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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Nov 11. 2018

몸과 마음을 더 잘 알기 위한 공부, 요가 해부학

요가 해부학 수업에서 배운 점 3가지

지난 일요일, 요가 해부학 원데이 클래스에 다녀왔다. 정확히는 척추 해부학에 대한 요가 해부학 워크샵이었다. 이 워크샵은 용산역 근처의 아힘사 요가 & 명상 스튜디오에서 열렸는데, 이 공간을 운영하시고 계신 권수련 대표님께서 강의를 해주셨다. 이 분의 저서로는 <요가 아사나 해부학의 모든 것(2016)>, <요가 아사나 지도법(2016)>, <알아차림 명상(2018)>가 있다.


지금은 퇴사를 했지만 회사를 같이 다니던 동료이자, 가끔 요가를 함께 하는 친구가 이 워크샵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보자마자 내가 꼭 들어야 하는 워크샵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등록했다. 요가를 1년 넘게 하다 보니 동작에 대해서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나는 몸을 제대로 쓰는 법을 익히지 못했고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여기에, 꼭 이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은 '척추와 신체 구조를 바탕으로, 바른 정렬과 디스크 걱정 없이 요가를 하는 방법'이 주를 이루어 진행되었다.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요가 해부학 워크샵에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한다.



#1 요가는 자각이다.


강사님께서는 척추 해부학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요가의 기본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과연 우리는 요가를 왜 하는가? 단지 신체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라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운동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왜 그중에서도 요가를 선택하는가? 요가는 나을 자각하여 조화롭게 만든다. 그럼 자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체크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 몸을 잘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 내 몸의 상태가 어떠한가? 어제는? 오늘은? 매일 조금씩 다를 것이다.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자기 몸을 같은 기준으로 자각하기 위해서 요가를 하기 전에 몸을 풀지 말라고 가르친다. 만약 동작을 하기 전에 몸을 풀어버리면 내 몸을 체크할 수 있는 기준이 무너져서 올바른 자각을 하기 어렵다.


자각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 몸에 집중을 하는 것이다. 잘 바라보기 위해 마음이 내 몸에 향해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유혹의 거리들이 있어 마음이 몸에 가있기가 너무 힘들다. 현시대의 우리의 마음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기 자신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가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 안에 그리고 내 몸에 마음이 가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세상에 많은 스포츠를 보면 계속 마음이 내외부를 왔다 갔다 해야 할 수밖에 없는데, 요가는 조금 다르다. 집중의 대상이 다른 데 가있으면 요가가 아니다. 그래서 요가 수련에는 중요한 3가지 요소 '호흡, 반다, 드리시티'가 있는데, 이것은 내 몸에 마음이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집중할 대상을 만든 것이다. 호흡은 숨을 마시고 내쉬는 것, 반다는 에너지를 머무르게 만들기 위해 신체를 조이는 것, 드리시티는 시선이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것이다. 마시고, 조이고, 바라보는 것을 통해 마음이 몸에 와있는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마음을 몸에 집중하는 것을 통해 내 심신이 조화로워져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우리는 우리 몸을 자각할 만큼, 마음이 몸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제대로 우리 마음이 몸에 머무르게 하려면, 우리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요가 동작을 할 때 내 근육과 뼈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우리 몸에 대해 먼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자각에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요가 해부학을 배우는 것이다.



#2 내 몸이 생긴 대로 요가를 하자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내용을 우리 몸에도 적용하자면 '우리 몸의 생김새는 이미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를 따라 만들어졌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다시 말하면 근육과 뼈의 모양과 형태는 우리에게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려주고 있다. 


윗부분이 얇고 아래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인간의 척추 디스크 모양은 중력의 하중을 버텨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 것의 증거이다. 팔과 다리가 가동할 수 있는 범위는 팔꿈치 또는 무릎에 있는 멈춤 장치 역할의 뼈가 결정을 한다. 또한 척추의 등 쪽 부분은 어느 각도 이상 꺽지 못하게 멈춤 장치 역할의 뼈가 막고 있어 가동범위가 크게 나오지 못하며, 허리 쪽은 멈춤 장치 역할의 뼈가 여유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어 허리를 뒤로 꺾는 후굴 자세, 즉 백 밴딩이 가능하다. 갈비뼈는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장기들인 심장과 폐를 보호하기 위해 흉곽을 감싸고 있고, 두개골은 우리 몸의 조종 장치인 뇌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딱딱하게 만들어졌다. 우리 몸은 이미 우리가 우리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뼈와 근육 등의 형태로 남겨놓았다. 우리는 거기에 맞춰 몸을 써야 하는 것이다.


요가 동작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사님께서는 요가를 하는 몇몇 분들께서 해부학 구조에 맞게 동작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그 이상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씀하셨다.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남들보다 더 어려운 동작을 하기 위해 몸을 정말 끝까지 써서 가동범위를 벗어나는 동작들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잘못하면 큰 고통을 겪을 수도 있고, 부상의 위험도 크다. 사실 인도에서는 그런 어려운 동작을 수련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것은 성취감이나 욕심 때문이 아니라 인도의 종교와 철학적 전통 때문이라고 한다. 전생의 행위가 후생의 삶을 결정하는 카르마, 즉 그들에게 주어진 업보를 벗기 위해 고행을 자처하는 것이다. 감각적 욕망을 내려놓는 고행을 통해 정신을 벼리는 인도 사람들의 전통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행을 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골격 구조대로, 가동범위 내에서 우리 몸이 생긴 대로 요가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요가 해부학 공부를 더 많이 할 수도록 요가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3 운동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몸을 쓰자


사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요가 동작을 하면서도 그 동작이 어느 근육을 위해 하는 것인지, 어디에 도움이 되는 동작인지 잘 모르고 하시는 경우들이 많다.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선생님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시니까 외형을 그렇게 만드는 데 치중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은 선생님이 이 동작은 어떤 부위에 특히 힘을 주고, 어떤 근육을 늘리려고 하는 동작이라고 설명을 해주실 때가 있다.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자세를 취했을 때 확실히 더 자극이 강하고 수축과 이완이 잘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이제 요가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요가 동작을 조금씩 느끼고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목적으로 그 동작을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지도자 과정까지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더 잘 알고 요가를 하면 더 빨리 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것은 효율의 문제다. 똑같은 동작을 해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어떤 동작을 할 때 신체의 어느 부위를 신전시키고 수축시키고 이완시키는지 등의 운동 목적을 확실히 알고 바른 정렬로 동작을 한다면 운동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고, 그냥 외형을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맞추는 것으로는 효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강사님께서는 최소한의 운동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요가 해부학을 배우셨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이 게으르셔서 원리를 잘 알면 딱 그 운동으로 최고의 효율을 얻어 낼 수 있다고 하셨다. 꽤나 재미있는 접근이었고 나도 요가 해부학을 좀 더 정확하게 배워 내가 하는 동작들의 목적을 제대로 알고 바른 정렬로 요가를 수련하여 최고의 효율을 얻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 해부학 수업을 들으며 배운 3가지와 느낀 점들에 대해 나눠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요가를 하고 있었지만 내 몸을 잘 알지 못하고 동작을 취하고 있었고, 내 몸을 자각하기보다는 내 욕심을 위해 동작을 하고 있었고, 내가 하는 동작이 내 어딘가를 바꿀 것인가에 대한 것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사실 2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수업을 듣고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해야 할까? 


내 몸을 좀 더 잘 알고, 동작들과 몸의 상호작용에 대해 더 잘 알아야, 좀 더 제대로 된 요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계속해서 공부를 더 해갈 것이고 앞으로 내 요가는 더 좋아질 것이다. 욕심은 버리지만 더 바르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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