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가를 처음 만난 시기는 공교롭게도 바쁠 때였다. 일에 지치고 힘들었을 때, 직장생활 3년 차에 접어들었을쯤이었다. 일이 익숙해짐에 따라 일거리가 늘어났지만, 비슷한 일들을 쳐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일은 많고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는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달리고 있지만 앞으로 많이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시기에 요가를 만났다.
보통 시간적으로 또는 심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조금 경우가 달랐다. 나 말고도 주위를 둘러보면, 마음이 넉넉할 때보다는 절박할 때 요가를 만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것을 봐서는 요가가 마음건강에 좋긴 하나보다.
그럴만한 타이밍에 요가를 만났다.
어느 날 요가 지도자 과정을 함께 듣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선생님이 말하시길, 요가를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종종 "몇 년만 더 빨리 요가를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한다고. 정말 맞는 말이고 공감이 가긴 하지만 한편으로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몇 년 더 빨리 요가를 만났더라도, 아마 시작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내가 32살에 요가를 만나 시작을 했는데, 과연 20대에 요가를 만났더라도 제대로 요가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과연 내가 요가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아마도 20대에 요가를 만났더라면 난 그냥 잡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냈을 것이다. 내 관심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요가가 내 눈 앞까지 왔더라도, 나는 세상의 많은 것들에 더 눈길을 두었을 것이고, 요가는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내가 힘들고 지쳤을 때, 세상을 좀 더 알았을 때, 내가 마음 건강이 더 필요한 타이밍에 요가를 만났고 그때 내가 잡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요가를 할 타이밍에 요가를 만나서 요가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럴만한 타이밍에 요가를 만난 것이다.
난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도 나는 젊다. 하지만 나이는 모두에게 상대적이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요가를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 참 좋아 보이고 부럽다. 20대, 즉 자신의 몸이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시기에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복이다.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겠는가. 나이가 점점 들면 어릴 때 보다 요가 동작이 어려울 수 있다. 당연히 신체적 기능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늦은 나이를 아쉬워한다.
그래도 요가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가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수련하는, 나를 마주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요가를 단순히 어려운 동작을 하는 운동으로 많이들 생각하지만, 우리가 아사나라고 부르는 요가 동작 및 자세는 요가의 일부분이다. 그 동작과 자세를 통해 내 마음을 나로 향하게 만들고 나를 자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젊은 나이에 요가를 시작하면 당연히 많은 아사나를 건강하게 힘차게 할 수 있다. 늦은 나이라 몸이 안 따라 준다면 거기에 맞는 동작을 하면 되고 여러 옵션에 맞춰 동작을 하면 된다. 내 몸의 가능성 안에서 친절하지만 최대한 노력해봄으로써, 마음과 정신을 마주하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된다. 자신의 나이에 맞는 요가를 하면 된다. 늦은 나이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보다 시작하지 않은 지금이 더 늦다. 용기를 내서 시작하게 되면 시작한 날 중에 가장 젊다. 나의 요가도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한참 더 늦었을 것이다.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시간은 흐르고 나에게 쌓여간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빠르게 준비해서 실행에 옮겨보자. 요가 말고도 많은 것들에는 늦은 나이가 없다. 안 한 것보다 늦은 게 빠르다. 지금도 늦었다고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그럼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요와 댓글, 공유 및 구독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주 1회 컨텐츠 발행하고 있어요.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궁금한 점 및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더 많은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 인스타그램 또는 이메일 (karis86@gmail.com)로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