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는 남자, 발리에 가다 5편
새로 옮긴 숙소의 조식은 훌륭했다. 방문 앞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조식을 먹을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청정한 뷰를 보며 달걀 오믈렛과 과일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하늘은 참 맑았고, 공기는 참 좋았다. 날이 좋아서 '여기가 발리구나'를 한껏 더 느낄 수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요가인의 삶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나에게 오늘은 다른 날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내일은 오전까지 요가를 하고 오후에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요가를 할 수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또한 내가 전부터 들어보고 싶었던 마크의 Handstands 수업이 있는 날이다. 꽤나 설렜던 그런 날이었다.
아침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요가원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찍 도착해서 매트를 깔고 몸을 풀고 있었다. 아래층 수련실에서 수업을 듣는 건 처음이었는데, 이곳이야말로 진짜 우붓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요가 수련 장소였다. 한쪽 면이 모두 투명한 유리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밖이 훤히 보였다. 한쪽은 트로피칼 뷰처럼 수풀이 아름답게 우거져 있었고, 다른 한쪽은 빽빽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숲 속에서 요가를 하는 기분을 느끼며 첫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Radiantly Alive의 6월 15일 목요일 시간표이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내가 수강한 수업들이다.
수업명 : RA Vinyasa
강사 : Geoff Brooks
시간 : 6월 15일 9:00 - 10:30
Geoff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가인 같은 서양인이었다. 긴 머리를 묶고 다니는 모습, 험블한 옷매무새가 그러했다. 그가 들숨, 날숨을 인하일(Inhale), 악스하일(Exhale)이라고 영국계 또는 스코틀랜드 계통의 발음으로 말해 약간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그의 요가 지도는 천천히 부드럽지만 힘이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따라 하며 '그렇게 안 힘든데?'라고 생각했다가, '와, 생각보다 엄청 힘드네.'라고 생각된 수업이었다. 땀도 정말 많이 났던 시간이었다.
수업명 : Breath of Awakening
강사 : Geoff Brooks
시간 : 6월 15일 14:00 - 15:45
하루에 그의 수업을 2번 들었다. 그의 두 번째 수업은 호흡에 대한 수업이었다. 기존에 우리가 숨 쉬고 있던 방법과는 달리 요가의 호흡 기법, 프라나야마(Pranayama)를 따라 숨을 쉬며 명상하는 시간이었다. 본 수업의 대부분의 시간은 앉아서 호흡하고, 누워서 호흡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밥을 먹고 딱 졸릴 시간인 오후 2시부터 3시 45분까지 진행이 된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피곤해서였는지, 또는 호흡이 나에게 큰 안정을 가져다줘서였는지... 수업 중 자꾸 졸았다, 아니 잠에 들었다. 눈을 감고 호흡을 해야 하는데 자꾸 졸음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옆에 와서 함께 호흡을 해주는데, 선생님이 내 옆에 왔을 때만 잠깐 깨서 호흡을 하고, 선생님 가시면 또 졸고, 내 옆에 오시면 또 호흡하고, 가시면 또 졸고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수업이 끝났다. 수업이 끝났을 때는 호흡 때문인지 잠 때문인지 갑자기 정신이 맑아졌다. 졸지 않았으면 더 좋게 느껴졌을 수업이었지만, 나름 도움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수업명 : Sky Yoga Flow
강사 : Shae Lamond
시간 : 6월 15일 11:00 - 12:30
Shae의 스카이 요가 플로우 수업은 며칠 전 수강했던 Pedro의 수업과는 또 달랐다. Pedro의 수업이 좀 더 투박하고 동심의 느낌이었다면, Shae의 수업은 보다 정교하고 부드러웠으며, 기본적인 요가 동작들을 해먹에서도 다양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해주었다. 일반 요가 동작에서는 하기 힘든 동작, 기르기 어려운 유연성과 힘을 훈련할 수 있는 동작들까지 세세하게 가르쳐주었다. 약간의 곡예적 요소가 담겨있었으며, 물구나무를 효과적으로 연습하는 동작까지 설명해주어서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수업명 : Handstands
강사 : Mark Das
시간 : 6월 15일 16:00 - 17:30
드디어 마크의 핸드 스탠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마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자 요가인 중 한 명인 Dylan Werner와 함께 팀을 이루어 세계를 다니며 요가 & 핸드 스탠드를 가르치던 인스트럭터이다. 그의 빈야사 수업도 어제 들어보긴 했지만, 물구나무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수련하는 수업이 듣기도 전에 너무 기대되고 설레었다.
그의 수업은 손목과 어깨의 유연성을 늘리는 동작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수강생들이 개개인별로 혼자 동작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훈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를 지도해주었다. 파트너를 정해 상대방에 등에 손목 또는 팔꿈치를 대고, 한 사람은 다양한 방향으로 걷고, 한 사람은 등에 손목과 팔꿈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회전하는 놀이 아닌 놀이를 하며 손목과 어깨의 유연성을 훈련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물구나무 수업이 시작되면서 그는 옆돌기를 하며 물구나무를 연습하는 동작, 다리를 들어 올리며 한 다리의 발바닥과 다른 쪽 발등끼리 박수를 치는 동작, 고릴라 또는 개구리 등의 동물 로코모션을 이용하여 팔, 어깨의 힘을 기르는 동작, 균형감각을 기르는 동작 들까지 물구나무를 서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해주었다. 초급, 중급 및 고급 수련자들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수강생들에게 다양한 옵션 동작도 제공해주었다. 또한 파트너들과 둘둘이 짝을 지어 서로 물구나무를 지탱해주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수업시간 1시간 30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고, 그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었다. 듣고 싶었던 요가 수업을 들은 게 이렇게 행복하다니... 물구나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 수업은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수업명 : Soft Evening Flow
강사 : Mark Das
시간 : 6월 15일 18:00 - 19:30
사실 핸드 스탠드 수업까지만 듣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마크가 다음 Soft Evening Flow 수업도 핸드 스탠더들에게 도움되는 수업이 된다고 듣고 가라고 권했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간간히 핸드 스탠드 동작들도 나온다고 하여 설득당해, 전 수업을 함께 들은 친구들과 함께 결국 마지막 수업까지 듣고 말았다. 그의 말대로 부드러운 시퀀스로 하루를 정리하는 좋은 요가 수업이었지만, 마지막까지 끝내고 나서는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그래도 마크의 수업은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어 지는 수업이었다. 행복한 저녁이었다.
모든 수업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Geoff에게 추천받은 비건 음식점 The Seeds of Life에 갔다. 인기가 많다고 하는 SOL Bowl 메뉴를 시켰는데 굉장히 신기한 음식이었다. 오이 비슷한 서양 호박을 길게 채 썰어서 면처럼 만든 주키니 누들이 메인으로 들어가 있었고, 올리브, 토마토, 오이, 김, 스피룰리나에 심지어 김치까지 들어간 건강음식이었다. 덕분에 몸이 정화되고 건강해지는 느낌을 가지고 식당에서 나왔다.
벌써 우붓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니... 언제나 휴가의 시간은 평상시의 배로 빨리 가는 것 같더라. 그래도 3일 동안 14개의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하고 싶었던 요가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게, 듣고 싶었던 요가 수업을 들은 게 이렇게 행복하다니요. 감사와 함께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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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