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3
*4분의 3 쿼터 파트 01의 에피소드 16과 18을 먼저 읽어주세요 :)
그렇게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하교를 한 그다음 날 아침, 나는 또다시 일찍 일어났다. 그 이유는 바로 김대훈의 무리들을 피해서 아주 일찍 등교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침 일찍 등교를 해서 교실에 먼저 가있으면, 나를 건드리지 못하겠지..'
나는 아직 사촌들이 다 자고 있는 6시에 혼자 일어나서 씻고 교복을 입고 가방을 챙겨서 집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큰 이모와 외할머니는 벌써 일어나 계셨고, 내가 집을 나서려고 하자, 왜 안 하던 짓을 하느냐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시면서 이유를 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대충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는데, 이것이 나중에 나를 구원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내가 가족들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드리고, 밥을 먹고 가라는 외할머니의 명령(?)에 따라 밥을 간단하게 먹고 나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직 김대훈의 무리들보다 내가 먼저 교실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나는 숟가락을 놓는 즉시 가방을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냅다 뛰었다.
내가 탄 버스가 학교 앞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것은 아침 7시 50분이었고, 아직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지만,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반은 3층에 있었는데, 나는 학교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들어가서 일부러 다른 학년이 있는 층의 복도를 통해 내 교실로 돌아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나의 선택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김대훈의 패거리들 중에서 대장인 김대훈이 등교를 나보다 먼저 한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우리 학년 학생들이 좀처럼 지나가지 않는 길로 돌아서 교실로 향하고 있을 때, 그쪽 복도에서 지하 1층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노란색 주전자를 들고 1층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김대훈에게 발각되었고, 김대훈은 나를 보자마자 주전자를 내려놓고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로 돌진해 왔다. 그 순간 나는 김대훈의 왼쪽 가슴에 노란색 당번 명찰이 달려져 있는 것을 보았고,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단 하나의 변수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 순간 김대훈에게 잡히게 되었다.
김대훈은 기분이 매우 좋은 것 같았다. 이틀 간의 추격 끝에 드디어 나를 잡았다는 승리감에 취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굴이 웃음으로 가득했고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 녀석은 나를 크게 혼내거나 갈구지는 않을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어제의 일도 있고 해서 그날 안전지대 재킷을 입지 않았는데, 김대훈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후문 쓰레기장으로 데리고 가면서 했던 첫 질문이 "왜 오늘은 안 입고 왔어?"였다.
김대훈은 쓰레기장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발길질을 하면서 자기한테 그 재킷을 줄 것이 아니라면 학교에 입고 오지 말라고, 이 학교에서는 자기네 패거리들만 그 브랜드를 입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때, 내가 그냥 "알았어. 안 입을게"라던지, "그래, 네 말대로 할게"라고 말했더라면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나의 MBTI는 ENTJ..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면 절대 수긍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나는 발길질을 당하는 중에도 김대훈에게 물었다. '왜 너희들만 입을 수 있냐고..'
김대훈은 맞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를 향해 큰 목소리로 질문을 해오는 나를 보고는 발길질을 멈추고 어처구니가 없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위협적인 손짓과 욕설.. 서울사람이자 당시 중2였던 내가 그때 서라운드로 들었던 부산 사투리의 욕지거리들은 정말 오금을 저리게 했다. 나의 창자를 다 빼내서 내가 보는 앞에서 줄넘기를 하겠다는 김대훈에게 나는 '사실 너 줄넘기를 잘 못하잖아'를 시전 할 뻔했으나, 끝까지 참았다.
그리고, 그 녀석은 당당하게 나에게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내가 그렇게 정했다 아이가? 내가 정했으며는 그렇게 해야 된다. 알긋나?"
나는 나름대로 당당하게 맞섰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은 나의 무의식에서 나온 나의 원래의 성향 때문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원래 초등학교 때부터 반에서 잘 개기기로 유명했다. 나는 나보다 덩치가 훨씬 큰 애들에게 맞으면서도 끝까지 째려보고 개겼다. 그것은 내가 아닌 내 속의 어떤 성향이었다. 개기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남은 괴롭히는 놈들을 보면 뭔가 끝까지 개기고 싶었다. 오죽했으면, 초등학교 때 반에서 누가 가장 무섭냐고 묻는 질문에 몇몇 친구들은 내 이름을 말했을까..
나는 초등학교의 기억을 되살려 일진 김대훈에게 개겼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리드미컬한 부산 사투리 욕설과 손찌검의 제스처였고, 김대훈이 만들어 내는 공포의 분위기 속에서 나의 의지는 자꾸만 나에게 굴복하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일진
#중학교
#안전지대
#전학생
#부산
Q: 여러분은 학창시절 주로 누구로부터 도망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