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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Mar 17. 2024

냄새의 기억 part 1

EP 04

그날 처음 발을 내디딘 외국의 하늘이 너무나 맑고 파랬다. 사진은 2022년 한국의 하늘




내가 아버지를 따라서 외국 유학을 길을 오른 것은 15살 때였는데, 처음 이국 땅에 발을 디뎠을 때 가장 처음 느낀 것은 하늘이 파래도 너무 파랗다는 것이었다.


나를 데리러 공항으로 온 밴을 타고 숙소로 가던 도중에 나는 같은 파란 하늘인데도 한국의 하늘과 비교해서 그곳의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는 이유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아, 냄새 때문이구나.'


사실, 내가 비행기에서 내려서 가장 먼저 다르다고 느낀 것은 냄새였는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이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이라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내 코가 고장 나 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고향 한국 땅과 다른 냄새는 주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으며, 그 냄새는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분명 내가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것을 알려고 있었다.


그날 내 코에 처음으로 스치는 외국의 냄새와 파란 하늘은 서로 매우 어울렸고,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그날의 냄새와 파란 하늘은 내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각각 민감한 감각이 하나 정도는 있다고 하는데, 나는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나는 공항에서부터 이어진 그 냄새의 출처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아낼 수 있었는데, 한국과는 다른 그 전반적인 냄새의 출처는 바로 '사람'이었다. 공항에 가득한 각기 다른 인종의 사람들 냄새가 섞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제야 나는 내가 멀리 이국 땅에 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동안 그 냄새는 내가 어딜 가던지 내 코를 따라왔다.


나에게 그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그 "외국냄새"가 내 코에서 사라질 즈음에 나는 사람의 냄새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모든 인종이 다른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곳의 학교를 다니기 위하여 내가 목표로 삼은 학교의 ESL 코스에 등록하여 영어를 먼저 배워야 했는데, 그 학교는 미국대학교가 운영하는 국제학교라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내 또래의 학생들이 나와 같은 수업을 들어야 했고, 나도 그 학생들과 함께 현지 학교 적응 영어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ESL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버지와 함께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을 만나서 짧은 인터뷰를 해야 했는데, 그분은 단정한 단발의 헤어스타일을 한 미국 여자 선생님이었고, 목소리가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만 같은 귀여운(?) 목소리를 가진 분이었다.


이 때도 나는 어떤 특정한 냄새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인터뷰를 하러 교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내 코에 느껴지는 냄새는 무언가 좀 눅눅하면서도 달콤하고 고소한 치즈냄새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냄새의 출처는 바로 그 교장선생님이라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미국 사람의 몸에서는 무언가 치즈냄새 같은 냄새가 은은하게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국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면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하게 냄새를 맡으면서 다른 미국인들과의 냄새를 비교하기도 했다.(나는 절대 변태가 아니다ㅎ)


의외였던 것은 아프리카 사람들이었는데, 케냐에서 온 에드몬드(Edmond)라는 친구는 하얀 이를 제외하고는 온몸이 다 초콜릿 같은 색깔이었는데, 그 친구의 몸에서는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나와 꽤 친해진 에드몬드에게 나는 '왜 너의 몸에서는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아? 나는 처음에 네 몸에서 초콜릿 냄새가 날 줄 알았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에드몬드는 나에게 ‘나는 네가 마늘 냄새가 날 줄 알았어. 그런데, 별로 냄새가 없네?’라며 맞받아쳤고, 서로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최악의 냄새는 바로 파키스탄 친구의 암내였다.

ESL 과정을 끝마친 나는 목표한 학교에 편입을 하자마자 학교 농구부(Varsity)에 가입했는데, 학교가 국제학교였기 때문에 미국인, 아프리카인, 싱가포르인, 영국인, 중국인, 인도인, 파키스탄인, 한국인 등이 모여 있는 팀이었다. 팀원들에 비하여 키가 작았던 나는 1번을 맡아서 공을 운반하며 팀원들에게 기회를 만들고 공을 뿌려주는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우리 팀 중에서 유일하게 파키스탄에서 온 친구는 키가 커서 4번(파워포워드)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주로 나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공격의 합을 맞추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와 내가 재미 삼아 1 on 1을 할 기회가 생겨서 하던 와중에 둘이 동시에 리바운드를 하려고 뛰어오르려는데, 상대적으로 내가 키가 작다 보니 내 머리가 그 친구의 겨드랑이를 스치게 되었다. 그 순간, 내 코에는 내가 평생 못 맡아본 짜릿한 냄새가 스쳤고, 나는 리바운드를 하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그 친구에게 좀 미안하지만, 그 녀석의 암내는 정말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였고, 앞으로도 절대 맡기를 원하지 않는 역한 냄새였다. 나는 그 친구에게 말할 새도 없이 체육관 밖으로 뛰어나가서 구역질을 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파키스탄 친구들을 조금씩 피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 친구의 냄새가 좀 특별하게 심한 편이었다는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오해 때문에 피했던 파키스탄의 다른 친구들에게 지면을 빌어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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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이 맡아본 최악의 냄새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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