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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May 19. 2019

요가에 늦은 나이는 없다

안 한 것보다 적어도 늦은 게 빠르다

내가 요가를 처음 만난 시기는 공교롭게도 바쁠 때였다. 일에 지치고 힘들었을 때, 직장생활 3년 차에 접어들었을쯤이었다. 일이 익숙해짐에 따라 일거리가 늘어났지만, 비슷한 일들을 쳐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일은 많고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는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달리고 있지만 앞으로 많이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시기에 요가를 만났다.


보통 시간적으로 또는 심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조금 경우가 달랐다. 나 말고도 주위를 둘러보면, 마음이 넉넉할 때보다는 절박할 때 요가를 만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것을 봐서는 요가가 마음건강에 좋긴 하나보다.


그럴만한 타이밍에 요가를 만났다.


어느 날 요가 지도자 과정을 함께 듣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선생님이 말하시길, 요가를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종종 "몇 년만 더 빨리 요가를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한다고. 정말 맞는 말이고 공감이 가긴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몇 년 더 빨리 요가를 만났더라도, 아마 시작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내가 32살에 요가를 만나 시작을 했는데, 과연 20대에 요가를 만났더라도 제대로 요가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과연 내가 요가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아마도 20대에 요가를 만났더라면 난 그냥 잡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냈을 것이다. 내 관심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요가가 내 눈 앞까지 왔더라도, 나는 세상의 많은 것들에 더 눈길을 두었을 것이고, 요가는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내가 힘들고 지쳤을 때, 세상을 좀 더 알았을 때, 내가 마음 건강이 더 필요한 타이밍에 요가를 만났고 그때 내가 잡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요가를  타이밍에 요가를 만나서 요가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럴만한 타이밍에 요가를 만난 것이다.


난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도 나는 젊다. 하지만 나이는 모두에게 상대적이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요가를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 참 좋아 보이고 부럽다. 20대, 즉 자신의 몸이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시기에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복이다.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겠는가. 나이가 점점 들면 어릴 때 보다 요가 동작이 어려울 수 있다. 당연히 신체적 기능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늦은 나이를 아쉬워한다.


그래도 요가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가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수련하는, 나를 마주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요가를 단순히 어려운 동작을 하는 운동으로 많이들 생각하지만, 우리가 아사나라고 부르는 요가 동작 및 자세는 요가의 일부분이다. 그 동작과 자세를 통해 내 마음을 나로 향하게 만들고 나를 자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젊은 나이에 요가를 시작하면 당연히 많은 아사나를 건강하게 힘차게 할 수 있다. 늦은 나이라 몸이 안 따라 준다면 거기에 맞는 동작을 하면 되고 여러 옵션에 맞춰 동작을 하면 된다. 내 몸의 가능성 안에서 친절하지만 최대한 노력해봄으로써, 마음과 정신을 마주하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된다. 자신의 나이에 맞는 요가를 하면 된다. 늦은 나이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보다 시작하지 않은 지금이 더 늦다. 용기를 내서 시작하게 되면 시작한 날 중에 가장 젊다. 나의 요가도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한참 더 늦었을 것이다.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시간은 흐르고 나에게 쌓여간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빠르게 준비해서 실행에 옮겨보자. 요가 말고도 많은 것들에는 늦은 나이가 없다. 안 한 것보다 늦은 게 빠르다. 지금도 늦었다고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그럼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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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궁금한 점 및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더 많은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 인스타그램 또는 이메일 (karis86@gmail.com)로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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