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바라본 취준의 고찰

by Paul
Screen Shot 2021-10-30 at 2.29.18 PM.png 직장인들을 살게 해주는 커피를 처음 만든 사람은 노벨상을 받았을까 꼭 취재를 해봐야 한다. Paul 제공

오랜만에 상암 나드흐리를 나갔다. 오전에 기사를 몰아서 작성한 뒤 쿨하게 반차를 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문했다. 역에서 내리니 내가 있던 광화문과 사뭇 다른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방송국 사람들이야 하면서 속으로 감탄을 날렸다. 발빠르게 변하는 방송 트렌드에 맞게 여느 직장인촌보다는 비교적 젊은 나이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가득가득 모여있었다. 다가가 말을 건네본 건 아니지만 점심시간을 갓 지난 이들의 얼굴 표정은, 오전의 치열했던 현장에서 아주 잠깐 벗어난 휴식을 더 만끽하고 싶었다랄까.


일정을 마친 나는 잽싸게 지난 2018년 문화를 만드는 곳에서 사회공헌사업을 함께했던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분은 2018년 내가 참여했던 사업이 본격 시작하며 합류했던 분이었고 당시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 놓여진 사업들 가운데 방향성 등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분이다. 다행히 잇단 재택을 때마침 종료한 날이었고 그렇게 예정에 없던 만남을 하게 됐다. 한 반년 만에 만남이었는데 그분과 나는 입에 모터를 단듯 그간의 이야기를 쭉 털어놓기 시작했다.


2018년 때 사업을 함께한 다른 이들의 근황 공유도 나왔다. 감사하게도 다들 글쓰고 영상을 만들었던 과거의 모습을 계속 이어와 현재에서도 밥벌이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시국임에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건 아마 최고의 감사가 아닐까 싶다며 하하호호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늘날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나누게 됐다.


'요즘 그렇게 취업이 힘드느냐'라는 질문이 시작이었다. 그러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매우 간단했다. 취업이 간절하지만 정작 내가 왜 이 회사에 들어가야 하고 왜 이 직무를 택했는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분은 학부시절 꼭 문화를 만드는 기업에 들어오고 싶었단다. 그래서 다른 대기업을 지원할 땐 자소서를 모두 우라까이(복붙)했지만 문화를 만드는 기업은 한줄 한줄 아주 정성껏 써 내려갔다고 했다. 거짓말처럼 나머지는 모두 불합격되고 문화기업만 서류통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후 면접에 들어갔는데 면접관이 "우리 회사 제품 5개만 말하면 합격시켜 주겠다"라고 했단다. 떨리는 취준생의 머릿속은 매우 하얗게 변했고 3개 밖에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떨어질줄 알았는데 그 간절함이 보였는지 신입사원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주시는 말이, "면접관들은 다 안다. 자소서를 몇줄만 읽어봐도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진심인지 아닌지, 무엇보다 운좋게 면접을 와도 표정에서 진짜와 가짜가 드러난다"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누구나 다 아는 말이지만 대다수 취준생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방송국에서 맛집을 소개하며 "이렇게 음식 비법을 알려줘도 되나"라고 우려하지만 사장은 "어차피 안해요 사람들은"라는 현답 말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만났을 때 나는 이와 엇비슷한 상황을 보게 된다. 내게 취업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물었고 난 여과없이 모든 걸 말해줬지만, 돌아서면 정답이 아닌 내 방법 조차도 곱씹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Paul님은 취준기간이 없었네요"라는 말도 나왔다. 난 생물에서 문창으로 전과를 한 뒤 일단 홍보팀으로 직무를 정해놓고 관련 커리어를 쌓아갔다. 그렇지만 꽤나 막연한 싸움이었다. 홍보팀은 꼭 국문과 혹은 문창과를 졸업해야 이점이 있는 직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간이 매우 좋으면 홍보팀의 자격은 충분하다. 어쨌든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대생도 아닌 내가 견주어볼 때 승산이 크지는 않았다. 이후 운좋게 인턴기자를 하면서 '글'이면 될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고 지름길을 가느냐 돌아가느냐를 따지지 않고 일단 기회가 있으면 도전을 해봤다. 무모한 부딪힘도 있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나섰더니 비로소 내 책상을 조그맣게 얻을 수 있었다.


"요즈음 직업에서의 정년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가 줄고 있다는데 그래도 그 시절 청춘이 부럽다"라는 끝맺음 말을 나눴다. 취업이 어려워 낙담하는 청년들이 많지만 그마저도 나의 꿈을 위해 부단히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이미 지나온 청년의 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구나란 깨달음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취준생들의 앙케이트에서 단연 상위권을 차지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업무에서의 치열함과는 다른, 막연함을 근원으로 삼은 젊음이 때때로 지금 누리는 것들과 당장에라도 바꾸고 싶은 귀중하면서 소중한 무언가 아니겠는가.


만남을 파하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졸업한 대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줄 수 있겠냐는 전화였다. 준비할 사안이 전혀 없고 후배들이 써내는 질문에 답변을 해주면 된단다. 당장에 수락할 수 있었지만 조금 고민해보겠다고 한 뒤 끊었다. "학부 때는 일단 아무런 고민 없이 학교생활을 즐겨요"라고 말해주기에 나는 철저한 계획으로 무장해 취업과 싸워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창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모두 기자직을 희망하는 것도 아니니 주춤했다. 결국엔 강연을 하겠지만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거듭된 고민을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다.


잘 다니던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때려칠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보니 이제 더이상 직업을 갖는 기준이 돈으로만 결부되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삼성 홍보팀은 꼭두새벽부터 출근해 기사를 스크랩한다고 하니 단순히 돈을 많이 준다고 하여 내 삶을 바치기엔 한번 뿐이라 쫌 아쉽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돈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돈을 포함한 많은 서포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중간을 찾는 일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가보다. 나도 당장 중간을 찾지 못할 것 같지만 이렇게 업무시간 외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정답 엇비슷한 근사치에 도달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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