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너는 반드시 할 수 있어

by Paul
Screen Shot 2021-11-20 at 8.48.16 PM.png 지난 2018년 한 학교에서 강의한 뒤 받았던 학생의 귀한 문자. Paul 제공

후배들에게 소소한 멘토링을 제안받은 뒤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는가. 요즘 내 모습을 돌아보면 꿈 많고 순수했던 청년이 아닌, 사회와 세상에 찌들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눈빛을 한 직장인에 지나지 않았다. 참으로 놀랍게도 선배들의 선험을 잇따라 나눠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돼 이제는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 함께 혀를 끌끌 차고 있으니 인생 참 요지경이다. 이같은 고민으로 머리카락을 잔뜩 뜯어내고 있을 때 문득 대학시절 강연을 다녔던 경험이 떠올랐다.


시작은 그랬다. 대학교 내 교내외 강연을 다니는 동아리가 있었다. 활동을 모범적으로 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하긴 했다. 교내를 주로 돌았지만 교외로 나갈 기회도 이따금씩 있었는데 한 중학교 방문을 계기로 인연을 맺어 계속 중고등학교를 돌며 강연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설레냐면 전날 밤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덕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물론 좌절도 있었다. 선생님들이 주로 느낄 법한 마음인데 난 이 생각이 들 때마다 교사란 직업은 매우 대단하며 본인은 절대 할 수 없는 직업이라 되뇌었다. 그래도 이런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 강연이란 도전은 내가 밟고 있는 길에 대해 또 한번의 고찰을 가져다 줬다.


영광스러운 경험을 꼽자면 내가 졸업한 모교에 방문해 강연을 했다는 것이다. 졸업한 지 약 10년이 훌쩍 넘은 뒤 방문한 것인데, 과거에 내가 그랬듯 후배들 역시 '저 아저씨는 누굴까'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래도 '모교 어드밴티지'를 인정해준 덕분에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내가 한 말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 동기와 선후배들이 세상에서 멋진 일들을 하고 있으니 여러분도 자부심을 갖고 이 흐름에 편승하라는 거대한 말을 건넸다. 멋진 일이란 게 상대적이지만 여러 경로로 접하는 동문들의 이야기에 어떨 땐 '헉'하며 입을 모으니 객관적으로도 동문들이 학교의 이름을 널리널리 알리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강연할 때 항상 가졌던 시간이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종이 위에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적게하는 것이었다. 그 종이에 약 5년 뒤 나의 모습을 행복하게 적어내려가지 못한다면 지금 세운 그 꿈은 어쩌면 정말 나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꿈을 적었다면 내가 어떻게 하면 이것을 이룰 수 있는지 방법을 적고,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또 적게 한다. 비로소 완성된 꿈을 이루는 로드맵과 함께 '나는 ㅇㅇ가 될 거야'를 포스트잇에 적어 칠판에 붙이게 한다. 나는 그것을 하나씩 읽어 주고, 아이들은 '그래 너는 할 수 있어'로 화답한다. 누군가 내 꿈을 말했을 때, 특히 한국은 어떻게 너가 그것을 이룰 수 있니 라는 핀잔을 준다. 꿈을 생각하면 대학을 말하고, 그건 성적과 직결된다는 한국에서 말이라도 나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목소리를 들으면 조금의 힘이라도 생기지 않을까해서 고안해낸 방법이었다.


대개 강의 시간 끝에 내 번호나 이메일을 알려주는데 피드백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냥 아아들에겐 수업시간에 찾아온 수많은 특별 선생님 중 한명인 것이다. 그런데 웬걸, 어느날은 장문의 문자를 받기도 했다. 학생은 자신이 내 강의를 통해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문자였다. 이 문자를 쓰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을지 모르겠지만 진심이 담겨져있어 참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그 학생이 지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모르겠으나 언젠가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마주했을 때 고생했다며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주고 싶다.


이처럼 기억을 되짚고 보니 드디어 내일 후배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들어온 질문들을 살펴보니 이 전공으로 어떻게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진로 설정이 막막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4학년인데 인턴 경험 없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등이었다. 맥북이 스타벅스 출입에 필요하다는 말처럼 대학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는 조건으로 '좋은 기업에 취업'이 되버어린 것 같았다. 꼭 대학생 신분일 때 취업을 해야 한다는 일념을 강요하는 세상 가운데 요즈음 대학가 트렌드는 '졸업 유예'라니 이게 맞는 세상인가.


중고등학생 때는 순수해서 잘 몰랐지만 이제 현실을 마주하게 됐으니 어서 빨리 현실을 쫓아 살아야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하면 뭐 나도 반박은 하지 못한다. 다만 대학생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들 가운데 퇴사율 역시 이들 기업이 가장 높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성적 맞춰 대학에 들어왔더니 전공이 맞지 않아 전과를 하거나 반수 혹은 N수를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던가. 그리고 그건 뒤쳐지는 게 아니라 원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한 과정인 걸 이제는 인정하는 분위기가 꽤 많이 정착됐다. 취업도 그렇다. 몇년전 모 대기업의 신입사원 이탈율이 30% 육박했는데, 간판만 보고 갔다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막연하게 바라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한 결과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다음주가 되면 후배들을 만난 후기를 풀어놓을 것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놨을지 모르겠으나 딱 한가지는 분명하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일, AS는 확실해야하지 않겠나. 내가 만난 후배들이 자신의 꿈을 잘 이뤄갈 수 있도록, 방법을 모르면 내가 할 수 있고 아는 선에서 응원하고 독려해줘야지 다짐했다. 훗날 시간이 지나고 후배들도 선배의 모습으로 또 다른 후배들 앞에 섰을 때 그들을 '캐리'하게 된다면 선순환이 이뤄지겠다 기대해본다. 이 글을 마무리하니 갑자기 심장이 뛰는데 나이탓인지 헷갈리지만 아무튼 '라떼'의 면모는 과시하지 않는 시간이 되길 아주아주 간절히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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