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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Mar 22. 2024

영어를 잘하지 못해

EP 06

유학을 가서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약간 이런 느낌이었다 (출처: 구글)

'야, 너두?'

'야, 나두!'

'야! 너두 할 수 있어!'


위의 유명한 캐치프레이즈는 아직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가기 전인 2019년,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던 도중에 나의 눈과 귀; 아니,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한 온라인 광고이다.


조정석이 수트를 입고 멋지게 등장해서 스크린 앞의 시청자들과 눈을 맞추며 "야! 너두 할 수 있어!"라고 속삭였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아직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로 '그래! 나는 할 수 있어!'라고 함께 외치게 만들었던 그 광고는 바로 한 영어회화 프로그램의 광고였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누구나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집안에서 얼마든지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지만, 그렇게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미루고 미루다가 언어를 충분한 수준에 오를 때까지 배우지 못하거나 오히려 배우기를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유학을 갔을 때, 나는 중학교 3학년이었고,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되지 못하는 수준의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며 나름 학교 영어시험에서는 거의 만점을 받을 정도는 되었지만, 90년대 중반 초등학교에서 가르쳤던 영어는 말 그대로 기초적인 영어였고, 중학교에 진학해서 배웠던 영어도 전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실용적인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먼 이국 땅에서 원어민들의 때깔나는 발음으로 듣는 영어는 사실 나에게 있어서 마치 버터로 만든 높은 벽이 나를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영어를 못했던 내가 어떻게 원어민들의 틈에서 살아남아 대학교까지 다녔는지 정말 기적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유학 초기 당시의 나의 영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영화 속의 모든 주인공들은 다들 역경을 딛고 레벨업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당연하게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영어를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친구를 사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친구를 사귀고보니 그 친구 덕분에 영어실력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우였다.


내가 ESL 과정을 밟으면서, 처음 사귀게 된 친구는 원어민은 아니었지만, 아프리카에서 온 에드먼드(Edmond)라는 키가 큰 동갑내기 남자아이였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어린 학생이 친구를 만들 때는 그 과정이 거의 비슷한 것 같다. 교실에서 처음 만나서 통성명을 하고, 함께 학교활동을 하면서, 비슷한 관심사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는 것 등이 바로 그런 과정이다. 나도 역시 에드먼드와 그렇게 친해지게 되었는데, 몇 주 지나지 않아서 학교에서는 언제나 함께 점심을 먹고, 아침에 학교에 도착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찐친이 되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20대이거나, 혹은 20대 미만이라면, 나는 가장 빨리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 당장 가서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원어민이 아닌 제2언어로 사용하는 외국인을 사귀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로 미국인이나 영국인, 또는 캐나다인 같이 영어가 모국어인 원어민과 대화를 하게 되면, 웬만큼 강한 E 성향이 아니고서야 무언가 말을 할 시도도 하지 못한 채로 주눅이 들어서 입을 닫고 시종일관 얼굴이 굳은 상태로 고개만 끄떡거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가 제2, 또는 제3 언어인 국가에서 자란 외국인들과의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여러분의 유창성(Fluency)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친구들은 여러분보다 영어를 잘하면서도 여러분처럼 배우는 과정에 있으며, 또한 지금까지 영어를 지속적으로 습득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수준까지 영어실력을 올려줄 방법을 여러분에게 알려줄 것이며, 여러분의 이상한 영어에 그들의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이 30대 초중반 이상이라면(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EFL 환경에 맞는 영어학습 시스템을 선택하여 지속적인 Input(Reading and Listening)을 주어서, 먼저 여러분들의 영어의 그릇을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


ESL 과정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나자 우리를 전담하시던 교장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의 학생들이 서로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하셨는지, 영어권에서 온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멘토(Mentor)-멘티(Mentee)의 관계로 묶어주셨는데, 당연히 에드먼드가 나의 멘토가 되었고, 나는 그 친구 덕분에 약 2개월 만에 미국인들과 충분히 일상적인 대화를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할 정도가 되었다.


사실, 멘토와 멘티의 관계는 별개 없었다. 그저 함께 학교에서 하루를 보내며, 바로 곁에서 학생의 삶을 사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삶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대화를 당연히 영어로 해야 했으며, 처음에는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손짓 발짓을 섞은 “수화"를 하던 내가 2주일쯤 지나자 간단한 단어를 사용하여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고, 2달이 지나자 좀 짧지만 온전한 문장으로 대부분의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Pencil case(필통)"도 몰라서 설명하려면 공중에 그림을 그려가며 땀을 뻘뻘 흘리던 내가 유학을 간 지 3달 만에 미국인과 긴 문장이 간혹 섞인 짧은 문장들로 일상적인 대화를 하게 된 것이다.


내가 이런 경험을 통하여 발견한 것은 어떤 새로운 언어를 배우더라도 유창성(Fluency); 즉, 내가 말하기를 원하는 문장을 어떤 문법적인 실수나 표현적인 한계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거침없이,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말로 내어 놓는 훈련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를 해도 좋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 말이다. 고급진 표현이나 원어민스러운 문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천천히 배워나가면 되니까 말이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내가 할 수 있는 표현부터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하나씩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내 영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의 귀에 정확한 의미를 가지고 전해질 때가 올 것이다.



#영어

#영어를잘하려면

#유학생활

#영잘알

#영어초보탈출



Q: 현재, 여러분의 삶에 영어는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가요? 만약, 맞다면, 어떻게 공부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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