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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Dec 30. 2018

요가 가기 싫은 날

갈까 말까 고민해도 계속 요가를 하는 이유

요가가 그렇게 좋다고 부르짖는데도 요가를 가기 싫은 날이 있다. ‘날’이면 좋게, 정확히는 ‘날들’이다. 어제가 그랬으며 오늘이 그렇다. 아니 며칠이 또 그랬다. 약간은 몸이 무겁긴 하지만 못 갈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갈까 말까 주저하다가 그냥 주저앉는다. 몸이 조금 안 좋네 되뇌며 핑계를 만들어 본다.

 

요가가 싫은 게 아니다. 가기가 싫었던 거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귀찮은 것에 더 가까웠다. 요가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이런 날이 종종 있다. 언행일치가 잘 안된다. 이런 내가 종종 부끄럽다. 매일 요가를 가는 것도 아닌데 귀찮다니. 귀찮은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일까? 요가 매트 위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며 겪는 고통을 미리 알고 있기에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관성 있는 3단계 고민이 펼쳐진다. 점심 먹을까 VS 요가 갈까, 저녁 먹을까 VS 요가 갈까, 집에 갈까 VS 요가 갈까. 머릿속에서 양쪽이 치열하게 싸우다가 결국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고, 집에 간다. 오늘은 요가가 3패다. 며칠 안 갔으니까 내일은 꼭 가야겠다고 결심하지만, 그런 내일은 왜 꼭 없던 약속도 생기는지 참 신기하다. 이놈의 의지박약, 모순 덩어리, 한심한 놈이라며 나 자신을 꾸짖어보고, 이튿날은 겨우겨우 몸을 이끌고 요가 센터에 간다.



그런데 웃기다. 요가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우리는 안다. 잘 온 게 맞다고. 그렇게 가기 귀찮던 요가인데 매트에 선 순간 내 선택에 만족스러워한다. 요가 수업을 마치고 나면 너무 또 좋다. 하기 전보다 훨씬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한다. 행복해하고 있는 나를 본다. 자유로움이 손님처럼 찾아온다. 선물처럼 긴장이 풀린다. 이 순간만큼을 요가를 해도 또 하고 싶어 진다.


우리는 안다. 만약 내가 요가를 간다면 분명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을. 하기 전보다 하고 나서 훨씬 더 좋을 것임을. 요가뿐만 아니라 세상의 다른 많은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결과를 동반하는 어떤 것들은 종종 힘들고 어렵다. 큰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들의 끝에는 내가 노력한 것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것보다 더 큰 만족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그것들을 하고 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것이 운동이 될 수도, 공부가 될 수도, 일이 될 수도, 다이어트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그렇다. 할 땐 힘들지만 하고 나면 좋다. 지금보다 나은 미래가 있음을 확신한다. 그렇기에 지금 힘들더라도 조금 더 멀리 그리고 길게 보고 노력하는 것이다. 나에겐 요가도 그렇다.


 

1시간의 요가 수업이 끝난 후 사바아사나, 송장 자세를 취한다. 편하게 누워 온 몸의 긴장을 풀고 나를 흘려보낸다. 요가라는 고통의 산을 넘은 나를 칭찬해준다. 힘껏 뛰고 하늘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땀 흘리고 난 후 내게 찾아오는 상쾌함과 시원함을 즐긴다. 세상의 많은 일들 속에서 바쁘고 정신없었던 나를 다시 찾는다. 너무나 많은 유혹거리들로부터 마음을 꺼내어 나로 향한다. 나에게 마음이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호흡하고 또 호흡한다. 이제 내 마음속이 정리되고 비워진다. 비워진 공간에 다시 채워지는 행복감을 즐긴다. 이 맛에 또 요가를 하러 온다.


오늘도 요가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스튜디오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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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폴리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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