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면 좋을 줄 알았다

by Paul
북적이던 학교가 그리운 탓에 내 청춘은 북적이고 있었나 돌아보게 된다. Paul 제공

요즘 집 앞에 위치한 대학교에 운동을 하러 간다. 재택을 마치면 오후 5시 30분즈음이 되니 어둑해지는 찰나에 비교적 시원하게 운동할 수 있다.


평소 출근할 때도 광역버스를 타러 기점인 이 대학교에 가야 한다. 졸업생이지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오로지 정류장만 보고 대학교 정문을 드나들었다. 그런데 최근 운동 장소를 아파트에서 대학교로 변경하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운동할 시간에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있었다. 계절학기를 듣는지 혹은 취업이나 자격증을 위해 도서관을 왔는지 알 방법이 없지만 어쨌든 삼삼오오 모인 젊은이들이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을 지나 불꺼진 건물들을 스친다. 이때 순간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이를테면 절대로 들리지 않는 아우성 같은 것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다음 수업을 위해 북적거렸을 출입문, 오후가 되면 채 끝내지 못한 조별과제로 모여든 학생들, 시험이나 장래를 위해 도서관 열람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열을 올리는 청춘들. 대학교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상황들이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듯 머나먼 과거가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함이 들었다. 근래 운동을 할 때면 어김없이 이 생각이 머리를 멤돈다.


물론 오늘날 대학생들은 드라마에서 찬란하게 그려지는 하루를 절대로 살지 못한다. 신입생부터 각종 시험과 자격증을 망라해야 하는 트렌드에서 자유로울 대한민국 청년들이 있을까. 나도 그랬다. 성적 맞춰 들어온 학과를 무난하게 졸업할 수 있었으나 무언가 해볼 심산으로 전과를 했다. 이를 위해 매일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기 위해 대외활동을 하고 희망하는 진로에 내세울 수 있는 스펙을 채울 다채로운 일을 수주받았다.


결과적으로 금턴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했다. 또 더 좋은 기회를 얻어 이직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으레 해내야 하는, 결혼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마쳤다. 멀리서 보면 대단히 운이 좋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속이 곪아가도록 고민하며 치열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퇴근을 하고 진이 빠져 잠들 때까지 타 매체 뉴스 혹은 영상을 보다가 출근을 위해 일찍 잠드는 나를 보며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분명 나에게 여유로움과 즐거움만 남았어야 하는데 말이다.


다시 퇴근을 하고 운동을 하는 나로 돌아가서, 난 구름 가득한 혹은 텅하고 빈 하늘을 물끄럼 올려다 본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지금 이 삶이 맞게 가고 있는걸까 참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이내 마음을 접고 씻고 저녁을 먹기 위해 부지런히 대학교를 빠져 나온다. 근 2주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반복된 일상이다.


웃기지만 아무런 일이 없는 주말과 휴일엔 알찬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젠 채울 스펙이 없어도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열정 가득찬 동력을 잃어버렸거나 까먹을 만큼 세상에 순응이 된건지 뚜렷한 답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순식간에 사라진 주말을 뒤로하고 또다시 주5일을 맞는다.


시기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모두 한번쯤 나와 비슷하거나 동일한 푸념을 갖고 있겠지 싶다. 위안이 되다가도 수 십년씩 일터에서 자리를 지키는 선배들에게 그래서 도대체 내릴 결론은 뭐냐고 묻고픈 마음이 굴뚝 같다. 어쩌면 평생 해답을 내리지 못한 채 유별나다는 핀잔을 요리조리 피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하루하루에 부쩍 옛 친구들에게 뭐하면서 사냐는 안부를 묻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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