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을 읽고 남은 5가지
많은 사람들이 이따금 자신을 뒤돌아보며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 여기에 깊이를 더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소설입니다.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인데요. 그는 2017년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입니다. 1989년에 쓰인 그의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을 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지, 세계의 많은 작가들 중 왜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읽어봤습니다.
주인공 '스티븐스'는 영국의 저명한 저택의 집사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는 새로운 주인의 호의로 6일 간 생애 첫 여행을 떠납니다. 사실, 젊은 날 마음에 품었던 켄턴 양이 오랜만에 보낸 안부 편지를 받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지요. 과거의 기억, 현재의 삶을 오가며 쓰인 그의 이야기는 제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주인공과 이 여행을 함께 하는 동안 제가 느꼈던 생각거리 5가지에 대해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5가지 생각거리는 우리의 남아 있는 나날을 더 가치롭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우리가 말하는 '품위'라는 것은 이 업에 몸담고 있는 한 끊임없이 의미 있게 추구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 ‘위대한’ 집사들도 오랜 세월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꼼꼼하게 경험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얻어 냈으리라고 확신한다.
주인공은 평생 집사로서 살아왔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집사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자신의 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위대한 집사’란 무엇일까, 과연 나는 ‘위대한 집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위대한 집사’의 본질은 주인에 대한 절대적 신뢰, 이를 넘어선 헌신 등 이것들을 포함하는 '품위'에 있다고 믿고 끊임없이 갈구하고 지켜나갑니다.
‘스티븐스’는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광고 & 마케팅, 기획 필드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주인공이 연구하고 갈망하는 위대한 집사 그리고 품위를 보며, 과연 제 업은 무엇이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게 됩니다. 과연 광고의 본질은 소비자인가, 크리에이티브인가, 통찰력인가 또는 기획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가 일하는 업계의 훌륭한 구루는 누구인가? 내가 그 반열에 언젠가 오를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 나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주인공은 집사로서의 신념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가 임종하는 순간에도 업무에 전념하였고, 과거 달링턴 홀의 시녀장이자 자신의 썸녀였던 켄턴 양이 다른 남자와의 만남을 위해 떠나가는 순간에도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워라벨’이 중요하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인데요.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맞춰 살아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일과 가족, 일과 사랑 속에서 일을 선택함으로써 놓쳤던 많은 것들을 되돌아봅니다.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나라면 과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내가 진정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젊은 시절, 남녀가 가지는 미묘한 이성적 호감을 서로 느꼈던 주인공과 켄턴 양. 하지만 둘은 누구도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켄틴 양이 결혼을 위해 결국 달링턴 홀을 떠나면서 남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녀에 대한 추억, 애잔함, 아쉬움을 가지고 살다가, 오랜만에 그녀에게 온 편지를 받고 가슴이 뛰기 시작하죠.
하지만 추억은 추억이었습니다. 지나고 나면 진행형으로 남을 수 없잖아요. 그 시절 설레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잔함과 아쉬움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버스가 떠나면 다시 잡기 어렵듯이, 질러야 할 때 질러야 하는 법이죠. 시간이 지나 아쉬워할 것 같거나 후회할 것 같으면 지르자라는 결심을 합니다. 사실 확신이 없어서 지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긴 하죠.
맹목에 가까운 충직함으로 주인이 하는 일이 법이고 진리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자신의 주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본인 또한 주인을 모시면서 세상의 변화에 일조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평생 모셨던 전 주인인 달링턴 경을 나치 지지자로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꼿꼿이 지켜온 ‘위대한 집사’로서의 신념과 세상 사람들의 평가가 분리되는 상황을 겪게 됩니다.
우리도 삶을 살면서 내가 믿는 것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내 신념과 사람들이 믿는 것과의 간극 속에서, 신념을 가지되 그 신념 또는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인생의 황혼기가 되어서야 지나간 자신의 인생과 사랑을 깨닫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이 순간부터 진정한 삶의 시작 아닐까요? 지금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이다 라는 말처럼,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책 제목은 기대감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티븐스는 생애 첫 여행을 하며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에게 꼭 가봐야 하는 장소를 추천받습니다. 처음에는 그곳에 가보는 것을 귀찮게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낯선 여행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듯한 경험을 합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결코 찾아보지 못했을
더없이 매혹적인 곳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삶의 새롭고 수많은 마주함 속에서 생각지 않았던 선물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경험을 하고 나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대하는 설렘이 생깁니다. 게다가 내가 진정 소중하게 느끼는 것을 찾는다면, 비로소 남아 있는 나 날이 더 소중해지고 기대와 설렘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읽으며 제가 생각해 봤던 5가지 주제에 대해 풀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이야기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게 다양한 가치와 삶, 인생에서 소중한 것 등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만들어 준 좋은 기회였습니다. 여러분도 당신의 '남아 있는 나날'을 더 가치롭게 보내기 위한 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읽어보시지 않았다면 꼭 완독 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