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는 남자 인터뷰 - 데이브 선생님
제가 몇 년 전 발리에 여행 갔을 때 우붓의 요가 스튜디오에서 한국 남자 분을 만났습니다. 개발자이신데 요가가 좋아서 우붓에 오셨다고 이야기를 듣고 참 인상깊었어요. 그때 잠깐 인사를 나눈게 인연이 되어 한국에서도 요가를 통해 종종 뵙게 되었는데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요가를 나누는 직업을 가지고 계십니다. 남자 요가 선생님 '데이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야탑에서 데이브 요가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요가강사 데이브입니다.
IT회사에서 일하던 개발자가 우연히 요가를 접하고
어느새 요가강사로 전업하게 되었습니다.
데이브 선생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ave__jj/
원래 IT회사에서 서비스 개발자로 일을 했어요. 주로 기획자 및 디자이너들과 조율을 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데, 생각보다 중간에서 의미 없이 부딪히는 일들이 잦더라고요. 회사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게 하루의 낙이었어요. 적당한 무게로 좋은 자세를 찾아가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로 했는데, 이것도 매일 반복해서 하다 보니까 지루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헬스장 안에 그룹 운동을 하는 GX룸이 있었는데 매일 요가 수업을 하고 있었고,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던 저에게는 그 요가가 재미있어 보였어요. 사실 바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수업에 여자들만 있어서 1달가량을 주저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 TV에서 요가를 소개하는 콘텐츠들도 많이 보였고, 다른 운동을 꼭 해보고 싶었기에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서 GX룸에 들어갔어요. 그게 제 요가의 시작이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이 무게가 있는 도구들을 사용해서 운동하는데 비해, 요가는 매트 위에서 맨몸으로만 운동을 하잖아요. 그래서 많이 힘들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사실 요가가 여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수업을 들어보니까 생각과는 많이 달랐어요. 첫 수업으로 빈야사 수업을 들었는데 땀이 줄줄 흘렀어요. ‘차투랑가’라는 동작과 ‘나바아사나’라는 동작을 할 때는 특히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더라고요.
‘단지 내 몸만으로 운동을 했는데 이렇게 힘들고 운동량이 대단하구나’를 느꼈어요. 주위의 다른 분들, 나이 많으신 어머님들도 그렇게 애를 쓰지 않고 동작을 하고 계셨어요. 제가 단 한 명의 남자였는데 그중에 가장 힘들어하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무너지고 싶지는 않았어요. 나도 한 번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GX룸 요가 수업을 그때부터 주 2회 1년 정도를 다니기 시작했죠.
불편한 점이라기보다는, 사실 GX 요가 수업에 저 혼자 남자다 보니까 괜히 좀 조심스럽긴 했어요. 우리나라의 요가는 아직 대부분 여자분들이 많이 하잖아요. 여자들만 있는 그룹에 처음 남자가 들어오면 확실히 경계하게 되시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남자가 수업에 들어와서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혹시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없도록 맨 앞 구석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사실 다른 남자분이 더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 계속 남자는 저 혼자였어요. 그래도 한두 달 지나고 나니까 다들 열심히 하는 거 알아주시고 경계심을 놓으시더라고요. 처음 신뢰를 쌓는 기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헬스장 요가 수업을 1년 정도 들었어요. 처음 들어갔던 수업의 선생님께서 너무 잘 가르쳐주셔서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선생님의 수업이 하타와 아쉬탕가 요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난이도와 운동 강도가 좀 센 편에 속했어요. 수 요가를 통해 신체적인 한계점까지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어요. 업을 들을 때마다 정말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끝나고 나면 너무 상쾌했어요. 제 스타일과 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제가 다니던 헬스장 수업을 그만두게 되신 거예요. 그리고 다른 선생님께서 새로 오셨는데, 그분은 약한 강도의 스트레칭과 이완 위주의 힐링 요가를 주로 하시는 스타일이었어요. 도전적이고 힘을 많이 쓰는 요가들을 주로 배웠고, 그것들에 만족을 했던 저에게는 약간 맞지 않는 스타일이었기에 그만두셨던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요가를 좀 더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데 어디서 배우면 좋을까요?’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판교의 전문 요가원, 리본 요가에 가서 제가 원하는 요가들을 계속 배울 수 있었고 점점 더 깊게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요가 지도자 과정까지 수강하게 된 거죠.
전문 요가원에서 요가를 보다 깊고 넓게 접하다 보니까 더 호기심이 생겼어요. 제가 모르는 요가의 세계에 대해 흥미와 궁금증이 넘쳐나서 다양한 요가 스타일을 경험해 보기 시작했죠. 그 당시만 해도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스페셜 클래스나 워크숍을 들으러 다녔어요. 빈야사, 테라피, 인사이드, 아쉬탕가, 하타 등 다양한 요가 종류, 여러 선생님들의 다양한 스타일을 접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다양하게 요가를 체험해보는 것에 안달이 나있었어요. 그때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요가가 0순위였던 것 같아요.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요가에 막 빠져들 때쯤 회사의 내부적인 문제들 때문에 심정적으로 좀 힘들어하던 시기였는데요. 회사에서 직원 복지 차원의 디지털 노마드를 실험적으로 운영을 했는데 좋은 기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를 찾아보다 우붓으로 결정하게 되었는데, 마침 발리 우붓이 요가의 성지더라고요. 운명인가 했어요. 바로 비행기 표를 끊어서 출발했죠. 정말 발리 우붓은 요가의 성지였어요. 유명한 요가원의 시간표를 모아 와서 매일마다 어디로 요가를 하러 갈까 계획을 세웠죠. 일하다가 요가하다, 일하다가 요가하며 두 달을 보낸 것 같아요. 그때 Paulie님을 우붓 Radiantly Alive 라는 요가원에서 만나서 이렇게 인연이 되었네요!
우붓에서의 요가는 한국에서 접한 것 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좀 더 웃고, 릴랙스 하고, 토론도 하고, 보다 자유로운 느낌이랄까요. 의사소통이 잘 되진 않았지만 요가를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그리고 도시 전체에 요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동질감과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여기서 확실히 느꼈죠. ‘나는 요가를 해야겠다.’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죠. 돌아오자마자 지도자 과정을 등록했어요. 이걸로 당장 강사가 되겠다, 돈을 벌겠다라기 보다는 요가를 보다 더 잘 알고 싶었어요. 그렇게 매 주말마다 TTC 과정을 듣기 시작했죠.
요가 지도자 과정(TTC)을 마치고 퇴사를 했어요. 요가 강사로 전업하기로 마음을 먹고 막상 회사를 나왔는데, 생각보다 수업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요가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여자 강사분들은 일찌감치 늘어났고, 요가원이나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여성 강사분들을 먼저 선호하는 상황이에요. 그러다 보니 남자 요가강사는 정말 고정 수업을 따내기가 어려운 현실이었던 거죠. 경험이 적은 초보 남자 강사로서는 그 경쟁에도 끼지 못하다 보니 더 쉽지가 않더라고요.
대부분 요가 강사들은 ‘대강’이라는 것을 통해 초반에 강의를 시작하고 자리를 잡게 되는데요. 기존 강사분이 개인 사정으로 수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다른 강사 분이 대체해서 수업에 들어가는 것을 대강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강사분들이 여자분들이니까 자기와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 선생님을 선호하지, 남자 선생님에게 대강을 잘 맡기지를 않아요. 구조적으로 남자 선생님들이 초반에 강의를 구하기가 어려운 거죠.
생계는 유지해야 하는데 이러다가는 강사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겠구나 싶을 때쯤,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두드려서 좋은 기회로 몇 군데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요가 스타일대로 조금은 도전적으로 수업을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센터에 소속된 강사이다 보니 제가 원하는 대로 수업을 이끌어나가기 힘든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대로 주도적으로 살아보고 싶어서 퇴사도 한 마당에 제가 해보고 싶은 대로, 제가 옳다고 생각한 방향대로 한 번 질러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소그룹 요가 수업을 만들어보게 되었죠. 추가 수입도 좀 필요했고요.
오피스텔을 얻어서 5인 이하 그룹 수업을 시작했어요. 수강생들도 여자분들이 많다 보니 처음에는 좀 조심스럽긴 한데요.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고 나니까 남자 강사라서 가지는 메리트들도 좀 있더라고요. ‘남자가 저런 동작까지 하는구나’라고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머니들께서 오시면 아들뻘의 강사가 수업하시는 것을 기특하게 봐주시기도 하세요. 같이 공감해주시고 열심히 따라와 주셔서 보람찰 때가 많아요. 그러면서 한 번 제 수업을 경험해보신 분들께서 다시 방문해주시고, 알음알음 어떻게 알고 스튜디오를 찾아주셔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월수금은 소그룹 요가, 화목은 외부 수업을 하면서 생계유지는 가능하게 되었어요. 많이 벌면 좀 더 풍족하게, 못 벌면 좀 줄여서 생활했죠. 점점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2번에 걸쳐 장소를 옮겨 확장하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지금은 10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요가 수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네요.
일단 가장 단순하게는 신체적으로 자세를 바르게 만들 수 있어요. 다양한 방향으로 몸을 쓰기 때문에 몸이 더 건강해질 수 있고 유연성도 기를 수 있죠. 다른 기구 운동이나 생활 스포츠에 비해 안전하게 체력과 근력을 함께 기를 수 있는 것 같아요.
신체적인 효과를 넘어서 저에게는 정신적, 심적인 효과가 사실 더 큰 것 같아요. 요가는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이에요. 제가 처음 요가를 했을 때 한 시간 동안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경험이 굉장히 센세이션 했었어요.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 밖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들이 많잖아요. 내 의지대로만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제약들이 있는데, 요가를 할 때는 그런 것들에서 해방된 느낌이에요. 그래서 저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요. 저만의 자유도가 있고요. 내가 몸을 쓰고 싶은 만큼,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움직이면 돼요. 내가 저한 상황을 느끼고, 내가 힘들면 여기까지 하고, 좀 더 할 수 있으면 좀 더 가보고, 머물러 있거나 도전을 선택적으로 하면 돼요.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삶을 살 수 있어요. 그 짧은 시간 동안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여기서 깨달았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제가 편안해지는구나, 행복해지는 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요가를 통해 경험하면서 저를 더 잘 알게 된 거죠. 제가 스트레스를 받는 포인트가 어디인지 알게 되니까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자연스럽게 답이 나왔던 것 같아요. 나를 더 잘 알게 되니까 더 자신감이 생기고, 더욱 주도적으로 살고 싶어서 퇴사를 하게 되었고,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리다 보니 포기할 건 포기할 줄도 알게 되고, 안 되는 건 안된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여러모로 요가에서 느낀 걸 삶에 적용시키고 있어요. 요가를 통해 삶을 살아갈 방법에 대한 힌트를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중심을 잡는 자세 중에 대표적인 나무 자세라고 있어요. 왼쪽 다리에 나무 자세를 문신으로 새겼어요. 전에 어떤 요가 선생님께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인데요.
흔들리셔도 집중하셔요. 본인이 흔들리면 다른 사람도 흔들립니다.
내가 흔들리지 않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도 힘들고 지칠 때, 고난을 겪을 때 분명 흔들리는데 내가 중심을 잡고 자리를 지키면 주변 사람들도 흔들림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무 자세를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도전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자세도 중요하다.’라는 거예요. 수업을 듣는 많은 분들이 도전적인 자세들을 하고 싶어 해요. 저도 그렇고요. 분명히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는 과정은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한계를 이끌고 가면서 안되던 동작이 되기도 하고, 자신이 모르는 힘들을 새로 일깨워 나가면서 성장하게 되죠.
그런데 도전이 실패할 수도 있어요. 대부분 많이 실패할 수밖에 없죠.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그걸 실패라고 생각하면 오래 하지 못해요. 요가도 그렇고 뭐든. 자기만족의 기준을 도전의 성공으로 잡으면 안돼요. 도전을 했다는 것에 기준을 잡아야지, 도전의 결과를 기준으로 잡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도전을 겁내지 않고 시도하고 있는 것에 기준을 잡으면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이 동작을 해냈건 못해냈건, 그 동작을 못 해냈으니 아쉬워하지 말고, 욕심을 내려놓고 시도를 했던 그 자체에 만족을 하는 거죠.
만족의 기준은 도전의 시도여야 해요. 과정을 즐겨야지, 머리 서기 1분을 못 버텼다고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책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도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내가 실패했더라도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실력도 빨리 늘고 자꾸 실패해도 계속 도전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발휘되는 거죠.
사실 매 시간이 게으름의 유혹이에요. 그런데 저는 좀 낙천적인 성격이라 그냥 저를 놔버리는 스타일이에요. 수련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으면 그냥 가지 않아요. 그리고 거기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받으려고 하지 않아요. 대신할 때는 정말 열심히 하고요. 좀 게으르면 어때요. 할 때 열심히 하면 되죠.
매일매일 수련을 하면 좋지만 그걸 못하면 게으른 거고, 불성실한 거고, 옳고 그름의 기준처럼 여겨지면 다시 시작을 어떻게 하겠어요. 제가 좋아했던 요가의 특징 중에는 자유분방함도 있었는데 좀 게으름 부리거나 수련을 안 했다는 강박을 가지고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면 해요
요가를 한 번 하게 되면 평생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하루라도 젊을 때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요가를 많은 분들께 나누면서, 좋다고 못 느꼈던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다른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한 번 해보면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들이 많고, 본인 스타일에 맞는 수업을 들으면 깊게 빠져들 가능성이 진짜 높거든요.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운동이니까 하루라도 빨리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전공이 IT 마케팅 학과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뭔가를 개발하고 만드는 데도 익숙하고 마케팅이나 브랜딩에도 익숙해서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디자이너인 여자 친구와 함께 ‘밧다’라는 브랜드를 론칭해서 요가 매트 스트랩과 포스터를 만들고 있어요. 이런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스트랩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고 요가 아사나를 주제로 재미있게 포스터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밧다 브랜드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addha.official/
요가는 사는 것 같아요. 꼭 요가 자세를 하지 않아도, 그냥 삶도 요가적으로 살면 그게 요가인 것 같아요. 일종의 행복해지기 위한 삶의 방식이랄까요. 요가는 저에게 만족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도구였어요. 요가를 하면서 만족할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요가를 하면서 배우는 것들을 삶에 확장시키면서 더 행복해하는 도구?
요가 수련을 열심히 했어요. 더 잘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내가 원하는 동작을 더 잘해서 성공하면 만족할 것 같아서 계속 도전을 하고 성공을 했어요. 그런데 그 앞에 또 뭐가 있어요. 또 성공을 해도 또 앞에 만족시킬 것이 새롭게 나타나요. 그러다 보면 계속 불만족스러운 상태잖아요. 만족해도 또 뭐가 앞에 있으니까, 계속 불만족하게 되고 결핍의 상태에 있게 되는데, 이게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내가 행복하고 싶어서 요가를 하는데 계속 불만족을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현상이죠.
그때 깨달았어요. 요가를 즐겁게 하려면 만족의 기준을 성과적 수치나 자세의 완성도로 두는 것보다는 수련을 했다는 행위 자체 또는 요가를 통해 숨을 제대로 쉬었다는 그 자체로서도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 경험을 통해 삶에 비춰보면, 모든 것에 만족은 끝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족을 하려면 기준을 세우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세상의 기준에 의하면 목표나 만족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행복을 위해서는 나의 기준을 절대적인 척도에 매어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걸 삶에 적용하니까 행복해졌어요. 돈을 조금 벌어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고, 많이 벌어도 만족하고, 하는 일이 좀 잘 안되더라도 거기서 만족할 수 있는, 거기서 행복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고 할까요. 애쓴다고 다 해결되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해버리는 거죠, 행복하려고. 논리적일 수는 없는 개념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요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는 게 요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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