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요가를 잘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안 한 것에 가깝다. 요가 선생님이 되겠다며 열의를 가지고 매일같이 수련하던 날도 있었는데, 어느덧 2개월 정도가 흐르고, 한 때 불탔던 그 마음이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나는 결국 요가에 게을러져 버린 게다.
그렇다. 원래 이럴 거였다. 알고 있었다. 원래 잘 불타다가 잘 수그러든다. 끈기와 의지도 그렇게 강하지 않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은 내가 알고 있는 게 하나 더 있다는 사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나만의 방법을 나는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에도 불구하고 게을러진 나를 다시 잡는 나만의 방법 말이다.
게을러진 나는 대략 이렇다. 집은 요가원에서 1시간 넘게 멀어지고, 몸살감기에 걸려 몸은 아프고, 이래저래 개인적인 스케줄들이 생기고, ‘내가 바빠서 못가는 거야’,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못가는 거야’라며 여러 생각들로 게을러진 나를 핑계한다.
처음에는 그 핑계가 나에게 위안을 가져다주고 내 게으름에 대한 정당화를 시켜주지만, 어느 순간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거잖아,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해’ 등의 솔직한 마음이 내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여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게으름과 솔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게으름을 그냥 밀어내려고만 하면 바로 다시 돌아오더라.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내도 금방 돌아서 찾아오더라. 게으름과 마주하여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게으름과 싸워서 진 나를 인정한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 그 이유를 다시금 마음에 심는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다시 시작해서 그냥 하는 거다. 나만의 방법이라고 해놓고, 까 보니까 그냥 하는 거라고? 그렇다. 다른 기똥차고 편한 방법은 없다. 다시 시작해서 그냥 하는 게 내 방법이다.
이불에만 누워있고 싶어진다 종종 / 출처 : unsplash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에도 불구하고 게을러진 나를 인정하는 게 가장 먼저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좀 게을러져서 초심을 잃었어. 그리고 다시 내게 질문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이거 내가 하고 싶은 거 정말 맞아? 결국 내가 원하는 걸 하려는 거다. 내가 하고 싶지 않았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게으름아. 내가 이번에는 너와 싸워서 좀 졌어. 인정해. 네가 또 찾아올 걸 알지만, 너 그럼 혼나. 내가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거든. 이번에 다시 찾아오면 정말 혼날 줄 알아!!!
안다. 게으름은 또 찾아온다. 반드시. 하지만 으름장을 놓아본다. 나를 인정하고 질문하면서 내 마음의 리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그냥 하는 거다. 그러다 또 언젠가 종종 의지가 약해지고 끈기가 부족해지면, 한 달 정도 열심히 하다가 또 게을러지면 이걸 계속 반복하는 거다. 또 끊어내고 게으름을 다시 마주하고, 그 게으름을 인정하고 또 소리치고 끊어버리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
어느새 또 찾아온다. 밀어내거나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더 덜 그리고 천천히 오지만 또 찾아온다.
그럼 또 마주하고 다시 시작한다. 친구 같은 게으름... 조금만 더 덜 조금만 더 천천히 찾아오게 만드는 것. 나에겐 이 방법이 아직 최선인 것 같다.
이사하고 요가원이 1시간 멀어졌지만 종종 6시에 일어나면 아침 마이솔 수련을 하고 출근할 수 있다. 저녁에 회사 끝나고 가면 집에 조금 늦게 들어가긴 하지만 또 수련할 수 있다. 또 리스타트 버튼을 누를 때가 왔다. 좀만 더 천천히 찾아왔으면 해,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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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폴리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궁금한 점 및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더 많은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 인스타그램 또는 이메일 (karis86@gmail.com)로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