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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Dec 16. 2018

언제나 초보처럼 요가하고 싶은 남자

요가하는 남자 인터뷰 #1 임재욱을 만나다

2주 전쯤, 제 브런치 및 SNS에 '요가하는 남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습니다. 요가하는 남자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분들의 경험과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어떤 분들이 연락이 올까? 아무에게도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닐까? 과연 다른 요가하는 남자분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저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브런치와 인스타 댓글로 20명 가까이 연락을 주셨고, DM을 통해서도 10명이 넘는 분들이 직접 메시지를 주셨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에 공감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지금도 한 분 한 분씩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가까이 사시는 분은 직접 만나 뵈려고 하고, 멀리 계신 분들은 통화로 그분들의 삶과 요가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요가하는 남자 인터뷰를 해주실 분은 사실 제 지인이자 친한 동생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거창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인터뷰 진행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인터뷰이는 제 주위에서 찾아봤어요. 제 대학교 후배이자 좋은 인생 친구이며, 그리고 종종 요가를 함께 했던 분을 첫 인터뷰 실험상대로 모셨습니다. 바로 임재욱 님입니다. 그의 요가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안녕하세요, 임재욱입니다.
유통회사에서 해외 상품 소싱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만나는 것, 끊임없이 지식과 트렌드를 습득하는 것을 좋아해요.
정 많고 욕심 많은 직장인으로 소개해주세요.


Q. 요가를 하신지 얼마나 되셨고,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요가를 시작한 지는 1년 6개월 정도 되었어요. 사실 요가에 대해 관심은 시작하기 전부터 있었는데요. 한국에서는 요가가 여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주위의 시선 때문에 관심 있다고 바로 시작하긴 어려웠어요.

후쿠오카 여행을 간 적 있었어요. 저는 외국에 여행을 가면 meet up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재미있는 모임이 있는지 살펴보는데요.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처음 요가를 경험하게 되었어요. 해외를 가면 평상시에 안 하던 것을 제약 없이 해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요가가 생각보다 재미있고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후쿠오카 여행에서의 요가 수업을 계기로 국내에 와서도 meet up으로 요가를 찾아보게 되었고, '줄리'라는 러시아 출신 선생님이 이끄는 요가 프로그램을 발견했어요. 외국인들과 함께 하는 클래스인데요. 매주 토요일 오전에 송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1년 넘게 줄리의 클래스를 통해 요가를 하다가, 최근에는 집 앞에 요가원이 생겨서 주 3회 반을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집 앞에 있어서 다니기 딱 좋더라고요.

 

Q. 어떤 요가를 주로 수련하시나요?

요가 센터의 월수금 저녁 수업을 주로 듣고 있는데, 시바난다, 아쉬탕가, 빈야사, 아로마테라피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요가 종류에 신경 써서 수업을 듣기보다는 그냥 제가 갈 수 있는 시간에 수업을 듣고 있어요. 시바난다 요가는 초보자들도 무리 없이 따라 하기 쉽고 물과 같은 부드러운 요가예요. 아쉬탕가 요가는 힘을 많이 써요. 매번 루틴 하게 같은 동작들을 반복합니다. 빈야사는 다양한 동작들을 물 흐르듯 연결해서 하는 요가예요. 땀도 정말 많이 나고요. 아로마 테라피 수업은 아로마 향과 함께 스트레칭 및 재활을 위한 동작 위주로 진행이 됩니다.

 

Q. 요가를 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요가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하루하루 제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에요. 매일 바쁘고 정신없잖아요. 내가 누구고,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평소에는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세상의 많은 일들에 대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있었거든요. 쉬이 비워낼 수가 없었는데, 요가를 통해 제 내면과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제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평상시 제 고민과 걱정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고. 생각 정리를 하고, 더 크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요가를 하기 전에는 몸이 항상 뻐근했다면, 지금은 피로도가 좀 덜하고 집중력도 전보다 더 좋아졌어요. 저에게 요가는 그날의 휴식과 다음날에 대한 에너지 재충전의 시간이에요. 몸을 쓰면 스트레스 해소에도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심신을 같이 수련하기 때문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죠.

 

Q. 요가가 운동 효과가 확실히 있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요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 수업만으로도 많은 땀을 흘리게 되더라고요. 사실 제가 헬스장을 다녔었는데, 잘 가도 하루에 올림픽 정신으로 30분 고작 하고 집에 갔었거든요. 그런데 요가 센터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동작을 하고, 선생님께서 자세를 교정해주시기까지 하니까 더 열심히 땀 흘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송도에서 열리는 줄리 선생님의 클래스

 

Q. 처음 요가 수업을 들었을 때, 남자라서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요?

사실 한국에서 요가는 여자가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요가를 남자가 하기에는 불편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후쿠오카에서 처음 요가를 외국인들과 했을 때 그 인식이 무너졌어요. 선생님도 남자였고 수강생들도 거의 절반 정도가 남자여서, 남자가 요가를 하는 게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았어요. 그리고 외국인만 있으니까 뭔가 창피하거나 민망하지 않았어요. 일상에서 다시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까 더욱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요가를 해볼 수 있었어요.

 

Q. 그럼 한국에서 경험한 요가센터에서는 어떠셨나요?

제가 다니고 있는 요가 센터만 해도 훨씬 여성분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여자 10명에 남자 1명 있을까 말까 해요. 저도 외국에서 요가를 해보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요가 센터에 등록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남자가 발레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당연히 남자도 발레를 할 수 있지만, 저에게도 고정관념이 있었나 봐요.

저는 그래도 외국에서 요가를 경험했고, 송도에서 줄리 선생님과 외국인들과 요가를 1년 가까이 한 다음 요가센터에 등록했기 때문에 민망하다거나 부끄러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남자로서 여자분들이 신경이 쓰이긴 합니다. 그분들이 저를 불편하게 생각하실까 신경도 쓰이고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맨 앞의 구석에서 주로 수업을 들어요. 그런데 막상 요가 수업이 시작되고 나면 동작을 따라 하기도 급급하기 때문에 주위를 신경 쓸 겨를도 없어요. 남들의 시선, 저의 시선 둘 다 신경 쓸 새가 없어요.

 

Q. 또 다른 외국에서 요가를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인도네시아의 발리, 우붓이란 도시에 가서 요가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우붓은 요가로 유명한 마을이에요. 수풀이 우거진 자연적인 경관을 가진 곳에서 요가를 할 수 있어요. 요가 반(Yoga Barn)이라는 센터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이 곳에서도 요가하시는 남자분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어요. 수업의 경우, 신체적인 동작의 수련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가 종류를 접해볼 수 있는데요, 정신적 수양이나 명상에 바탕을 둔 요가도 있었고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수업도 있었어요. 발리에 가시면 우붓에서 하는 요가 꼭 추천드립니다.


요가 반 앞에서 수업을 듣고 난 후의 임재욱

 

Q. 타국에서 요가를 접함으로써 남자 요가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요가를 해보고 싶은데 망설이고 계신 남자분들께 이렇게 팁을 드리고 싶어요. 먼저 외국 여행을 통해서 요가를 접해봐라! 한국 내에서의 고정관념이 외국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든요. 한 번 해보시면 분명 요가가 좋은 걸 아는데, 그 시작이 어려운 거죠. 타지에서 성별이 평등한 요가를 접하고 나면, 한국에서의 고정관념이 이상하게 느껴져요. 편견이 깨졌어요. 지금은 남자가 요가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Q. 재욱 님께서 요가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유치할지 모르지만, 출석이에요. 새로운 요가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는데,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꼭 가려고 해요. 일단 출석을 하면 꾸준히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출석을 하게 되면 수련을 하게 되고, 수련을 하게 되면 변화된 상태에서 내일을 맞이하는 긍정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사실 회사를 다니는 저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는 않아요. 하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뭐든 그렇겠지만 뭘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야 하잖아요. 시간 내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죠. 지금은 요가 수련이 삶의 중심이 되어서, 요가 시간을 먼저 염두에 두고 나머지 일정을 잡고 있어요. 요가원도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등록했고요. 멀거나 가기 불편하면 스스로에게 핑계를 주게 되더라고요.

 

Q. 좋아하는 요가 자세가 있으신가요?

업 독 자세를 좋아해요.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쫙 피는 과정에서 당당해지는 느낌이 좋아요. 그리고 요가의 꽃 사바아사나죠. 시체 자세라고도 하죠. 수련을 다 끝내야 맞이할 수 있는 쉼의 자세예요. 단순한 쉼 이상의 성취감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아합니다.

 

Q. 요가를 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조금 창피했던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요가 동작을 알려주시면 그걸 듣고 잘 따라가야 하는데 어려워서 정신없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주위 분들의 동작을 같이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동작을 따라가지 못해서, 옆에 있는 분의 동작을 따라 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분도 틀리게 동작을 하고 계셨었어요. 그분과 저만 다른 동작을 하고 있었어요. 틀린 동작을 따라 하고 있는 저를 보고 선생님도 웃으시고 다른 수강생까지 빵 터진 적이 있었어요. 아, 민망합니다ㅋㅋ
 

Q.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으실까요?

1년 넘게 송도에서 요가를 배운 외국인 선생님이 있어요. 러시아 출신의 요가 선생님 줄리입니다. 꾸준히 요가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고, 한국에서도 요가를 알리려는 의지를 가지고 계세요. 스스로 수련을 통해 계속해서 나아지려는 모습이 멋있으세요.

지금 제가 다니는 요가센터의 권유리 선생님은 수업 스타일이 저와 가장 잘 맞았고, 힘든 동작을 할 때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양한 옵션을 주시고 계세요. 제가 가능한 선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계속 수업을 듣게 됩니다.


인터뷰 전 줄리 선생님 수업을 함께 들었습니다.

 

Q. 요가를 배우면서 가장 기억나는 말이 있다면?

자세를 올바르게 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 새기게 되었어요. 몸의 자세를 올바르게 하면, 신체적인 자세뿐만 아니라 마음의 자세도 올바르게 변하는 것 같아요. 업 독 자세에서 어깨를 쫙 펴듯이, 생활 속에서도 자세를 올바르게 만들면 제 자신도 당당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심신의 자세와 태도를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Q. 요가는 재욱 씨에게 어떤 것일까요?

현재 저에게 요가는 물과 공기 같은 느낌이에요. 없으면 안 되고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랄까요. 사실 지난 몇 개월 동안 퇴사를 하고 나서 이직 준비를 했는데요. 그 사이에 뭔가를 꾸준히 했던 건 요가였어요. 자신과의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주위 눈치를 보지 않는 힘도 기를 수 있었어요. 내실을 다지고 조금 더 제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었어요. 요가 덕분에 새롭게 인생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고, 당당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계기였어요.

 

Q. 앞으로 요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꾸준히 요가를 수련할 거예요.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좀 더 나은 제가 되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 초보예요. 저는 언제나 초보처럼 요가를 하고 싶어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동작에 무리하게 욕심 내기는 싫어요. 몸이 스스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꾸준히 성장을 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 스스로를 좀 더 객관화시키고, 내가 어디로 나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 자신만의 기준을 놓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많은 것들이 변하는 가운데서 제 삶의 방향을, 삶의 기준을 놓지 않고 지키려고요.




임재욱 님의 요가 이야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임재욱 님의 이야기 중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계속 초보처럼 요가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요가에서 몸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자꾸 동작에 빠져들게 되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돼요. 하지만 진짜 요가는 나 자신을 보고 걸어가는 것 같거든요. 동작에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내 진도를 내가 정하는 느낌. 당연히 발전은 있어야겠지만, 욕심내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처음 진행해봤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요가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일지, 처음 시작은 어떻게 했는지, 남자가 요가를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등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질문을 하고, 대답 속에서 다시 꼬리를 잡아 질문을 계속하는 과정이 되풀이되었어요. 그래야 인터뷰이의 깊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여러분께서 지금 보시는 글은 정리가 된 내용이지만, 실제 인터뷰 시에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정신없게 진행이 되었어요. 첫 번째 인터뷰를 통해 다음번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감을 살짝이나마 잡아갑니다. 더 많은 남자 요가인 분들과 한 분 한 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에요. 앞으로 요가하는 남자 인터뷰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기대해주세요. 다양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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