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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Mar 25. 2022

꿈있는 청춘은 실재할까

대학 도서관에 들어서자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마냥 부러워진다면 지나간 세대에 이미 올라탄 걸까. Paul 제공

지난 23일 저녁 당직 근무를 하러 회사로 들어갔다가 늦게 마치는 김에 대학원 공부를 하는 동생을 데리러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좀 일찍 퇴근한 뒤 곧장 집으로 가 늘어지게 쉴 수 있었지만 굳이 동생에게 향한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대학생들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어서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가 곱씹어 본 대학생활은 '미래 준비를 위해 매몰된 초췌한 나'가 다였다. 이맘때쯤 도서관 앞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눈길 조차 주지 않았으니 얼마나 경직되고 조급한 마음으로 대학을 다녔는지 알만 하지 않나. 유수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요즘, 신입생 때부터 술집이 아닌 도서관을 찾는다는데 정말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때마침 동생이 도서관을 나오고 있었다. 손을 씻기 위해 동생에게 학생증을 받아 도서관 1층으로 들어갔는데 양쪽으로 뚫려 있는 열람실이 눈에 들어왔다. 곧 시험기간임을 감안해도 꽤 많은 학생들이 잠자코 앉아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후 화장실에서도 한 남학생을 마주했는데 한손에 책을 들고 나타난 것 아닌가. 대단하단 생각을 스치듯하며 화장실을 나와 다시 열람실 쪽을 바라봤다. 보기만 해도 젊음이 가득한 얼굴의 청년들이 자신이 지참한 책에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한국의 현실이 참 지독하게 여겨졌다. 결단코 자신만의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학생들까지 싸잡아 획일화 된 평가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대학생들 대화 가운데 'NCS 언제부터 준비했어?' '인적성 강의는 N학년 때부터' '취업을 위해 전과를 해야 하나' 등이 다수를 차지 하지 않나. 최근 대학가 근처 카페를 방문해서 귀동냥으로 들은 대화도 이와 비슷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감내하며 열람실에 모여든 그들의 얼굴은 참 반짝반짝 빛이 났는데, 문 밖 멀리서 이를 본 나는 아쉬운 한숨을 내뱉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꿈이 아닌 목표가 어디냐고 묻는 게 관례가 됐다. 그래서 사실 학생 몇명을 무작정 붙잡고 묻고 싶었다. 가진 꿈이 무어냐고 말이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꿈이라고 말한 것들이 결국 직업과 결부된다. 나조차도 평생하고 싶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의 묘사를 직업이란 단어로 설명했으니 어쩌면 남들과 다르게 있어보이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허영이 아니었나 반성해본다. 그렇다면 차라리 목표를 묻는 게 훨씬 현명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곧 서른인 내가 자꾸 대학가를 기웃거리는 이유가 뭘까. 지금 이뤄놓은 걸 생각하면 썩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더 끌리는 법이지 않나. 후회하지 않기 위한 청춘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돌아보니 적잖은 것들이 결여돼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다시 대학을 가자니 23학번 동기들이 날 놀아줄까 싶기도 하다. 대학 다닐 때 '학생이 제일 좋은 거다'란 어머니의 말은 지독한 잔소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장 공감가는 격언이 됐다는 걸 인지하며 울적해지는 날이 부쩍 많아져서 그렇건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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