줬다. 여기는 사람 귀한줄 모르고 맨날 후회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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