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직장은 어디에

by Paul
Screen Shot 2021-11-10 at 3.51.26 PM.png 광화문에 빽빽하게 들어선 회사들의 모습. Paul 제공

내가 짧지 않은 연차 동안 퇴사를 하면서 데스크 혹은 그보다 높은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더 발전된 방향으로 가야지" "여기서 이직하면 그냥 그런 기자가 될 거다" "퇴사의 이유를 찾지 말아라" 등이다. 떠난다는 후배를 붙잡을 여력이 없는 선배들은 이처럼 '경력'을 내세워 쓴소리를 잇따라 날리곤 한다. 사실 이직이 확정된 뒤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미 마음이 뜬 현 직장 선배들의 어마무시한 으름장은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낸다.


놀랍게도 매우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선배들도 있다. 끝내주게 맛있는 음식이나 커피를 사주시며 "거기서도 잘 할거야" "힘들면 언제든 연락해서 다시 돌아와" "오다가다 들려서 밥 얻어먹고 가" 등이다. 실제로 내가 떠나온 곳 중 한 언론사 선배들은 내가 까마득한 후배임에도 먼저 연락을 주셔서 밥을 얻어먹었다. 그러시면서 "네가 나가서 일에 의욕을 잃어서 요즘 재미가 없다"라는 훈훈한 말을 던지셨다. 다양한 이유로 퇴사를 했지만 언젠가 꼭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어디 출신이에요"라고 내게 물으면 주저없이 이곳 출신이라고 말하는 고향 같은 곳, 내가 이런 마음을 품은 데에는 해당 이유가 존재한다.


근래 들었던 좀 충격적이면서 신선한 말이 있었다. 드릴 말씀이 있다는 나의 연락에 파트장 선배는 "안 좋은 일이군"이라며 단번에 내가 건넬 말을 알아차렸다. 이후 자리로 찾아가 이직을 한다고 말하니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다"라는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선배는 과거 문화부 전문기자로 방귀를 꽤 끼셨다가 현재는 회사에 갖가지 중요업무를 맡아 일하고 계신다. 그래서 평소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었는데 몇번 마주치지도 않는, 퇴사하면 그만인 후배에게 이런 말을 해주시다니 사실 쫌 놀랐다. 이 직업군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아니 아예 전혀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하고 친하게 지내던 편집기자와 저녁을 같이 했다. 나이는 달랐지만 입사 동기였기에 척박한 회사생활 속 든든한 지원군 비스무리한 사이였다. 한참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편집기자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줬다. 본인도 입사 후 다른 회사에 계속 원서를 넣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젊을 때 좀 더 일해보고 싶은 회사, 일해보고 싶은 환경을 찾아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단다. 나만 훌쩍 떠나는 게 미안했던 찰나였는데, 아직 '이직 선언'을 하지 않은 선후배들도 이와 비슷하겠구나 싶었다. 그저 내가 얼마 전 이직한 선배 다음 주자가 됐을 뿐.


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파트장 선배의 말인 "다니고 싶은 회사"가 계속 생각났다. 과연 오늘날 정년까지 다니고 싶은 회사가 존재하긴 할까.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게 기준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을 책임져야 하기에 급여 혹은 복리후생이 우선순위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좋거나 스타트업 등에서 성장가능성을 도모하고 싶다는 등 매우 다양하다. 과거에는 한 직장을 오래도록 다니는 게 큰 미덕이었으나 이같은 조건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요즘 세대들 가운데 정말로 "이곳은 내가 찐으로 계속 다녀보고 싶어"란 말이 쉽게 튀어나올까 싶었다.


난 언제쯤 '철새' 행보를 멈출까 고민에 빠졌다. 완벽하게 딱 맞는 건 없으니 어느정도 포기를 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면 어느샌가 10년차라고 말할 수 있는 직장이 있지 않을까. 아직 젊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신없는 철새의 날개짓이 정당하다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곧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만큼 업계에 완전히 발을 들인 것 다음의 구체적인 장기 플랜이 필요한 때다. 그래도 젊음이 무기라 더 철 없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근력으로 삼아 이리저리 나그네가 되어보련다. 내길은 오직 윗분만 아시니 이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생각치도 못한 그 자리로 이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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