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처음 도입됐을 때 사실 난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현대 의학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신약을 만들 때도 수십년이 걸리는데 갑작스럽게 발생한 전염병을 대응하기 위해 1년도 채 걸리지 않게 개발된 약을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게 내 계획이었으나 이직이 결정되면서 앞으로 다닐 사옥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백신을 맞거나 주기적으로 PCR 검사를 해야 했다. 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는 곳이 늘어갔다. 지인들도 만날 수 없었다. 이에 귀찮음을 이기지 못한 나는 백신 1차를 맞고 이직을 한 뒤 얼마 동안의 기간이 지나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무던히 지나간 1차를 기억하며 2차도 그렇겠지 싶었으나 3일을 넘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팔이 욱신거리는 건 둘째고 두통이 심해 도저히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3차 접종을 완료해야 '방역패스'를 준다니 벌써 백신 여파로 온 몸에 오한이 드는 듯 했다.
얼마 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취재한 바 있다. 당시 주목했던 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이들의 돌파감염이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돌파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유명인을 비롯해 해당 사례가 증가하고 있었다. 연예인들에 비해 사람과의 접촉히 다소 적은 일반인들까지도 이같은 돌파감염이 계속되고 있는건데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백신까지 맞은 다음에는 도대체 어떤 방법이 코로나19 전파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며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계속 됐다. 잇단 거리두기 정책으로 '종식'이라는 희망고문을 했으나 확진자수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2년간의 대응이 '대응력'을 키웠다고 생각해 위드코로나를 시행하게 됐다.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번아웃'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게 큰 이유로 작용했다. 그런데 웬걸,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연일 7,8008명 선까지 높아졌다. 대응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던 정부는 결국 거리두기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2주간 사적모임을 제한하며 영업시간 역시 9시로 줄였다. 어쨌든 모이는 걸 사전에 차단하면 코로나19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예측에서 나온 조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당시 국내에서 확진자 1명만 나와도 그동안의 동선이 뉴스에 아주 자세히 나왔다. 확진된 걸 주변에 숨기기 급급했을 만큼 걸리면 큰일나는 그런 병(?)이었다. 하지만 약 2년간 학습 끝에 독감과 엇비슷한 증상을 겪은 뒤 대부분 호전된다는 걸 알아차린 나를 비롯한 국민들은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어느정도의 일상생활 복귀를 해나갔다. 최근까지도 이 움직임은 진전을 보였고 위드코로나 시대 속 연말을 맞아 너나나나 약속을 잡았던 터였다. 하지만 거리두기 강화 정책으로 이번 연말 개인간 약속부터 회사 등에서까지 잡혔던 약속들은 줄줄이 취소됐다. 당연히 이 여파는 자영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른바 '연말 특수'를 노리며 준비한 많은 것들은 이제 갚아야 할 '빚'이 된 셈인 것.
코로나 확산세가 언제쯤 진정될 기미가 보일까 취재에 나섰다. 이른 아침 각종 회진으로 전화 연결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감사하게도 몇 번의 시도 끝에 대학병원 교수들의 현장 목소리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화가 아주 많이 난 상태였는데, 거짓말처럼 "의료 인력 충원과 병상 확보"를 말하며 정부에 쓴소리를 날렸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이미 코로나19 환자로 포화상태여서 재택치료를 하며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르는 병상을 기다리고 있단다. 이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환자들이 위중증 환자로 편입되고 있는데, 이 악순환이 끊기지 않아 일반 환자들까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 민간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보면 되는데, 병원은 어쨌든 이윤을 생각해야 하니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기조가 있단다. 자연스럽게 의료 붕괴는 심화하는데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한정적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 의사는 "2년간 병상 확보를 안했는데 2주간 그게 가능하겠냐"며 수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을 토로했다.
얼마 전 침대에 누워 시청했던 한 유튜브 채널 콘텐츠가 떠올랐다. 여행 유튜브였는데 인도를 방문해 숙소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거기서 만난 한 인도인의 말이 눈길을 끌었다. 유튜버가 "인도는 하루 수십만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데 현재는 마스크도 잘 안 쓴다"고 물으니 그 청년은 "당시 너무 심했던 상황을 겪은 뒤 현재는 병상과 의료 인력 등이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할 만큼 충분히 정비돼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물론 쏟아지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집단 면역이 형성돼 이같은 조처가 가능하지만 인도의 경제적, 의료적 상황을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이 청년의 답변을 들은 한국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공무원 친구를 만나 커피를 한잔 마셨다. 공교롭게도 이 친구는 시청의 소상공인과에 근무하고 있어 이 사태가 불거진 뒤로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오늘도 답답함을 꺼내놨다. 이 친구는 "거리두기 강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 지원금을 또 준다는데, 솔직히 그 돈으로 월세를 낼 수나 있겠나. 그냥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그 정책을 발표한 뒤 20분이 지나 기사를 보고 소상공인들의 민원 전화가 빗발쳤는데 우린 유관 부서이면서도 추가 정책을 알지도 못했다. 그들에게 '저희도 기사 보고 알았다'고 말하는 게 맞는 순서냐"고도 했다. 이 이야기를 나누며 별 위로(?)는 건네지 못했으나 소상공인도 친구와 같은 공무원도 모두 이해가 갔다.
요즘 운전을 하며 초등학교 혹은 유치원에 더 눈길이 간다. 아주 고요한 그 공간들은 사실 아이들의 장난 소리와 이를 말리는 선생님들의 불호령이 뒤섞인 활기참이 넘쳐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커져가니 그렇다. 어쨌든 미래 세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그 부재에 따른 여파를 언젠가 지불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평생 마스크를 써야 할지도 모르는데 정말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악순환은 교육뿐만 아니라 취업, 경제 등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고 있고 곳곳에서 시름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이맘때는 내년이 괜찮겠지 했지만 올해 또다시 내년의 괜찮음을 소원하고 있다. 과연 2주 뒤엔 그리고 2022년에는 좀 더 나아지고 바뀐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