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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Jan 20. 2019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 요가

요가하는 남자 인터뷰 #2 황성우

제가 종종 인터뷰를 위해 요가하는 남자분들을 만나는데요. 한 번 요가에 빠지면 출구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좋은 요가를 다른 분들도 경험해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께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다른 분들께 나눌 기회를 찾고 계셨던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해드릴 황성우 님은 제가 요가하는 남자 찾는 글을 올리고 처음으로 메시지를 보내주셨던 분입니다. 연락을 주고받고 소개팅(?)처럼 강남역 지오다노 앞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어느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의 요가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안녕하세요, 황성우입니다.
저는 현재 웹 퍼블리셔를 준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입니다.
교육업에 종사하다가 새로운 일을 찾아 도전하려고 합니다.


Q. 요가를 하신지 얼마나 되셨고,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요가를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되었어요. 제대를 하고 학원에서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그것들을 해소할 창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운동을 해보자 결심했죠. 집 근처에 요가 스튜디오가 하나 있더라고요. 지나가다 보면 통 유리에 회원 분들이 요가를 하시는 게 보여서 흥미가 갔었어요. 1달을 고민하다가 가보게 되었죠. 


Q. 처음 요가를 해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처음에 1회 체험권으로 수업을 들어봤어요. 시간이 애매했는지 수강생이 저밖에 없었어요. 선생님이 일대일로 수업을 해주셨는데 그냥 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다운 독 자세를 처음 해보는데 꽤나 잘 되더라고요. 강사님이 제 뒤꿈치가 바닥에 잘 닿아있다고, 원래 유연하시냐며, 운동을 평소에 많이 하셨냐며 놀라셨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좀 했었거든요. 몇 가지 동작을 해보면서 요가가 저랑 잘 맞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바로 등록을 하게 되었죠.


Q. 학생 때부터 운동을 하셨었군요. 어떤 운동을 해오셨나요? 

고등학교 때 체대 입시 준비를 2년 동안 했어요. 용인대 경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죠.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운동을 해야 하다 보니 유도와 태권도, 합기도를 1단씩 따게 됐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누군가를 제압하고 경쟁하는 스포츠가 생각보다 잘 안 맞더라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운동은 그냥 뛰는 거예요. 달리기도 누구랑 함께 뛰어서 순위를 결정하기보다는 그냥 경쟁 없이 뛰는 게 좋아서, 혼자서 종종 나이키 러닝을 틀어놓고 뛰곤 합니다. 그래서 요가도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니라 그냥 나와의 마주함 이어서요.



Q. 경호학과를 다니셨는데, 현재는 웹퍼블리셔를 준비하고 계신 이력이 흥미로운데요?

사실 경호학과도 저랑 성향이 맞지는 않았어요. 경호 업무에 동경과 프라이드가 있긴 했지만, 과의 특성상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죠. 그러고 제 인생이 정신없이 이리저리 흘러갔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자 나노공학과에 입학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군대에 가게 되었어요. 해군 어학병으로 군생활을 마치고, 기회가 닿아 영어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며 운영 관리 일까지 도맡아서 하게 되었어요. 학원의 여러 가지 자료도 손수 만들다 보니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시각디자인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이버대학교 시각디자인 학과를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고용 노동부에서 지원해주는 취업 패키지로 현재 웹 퍼블리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웹 퍼블리셔는 웹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 있는 직군이라고 보시면 돼요.


Q. 여러 가지 스트레스 속에서 요가가 성우님께 큰 힘이 되었을 수 있겠네요.

바로 그 점이 제가 요가를 하는 이유랑도 맞닿아있어요. 요가센터 원장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흐르는 대로’라는 말이 좋았어요. 흐르는 대로 동작을 따라가라는 이야기였는데, 삶의 모토로 삼을 정도로 와 닿았어요. 내가 몸을 움직이는 건데 몸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라니,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약간은 알 것 같아요. 몸이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는 거죠. 너무 한 번에 동작을 많이 가려고 애쓰지 말고, 마스터하려고 하지 말고 노력은 하되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가는 거예요.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대로, 마음 비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만 꾸준히 걸어가면 돼요.


Q. 인상적인 이야기예요. 요가를 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요가는 그냥 운동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찾는 행위인 것 같아요. 수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잖아요. 나 자신을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서 더 넓게 볼 수 있는 수련이랄까요? 그래서 더 넓은 시야에서 나 자신과 외부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나를 하다 보면 주변을 잘 못 보는데 요가는 하나에 매몰되어 있는 나를 깨워주는 도구랄까요? 저를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저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균형점을 잘 잡을 수 있어서 제 삶 속에서 마음과 몸이 같이 편해져요. 그걸 경험하고 나니까 계속 요가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될 일은 된다’라는 ‘마이클 싱어’ 작가의 책이 있어요. 3~40년간 요가로 삶을 살아온 수련자의 여정을 그린 책인데 많은 공감이 갔어요. 요가를 하다 보면 삶에서 애쓰고 있는 부분이 보여요. 그래서 내가 더 자연스러워지려고 하고, 마음이 자연스러워져요.



Q.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요?

사실 처음에는 조금 민망했어요. 오전 타임에 요가를 주로 갔는데 그때는 정말 남자가 전무했어요. 대부분 아주머니들께서 계셨어요. 제가 학원 일을 하면서 요가를 다녀서 오후 2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운영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오전에는 수업하기 전에 같이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정말 조용히 있었어요. 자녀 이야기, 남편 이야기 등 서로의 안부를 묻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혼자 맨 앞 구석에서 요가 수업을 들었어요. 그래도 해보고 좋으니까 계속 가게 되었죠.


Q. 어떤 요가를 주로 수련하시나요? 좋아하는 요가 자세가 있으신가요?

빈야사, 아쉬탕가, 하타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아쉬탕가가 제일 역동적이고 맞는 것 같아요. 동네 요가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압구정의 타우 요가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아쉬탕가 요가 수련을 한 적이 있었어요. 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다운 독 자세에서 팔로 무게중심을 잡고 다리를 뒤에서 앞으로 점프해서 양 팔 사이로 지나가는 jump through 동작이 있는데요. 어머님들도 실력이 좋으셔서 중력을 거스르듯 jump through를 하시더라고요. 너무 잘해서 넋 놓고 보게 돼요. 정말 저만 쿵 떨어져요. 언젠간 꼭 하고 싶어요. 잘하시는 분들을 보니까 욕심이 나긴 나더라고요.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그리고 두발을 땅에 대고 두 발을 천천히 들어 올려 서는 핸드 스탠드 프레스를 해보고 싶어요. 거꾸로 서는 동작들은 괜히 멋있고 매력 있어요. 그래서 머리 서기도 좋아해요.


세계적인 요가 강사 Kino의 jump through 렉쳐 / 출처 : 유튜브 Kino 채널


Q. 성우 님께서 요가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호흡에 가장 집중을 해요. 호흡을 놓치면 제 자신이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잘 내뱉기라도 하려고 합니다. 타우 요가의 여동구 선생님이 내뱉기만 잘 뱉으면 된다고 하셨는데 공감이 갔어요. 내뱉는 숨에 포커스 하면 마시는 숨은 어느 정도 알아서 되더라고요. 호흡을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조절하려고 해요.


Q. 요가가 운동 효과가 확실히 있나요?

요가가 당연히 운동이 되죠. 한 시간 수련하고 나면 땀이 엄청 흘러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요가가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매일같이 열심히 한다면 모르겠지만… 다이어트에는 크게 소용없는 것 같아요. 사실 다이어트는 식단 조절이 가장 크죠. 요가는 자세 교정에 좋은 운동이고, 에너지를 돋우는데 좋은 운동 같아요. 제가 요가를 하니까 너무 좋아서 동생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한 달 만에 어깨 불균형이 많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살은 안 빠지더라고요. 유연한 돼지가 되었다나...


Q. 요가를 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한 번은 머리 서기가 조금 잘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남들보다 자신 있게 올라갔는데, 너무 빠르게 동작을 잘 잡지 않고 올라가다 보니 바로 고꾸라져서 민망했던 적이 한 번 있었고요.

그리고 타우 요가에서 여동구 원장님이 사람들을 모아서 동작 설명을 해주시는데, 힘쓰는 남자 나와보라고 나갔는데 내 맘처럼 힘을 못써서 민망했던 적이 있어요.

또 하나는 나바아사나 동작 때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거예요. 몸을 V자로 꺾어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버티는 동작인데요. 저는 이 자세를 유지하는 게 고문 같은 거예요.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몸이 진동 오듯이 떨려요... 바들바들 떨릴 대 더 떨려서 괜히 저 혼자 민망하더라고요. 이 동작이 고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 혼자 이 동작을 할 때마다 피식피식 웃은 적이 많아요.



Q. 요가에 관심 있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한 남자분들께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남자분들이 민망해하지 않고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요가를 해보면 그 민망한 것보다 내 몸과 마음이 겪는 변화의 느낌이 더 크기 때문에 자기가 알아서 요가를 먼저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저 같은 경우는 몸과 마음이 다 좀 바뀐 것 같아요. 제 체형은 원래 운동을 하다 보니 우락부락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어깨가 열리고 전체적인 핏이 더 좋아졌어요. 호흡이 안정되다 보니 말하는 것도 좀 안정이 되었는지, 목소리도 더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다른 운동을 할 때는 경쟁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좀 있었는데, 요가를 하고 나서는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보다 선한 느낌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요가가 제 몸과 마음을 바뀌게 하다니 신기하죠? 꼭 시작해보세요.


Q. 어떤 분들께 요가를 추천하고 싶은가요?

삶의 균형을 잃은 분들에게 요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저도 균형을 잃었을 때 요가를 통해 제 자신을 한 발 멀리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어디에 서야 할지 느껴졌고요. 지금도 저는 요가를 통해 균형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제 삶 속에 어느 부분에서 요가가 저울처럼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Q. 앞으로 요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요가를 1년 가까이 수련하다가 수련자 과정을 들었어요. 지도자 과정 전 단계였는데 4시간씩 6주 주말 동안 수업을 듣고 나니 요가에 대해 좀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지도자 과정을 고민하던 찰나에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아직까지 시작을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언젠간… 조만간? 지도자 과정에 도전하려고요. 처음부터 잘 가르치는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클래스를 열어 주위 사람들에게 요가를 가르쳐주고 싶어요. 요가를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어요. 교육업 쪽에 있었다 보니, 경쟁보다는 사람들에게 지식과 에너지를 나눠주는 것에서 제가 보람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제가 요가를 통해 저를 잘 알게 된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인문학 & 심리학 교육 방법론 등을 요가에 접목해보고 싶어요. 인문학 기반 교육 콘텐츠 회사 인큐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서 접한 재미있는 교육들이 많았어요. 인문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나를 찾고 공부하는 교육 방법론들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요가와 접목이 되면 새로운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느끼는 몸과 마음, 몸과 감정의 연결을 다루는 소마틱스 요가 분야도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Q. 요가는 성우 님에게 무엇일까요?

요가는 거울을 보는 것 같아요. 나를 마주하는 행위라고 할까요. 거울 속에 있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 진짜 있는 그대로의 나는 무엇일까? 누구일까? 그걸 찾아가는 과정 같아요. 저는 요가를 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 보다 잘 알게 되었고, 어떤 선택을 할 때 그걸 바탕으로 결정을 하니까 후회하는 일이 적어졌어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나를 발견하고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 제 자신에게서 올라오는 요가 동작의 욕심이 느껴져요. 잘하는 사람을 보고 욕심이 나서 무리하려고 하다 보면 다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다시 마주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되묻습니다. 그러면 결국 욕심보다는 평화예요. 그래서 더 조심하고 겸손해지려고 합니다. 거울을 자주 봐야 더 자신을 잘 가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 요가를 자주 해야겠어요.





성우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가는 결국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볼 수 있는 도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요가는 거울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했거든요. 매트 위에서 자주 수련하다 보면 점점 자기 자신 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저도 더 제 자신을 자주 살펴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인터뷰 내용을 잘 정리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더라고요. 다음 편도 빨리 내보내고 싶은데 정리가 더뎌 좀 더 속도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밀린 인터뷰 원고가 몇 개 더 있는데 조만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번 인터뷰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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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폴리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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