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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an 11. 2024

빠듯하다

EP 06



'이제, 뭘 해야하지?'

'네 경험과 정보를 정리해야지..'

'그러고 나서는?

'정리한 것을 글로 적어야지..'

'글로? 그냥 유튜브가 낫지 않아?' 

'유튜브는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해야되잖아..'

'그래? 나 못하는데.. 그거..'

'하.. 이 나이에 뭘 또 배워야 하나?'



    위에 적은 짧은 대화는 코로나 때문에 14년 동안의 영어 강사로써의 생활을 잠시 접은 후 내 안의 또다른 나와 수없이 반복해서 나누었던 대화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약 1년 간의 방황 끝에 내가 가장 먼저 다시 시작한 것은 지난 10년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농구였다.



    동네 농구가 프로농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도 선수의 역할일 것이다. NBA나 KBL이나 상관 없이 프로 농구에서는 각 선수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우리팀의 포메이션과 작전은 모두 다 각 선수들이 가진 재능과 특징에 맞게 짜여진 것이며, 각 선수는 한 골을 넣기 위해서 팀이라는 하나의 큰 로봇의 각 부분을책임지고 맡은 바 임무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해야 한다. 현대 농구의 흐름과 선수들의 역할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네 농구에서는 서로에게 그런 역할을 맡기지 않는다. 그저,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그 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리고, 이 때 팀의 각 선수는 플레이의 상황에 따라서 1번(가드)부터 5번(센터)까지의 모든 롤을 맡을 수 있다. 키가 작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서는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덩치가 큰 사람도 빠르게 드리블을 하여 돌파를 한다.


농구라는 스포츠의 목표를 놓고 보았을 때, 프로 농구에서 중요한 것은 골이라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이며, 그들만의 전술과 조직력을 통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가장 큰 성취라고 한다면, 동네 농구에서의 성취는 위에 언급한 그런 것들보다는 선수 자신들이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나 기회를 얻는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얼마만큼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인 것이다.


학원을 이끌 때는 내가 나의 역할만 감당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가 하나의 완전한 기업처럼 마케팅에서 수업까지 모든 것을 감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내 인생에 매우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지난 내 인생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추구했다. 내가 잘 하는 것만 하려했고, 그것 속에서의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하고 또한 노력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가지를 치고 확장시켜서 마침내 토플 강사가 되었으며, 통역사가 되었다. 


그러자, 내 마음 속에는 어느새 내가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며, 어느 정도 성공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가득찼다. 그러나, 그 생각은 전혀 올바른 생각이 아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맞이하게 된 지난 3년 간의 타의적인 "언택트(Untact)"시대는 그러한 나의 생각이 분명한 나의 자만이며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알려주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은 철저하게 하지 않았고, 하려는 시도조차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너는 어떤 것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밥먹듯이 하고 살았지만, 정작 내 자신에게는 "너는 너가 잘하는 것만 하면 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 또래의 부모님들이 전성기를 보내셨던 7,80년대에나 통했던 생각이라는 사실을 지난 약 3년 간 절실하게 깨달았다.


정보와 과학이 10년 전과는 너무나 다르게 빨리 발전하고 있는 지금은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Variety)한 시대이며, 또한 더 이상 한 사람이 한 가지의 직업만을 가지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 이 시대는 영어강사도 마케팅을 배워야 하며, 통역사도 영상편집을 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현재 우리 주변에는 자기가 가진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여러 줄기의 가지를 치고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세상에 정말 많다. 이제는 좀처럼 자신의 이름과 실력만 가지고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사회가 되었으며, 이러한 사회 속에서 무언가 한 가지 잘하는 것이 있다고해서 뛰어나게 성공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으며, 이제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자신이 가진 전문성과는 크게 상관없이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인생의 2쿼터가 끝나갈 때가 다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은 것에 대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수립한 계획을 직접 실천하기까지는 또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똑똑하다"는 말이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는 언제나 전교에서 1,2등을 다투었고, 3등이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었다. 그뿐이었겠는가? 나는 노래도 잘해서 학교 합창단의 앞자리에서 늘 노래를 불렀으며, 학교에 장학사가 방문해서 참관수업을 하는 날에는 늘 앞에 나가서 발표를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모든 면에서 정말 뛰어난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똑똑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그날이 나에게도 오고야 말았다. 내가 처음으로 나의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에 방문한 학습지 선생님의 한 마디였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태권도나 피아노, 또는 주산학원 정도였다. 영어학원은 아예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물론 지금은 학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시에 나는 전교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좋은 성적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학원은 학교에서 공부를 정말 못하는 아이들이나 다니는 '나머지 공부반'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집으로 찾아온 학습지 선생님 앞에서 시간에 맞춰 수학 문제 몇 개를 풀고 난 후에 들었던 말은 "너무 빠듯하다"는 말이었다.


'빠듯하다? 그게 무슨 뜻이지?' 당시에 그 단어를 듣고 내가 생각했던 말이다. 나중에야 '빠듯하다'는 단어의 의미가 "어느정도 겨우 따라올 만하다"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당시에는 그 단어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좀 충격을 먹은 것은 그 선생님의 말보다는 행동이었다. 어머니께 "아이의 실력이 좀 빠듯하네요"라는 말을 하면서 고개를 저으며 표정이 조금 굳어지는 그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내가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마음이 졸아들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날의 경험은 그때까지의 나의 열 몇살의 인생 중에서 아마도 가장 충격을 받은 날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생각한다. 어쨌든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몇 달 뒤인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나를 나보다 한두살 많았던 사촌누나들이 있는 부산 외할머니댁으로 보내셨고, 그곳에서 나는 사촌들과 함께 방학 내내 수학을 공부해야만 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가 뭐냐고?

하... 그러게...

어린아이 앞에서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것? 어린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말을 할 때 표정을 곱게 지어야 한다는 것?


아니다. 오늘의 주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무언가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면; 또한, 주변에서도 나를 그 분야에서만큼은 인정해준다고 해도,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성취해야할 그리고 도달해야할 목표는 훨씬 더 위에 있다는 사실이며, 요즘 시대의 성공의 정의와 과정은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오늘의 주제이다.


그리고, 그것을 빨리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 진정한 성공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동네농구

#똑똑함

#현실자각

#성공



To the Next Episode..



Q: 2024년 다이어트와 금주(금연) 중에서 여러분이 더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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