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Jan 22. 2023

한밤에 나섰던 드라이브

어학연수 시절 이동이 어려운 날 위해 청년부원들은 기꺼이 헌신과 나눔을 해줬다. Paul 제공

어제 지인들과 늦은 모임을 마치고 자리를 파한 시간이 저녁 10시쯤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는데 모임에 참여한 2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음을 알게 됐다. 한명은 나와 가까운 곳에 살았고 한명은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정도 가야 했다. 별 생각 없이 최대한 편하게 갈 수 있는 역에 내려다 주겠다 했는데 모임에 함께 했던 친구가 드라이브를 제안했다. 2명 모두를 집에 데려다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밤의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사실 저녁이 시작될 무렵 모였던 터라 금방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쉬웠었다. 노래방으로 따지면 추가시간이 시작된 셈이었다.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를 소소하게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을 모두 데려다주니 1시간 남짓이 지났었다. 문득 호주 어학연수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한인교회 청년부는 평일이 되면 지역별로 묶어 모임을 진행했었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호주였지만 청년들이 사는 곳은 모두 차가 없으면 가기 어려웠다. 돈 없는 가난한 외국인 대학생이 굴러만가는 차를 살리 만무했다. 이같은 사정을 알아준 우리 지역의 청년들 가운데 A가 내 픽업을 전담해줬다. 모임을 가기 전 우리 집에 들러 나를 태우고 이후 모임이 마치면 다시 집에다 내려주는 일까지 말이다.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A가 큰 희생을 해준 것이었다. 따지자면 모임 장소까지 바로 가면 되는데 굳이 반대 방향에 있던 우리 집을 들렸기에 그렇다. 귀찮을 법도 한데 이 성경공부를 비롯해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멋진 장소들을 잇따라 데려가주기도 했다. 고맙다며 커피라도 한잔씩 제공했어야 하는 건데 감사함을 갚을 줄 몰랐던 철없는 20대 초반이었다.


다른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내가 어학연수 시절 비영리 취재팀을 론칭하도록 용기를 준 B 역시 만날 때마다 밥값을 계산했다. 이유를 물으니 꽤나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다는 것. 이게 베풀 수 있는 원동력이란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A와 B를 포함한 청년들은 자신들이 내어준 것 만큼의 무언가를 내게 요구한 적이 없다. 정말 해줄 수 있어서가 이유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동안 입버릇처럼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겠다 선언해왔는데 현실을 살며 이를 실천하기란 참 어려움을 매번 느끼고 있다. 어제와 같은 경우에서도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면 단가가 나오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떠한 형태로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나눔은 오늘날 바보 같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내가 취한 걸 손해보지 않고 가능하다면 얍삽해서라도 이점을 확보해야 하니까.


학부시절 한 사회공헌 행사를 준비하며 팀원들과 만든 표어가 있다. 나누면 2배의 기쁨이 된다는 문구였다. 어제 드라이브를 함께한 친구가 "이렇게 나누면 그들도 다른 누군가에게 선순환을 만들어가겠지"라고 말한 것과 동일한 의미다. 부족한 것 많은 내가 이렇게 누리며 살 수 있는 건 잘나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에 기회가 닿는다면 앞으로도 한달에 한 번 10분의 1을 떼고 남은 9로 많은 베품 속 감사를 느꼈으면 좋겠다. 또 다른 감사들로 삶이 가득 채워질 게 분명하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9000원과 맞바꾼 그 무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