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행사 원더러스트(Wanderlust)에서 느낀 점
원더러스트(Wanderlust)라는 요가 행사를 다녀왔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원더러스트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요가 페스티벌로, 요가인들에게 가장 핫한 행사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전 세계 17개국, 49개 도시에서 개최가 되었고, 2019년 올해 처음 국내에서도 룰루레몬과 함께 공동으로 주최하여 열리게 되었다. 도심 속 자연이 펼쳐진 장소에서 열리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이 행사의 모토이다.
햇살 좋은 날, 난지 한강공원 행사장에 요가인이란 요가인들은 다 모였다. 천 명이 넘어 보이는 인파들이 공원에 앉아서 리더의 구령에 따라 동작을 따라 하고 있었다.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같이 요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이렇게 기분 좋게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니. 이 광경을 보면서 문득 요가가 우리나라에서 이미 문화의 범주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는 일종의 생활양식이다. 운동을 넘어 정신과 신체를 함께 가꿔가는 일종의 마음과 몸을 챙기는 액티비티랄까? 웰빙, 웰니스의 대표적인 액티비티로 유명하기도 하고, 채식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생활양식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평소에 자기 자신을 잘 알아차리고 자각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애호하는 액티비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생활양식으로서의 요가는 '한 인간이나 한 시대, 혹은 한 집단의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가리키는 문화의 정의 내에 포함될 수 있다.
요가는 다양성과 복합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장르부터 다양하다. 아쉬탕가, 하타, 빈야사, 힐링, 아크로 등 다양한 요가의 종류가 존재하며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수련할 수 있다. 음악과 영화 등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그리고 요가는 미술, 음악, 먹거리 등 다른 문화적 요소들과 합쳐질 수 있는 복합성을 가진다. 특히 음악과 함께 하는 요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미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적 요소를 가진 것들은 집단 내에서 빠르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 듣기 좋은 음악, 재미있는 영화, 마음을 울리는 글 등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전파가 되고 전염이 된다. 현대에 이르러 요가는 긍정적인 방향의 생활방식과 신체적 & 정신적 효과들로 인해 빠르게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좋은 것은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은가? 실제로 요가를 해본 사람들, 좋아서 빠지게 된 사람들은 주변에 그렇게 요가를 추천하곤 한다.
이렇게 퍼진 요가는 사람들을 다시 모아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의 생활양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을 알아보고, 함께 소통하고 싶어 하며, 비로소 모이게 된다. 작게는 모임이기도 하고, 어떤 동아리나 동호회이기도 하며, 크게는 행사, 페스티벌 등이 되기도 한다. 이번의 원더러스트 행사도 국내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기에 이렇게 열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문화 현상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증거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일상에 요가가 스며들기 시작했고 니즈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돈을 쓰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음악 페스티벌, 영화 페스티벌, 게임 페스티벌도 보면,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음악, 영화, 게임 등의 액티비티를 함께 모여서 즐기기 위해 돈을 쓰는 게 아닌가.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요가를 하는데, 적게는 3만 원, 크게는 10만 원 넘게 지불하는 것을 보면 이미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 요가계의 저변을 넓히는 큰 역할을 하는 룰루레몬 같은 브랜드가 무료로 커뮤니티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 원더러스트 같은 대형 페스티벌을 함께 여는 것들도 그 일환일 것이다.
이번 원더러스트를 경험하면서 요가가 정말 문화가 되었구나를 느꼈다. 내가 요가를 시작한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 느낌이 아니었는데, 2년여 만에 한국에서도 요가에 대한 저변이 많이 커진 것 같다. 여자분들 뿐만 아니라 남자분들도 행사장에 정말 많으셨고, 이제는 진짜 하나의 무브먼트가 되어가는 요가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나도 이 움직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느낀 이 좋은 것을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잘 전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