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섬세하고 깊은 요가, 하타 요가 수업을 들으며 느낀 점
이태원의 따듯한 요가 공간, 썬데이 나마스떼에서 하타 요가 수업을 들었다. 하타 요가는 평소에 내가 주로 수련하던 빠르고 역동적인 아쉬탕가 요가와는 달리, 느리고 섬세했으며 깊었다. 요가하는 글다방과 요가디오 오디오 클립을 운영하고 계신 배혜진 선생님의 수업이었다.
무릎을 꿇고 발목을 엉덩이로 눌러앉는다. 발목에 피가 안 통하는 뻐근한 느낌이 든다. 좀 오래 있는다. 1분이 다 된 것 같은데 왜 다음 동작으로 안 넘어가지? 이제 넘어갈 때가 되었는데... 내 참을성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쯤에서야 선생님은 동작을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끊어질 것 같던 발목은 이내 괜찮아진다. 내가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오른팔을 아래 방향으로 등 뒤에 보낸다. 손등이 등에 닿는다. 왼팔을 하늘 방향으로 든 후 접어 손바닥이 등에 닿게 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부터 출발한 오른손과 왼손을 등 뒤에서 잡는다. 잡히지 않을 듯 하지만 겨우 손끝으로 잡는다. 뻐근해지는 양쪽 어깨를 느낀다. 고개를 뒤로 젖혀 왼팔을 밀어낸다. 한동안 머무르다가 오른팔과 왼팔을 바꾸어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오른쪽과 왼쪽의 느낌이 또 다르다. 한쪽이 훨씬 더 잘된다. 내가 한쪽 자세가 잘못된 것일까? 한쪽 어깨다 특히나 더 아프다. 어깨가 내 어깨가 아니다.
바닥에 몸 앞면을 대고 눕는다. 다리를 바닥에 잘 붙여 기반을 튼튼히 한 후 기지개를 켜듯 팔을 펴 상체를 들어 올린다. 코브라 자세다.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오래 해 봤자 3초 머무르는 자세를 하타 요가에서는 30초 넘게 유지한다. 몸의 앞면이 쭉 늘어나는 느낌이다. 허리가 구부러지는 모양이지만 과도하게 꺽지 않는다. 몸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숨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더 움직여본다. 숨이 움직일 때 몸이 따라간다. 조금 더 허리를 열고 어깨를 열어낸다. 당당해진다.
하타 요가는 불편한 자세로 한 자세에 오래 머무는 요가이기 때문에, 항상 빠른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유와 기다림 그리고 인내를 선물한다. 불편한 자세를 불편하게만 여기면 정말 불편하다. 하지만 생각을 약간만 바꾸면 격정적인 아픔이 고요한 일렁임으로 변한다. 이 고통을 이겨내 보자. 정면으로 맞서 바라보자. 그럼 좋은 게 올 거라며 나의 뇌를 해킹해본다. 희미하고 느려진 고통 이면에 용기와 자신감이 세를 키운다. 고통이 잔잔해지는 순간이다.
삶도 그렇다. 불편하다. 너무 많은 불편함이 삶에 그득하다. 그 안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바로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 불편함을 불편하게만 느끼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맞서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이겨낸다면, 불편함이 불편함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좋은 것을 가져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낙타 자세를 해본 적 있는가? 무릎으로 땅에 서서 손으로 허리를 밀어내며 상체를 뒤로 젖힌다. 조심스럽게 오른손으로 오른쪽 뒤꿈치를 잡고 왼손으로 왼손 뒤꿈치를 잡는다. 가슴과 어깨를 활짝 펴고 목과 머리의 힘은 뺀다. 처음 이 자세를 해보면 겁이 난다. 뒤가 보이지 않으니 엉덩이가 먼저 내려가기도 하고, 고개를 확 먼저 뒤집기도 해서 제대로 된 동작을 하지 못한다. 순서대로 차근차근히 하면 그렇게 어렵거나 무서운 동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겁내 하는 경향이 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더 두렵다. 그래서 한 발 앞을 넘어가지 못한다. 멀리 뛰기라고 가정해보자.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분명 평지에서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같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래가 낭떠러지라고 생각하면 괜히 뛰어넘는 것을 겁내 한다. 분명 능력이 충분히 되는데도 말이다. 다치지 않는다. 착지하다가 조금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할 수 있다. 해보지 않은 것을 겁내서 계속하지 않는 것보다, 약간 무섭더라도 용기 내서 해보는 것의 행복감이 훨씬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를 믿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요가도 그렇고 삶도 그렇다.
자주 수련하는 아쉬탕가 요가도 좋지만, 가끔 수련하는 하타 요가도 좋다. 이번 하타 요가 수업을 통해 평소에는 그냥 지나쳐갈 수 있는 생각들을 붙잡아볼 수 있었고, 내 몸과 마음이 만든 동작들 속에서 조금씩 인생을 더 배워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종종 내가 수련하는 요가 스타일 이외에 다양한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을 붙잡아 글로 남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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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업을 들었던 이태원의 따듯한 요가 공간입니다.
제가 수업을 들은 배혜진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블로그와 오디오 클립니다.
김폴리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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