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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an 26. 2022

취미가 일이 된 직장인의 취미 찾기

카페에 앉아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며 시시콜콜한 고민 따위를 해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Paul 제공

지난 25일 퇴근 후 평소 친하게 지내던 편집기자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특별히 비싸거나 맛있는 메뉴를 선정해도 됐지만 하루 동안 꽤 많은 곳에서 치였던 우린 소소한 음식을 택했다.


밥을 먹으면서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우선 그동안 만나지 못했기에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간단하게 나눴다. 이후 우리의 대화 주제는 줄곧 일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그날의 주요 이슈가 뭐였는지, 어떤 기사가 많이 읽혔는지, 취재를 하면서 있었던 일화, 선후배들의 퇴사와 이직 등 남들은, 정확히 말하면 언론계 종사하지 않으면 매우 재미없는 그런 대화였다.


식당에서 주문했던 달걀말이가 늦게 나왔던 것도 대화가 이어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우리는 근처 카페로 이동해 문을 닫을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새삼 역할은 달라도 같은 분야에서 일한다는 게 아주 큰 위로가 되는구나 싶었다.


어느정도 일의 뒷담화를 마친 우리는 자연스럽게 취미로 대화 주제를 바꿨다. 내겐 참 골치가 아픈 고민거리였다.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데 딱히 해줄 대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문제인가 싶어 선배들에게 물어봤다. 연차가 아주 높은 선배들은 '골프'라고 단번에 답을 주셨으나 나와 비슷한 또래의 선배들은 "없다"는 회신을 줬다.


그러면 퇴근 후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루 온종일 취재원, 데스크와 입씨름을 하면 진이 다 빠져 이른바 '저녁있는 삶'을 꿈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냥 간단한 저녁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 발제를 찾고 얼른 자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기자가 아닌 주변 직장인들의 저녁시간도 큰 다름은 없었다.


그래서 종종 SNS를 보면 부러운 이들이 있었다.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거나 커뮤니티성 운동을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그렇다. 황금 인맥이 본인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건지, 아니면 나와 다르게 부지런함이 몸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건지 신기했다. 전자의 경우를 내 삶에 대입했을 때 위로를 받지만 후자의 경우를 비춰봤을 땐 단조롭게 사는 내가 썩 멍청해 보였다.


어제 만난 편집기자는 취미가 축구라고 했다. 한 친구와 동네에서 장난스럽게 공을 차다가 너무 개발인 자신을 한탄스럽게 여긴 것이 시작이란다. 이후 축구에 필요한 운동과 기술을 잇따라 연마한 뒤 지역 축구단에 들어가 경기에 뛰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편집기자의 몸이 왠지 나보다 더 건강한 것 같았다. 꾸준히 못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두번은 경기를 뛰려고 한단다. 두번도 대단한 의지라고 느껴졌다.


취미가 꼭 SNS에 자랑할 만큼의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된다고 본다. 하지만 당장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조급한 마음이 드는건 사실이다. 딱 지난 6개월을, 아니 2022년이 시작되고 지나온 25일을 돌아봤을 때 나의 저녁과 주말, 여가시간은 건설적이지 못했기에 그렇다. 건설적이란 단어가 너무 강박인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이 많은 시간 동안 누워서 유튜브를 시청한 모습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이야기다.


브런치를 쓰는 것도 하나의 취미다. 어쨌든 평소 하고 싶었던 말과 생각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 끄적일 수 있으니 나름 멋진 취미다. 하지만 학창시절의 취미가 직업이 된 자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걸 취미라고 말하는 건 마치 우물 안 개구리인가 싶기도 하다.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닌가.


어쩌면 취미를 찾아야 한다는 입버릇을 가진 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살아갈 하루 가운데 의미를 좀처럼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2021년도 정말 빨랐는데 2022년도 지난해와 엇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우세해서 말이다. 과연 내가 가져야 할 의미가 담긴 취미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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