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는 남자, 발리에 가다 6편 (최종)
발리, 그중에서도 우붓은 요가의 도시이다. 수십여 개의 요가 스튜디오와 비건 음식점들, 요가 수련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 처음으로 이 곳에서 요가를 경험해 보는 사람들. 나는 그중에서도 요가를 1년 수련하고 요가 여행 온 남자다. 요가에 푹 젖어 있었던 며칠, 짧고도 길었던 요가 수련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오후가 되면 요가의 도시 우붓에서 벗어나 바다가 있는 꾸따로 이동한다.
고작 우붓에 4일 있었다. 하지만 짧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나에게 우붓은 요가 그 자체였고, 나는 하루 종일 요가 수업을 줄곧 들어왔다. 요가 스튜디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나름 내가 느끼는 우붓은 가까웠고 친숙했으며 꽤나 함께한 느낌이었다. 요가를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었는데, 우붓에서의 요가 수련은 그동안의 1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의 1년을 다시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떠나려니 아쉬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아래층 수련실에 가서 이 동작, 저 동작을 취해봤다. 며칠 열심히 수련했다고 뭔가 안되던 동작도 조금 더 잘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구나무를 서본다. 매일 서던 물구나무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더 아쉽고 또 언제 여기 오려나 생각이 든다. 이런 훌륭한 자연 광경 속에서 언제 또 이런 느낌을 받아보려나?
Radiantly Alive의 6월 15일 목요일 시간표이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내가 수강한 수업들이다.
수업명 : Ashtanga Vinyasa, Led Classes
강사 : Ade Adinata
시간 : 6월 16일 9:00 - 10:30
내가 한국에서도 월요일마다 수련해왔던 요가,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수업을 들었다. Radiantly Alive에서 내가 가장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라고 느낀 Ade의 수업이었다. 아쉬탕가의 수업 방식은 마이솔 클래스와 레드(Led) 클래스로 나뉘는데, 오늘은 레드(Led) 클래스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마이솔 클래스는 인도 마이솔 지방의 수업 방식으로 같은 시간 내에 수련생 각자의 진도에 맞게 개별적으로 수련을 하며 선생님이 봐주시는 방식이고, 레드(Led) 클래스는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모든 수련생들이 같은 동작으로 수련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Ade 선생님은 아쉬탕가 요가 수련의 8단계를 설명하고, 호흡(Breathing)과 동작(Asana), 시선(Drisiti)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자 Ade의 지도는 내가 한국에서 수련했던 요가 동작 시퀀스와 동일하게 흘러갔다. 빈야사 수업이 선생님마다 동작 및 시퀀스에 차이가 있는 반면에, 아쉬탕가 요가는 전 세계가 공용된 동작 및 시퀀스를 가지고 있다. 같은 시퀀스의 자세를 한국이 아닌 발리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게 꿈인가 싶기도 했고 여기 오기 정말 잘했다 싶었다.
아쉬탕가 요가는 힘쓰는 요가, 격렬한 요가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상당히 고되다. 수업 30분쯤 지나자 온 몸이 땀으로 코팅될 정도로 달궈져 있었다. 땀이 너무 흐르다 보니 옷이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정말 물에 넣었다가 뺀 것처럼 젖었다. 주위의 몇몇 남자 외국인들은 상의를 탈의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갑자기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계속 땀이 흐르면서 남몰래 10여분을 고민했다. 내 몸은 저 사람처럼 좋지 않은데… 벗으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등등의 고민을 하다가, 나도 그냥 상의를 훌렁 벗어버렸다. 자유로웠다. 자유 그 자체였다. 하늘을 날고 있지 않았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눈치를 벗어나 내 마음대로 나를 움직였다. 당연히 몇몇 분들이 이미 상의를 탈의하고 있어서 나도 할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나였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범죄도 아닌데 괜히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괜히 나를 억누르고 있던 것이다. 이런 자유로움의 기분은 처음 느껴본다. 처음 느껴보는 이런 자유로운 기분과 함께 수업이 끝났다. 이런 좋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준 Ade 선생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고, 10분 넘게 사진을 찍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수업명 : Budokon Inspired
강사 : Michaela Westermark
시간 : 6월 15일 11:00 - 12:30
Radiantly Alive에서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강사로, 미모로 유명한 미카엘라의 북두권 요가 클래스. 부도콘(Budokon) 요가는 동양 무슬과 요가를 접목하여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힘을 다루는 요가다. 날씬하고 탄력적인 몸을 만들어 준다고 하여, 크리스틴 데이비스, 코트니 콕스, 제니퍼 애니스톤 등 여러 할리우드 배우들이 많은 효과를 봤다고 한다.
미카엘라의 지도는 다이내믹한 동작과 부드러운 동작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고, 기존 빈야사의 시퀀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시퀀스는 댄싱 독(Dancing Dog)이라는 동작이었는데, 다운 독 자세를 바탕으로 상하체의 힘과 근력, 가동성까지 함께 사용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 수련 강도가 만만치 않아 다른 분들도 잠깐 멈춰계시기도 했다. 유함에서 강함이 나오는 걸 느낄 수 있는, 느리지만 강한 요가였다.
Cole, James, Ade, David, Pedro, Kimberley, Amrita, Mark, Geoff, Shae 총 11명의 선생님, 총 14개의 수업과 함께한 나의 우붓 라이프가 이로서 끝이 났다. 여기에 있는 동안 Radiantly Alive 요가 스튜디오의 이름처럼 빛나게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수업도 있었고, 약간 내 스타일이 아닌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이것도 모두 요가인걸.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우붓에서의 마지막 수업으로 일정을 마치고, 서핑의 도시 꾸따로 이동했다. 꾸따에서 2일을 더 머물면서 발리에 온 기분을 양껏 내었다. 서핑도 이틀 하고, 번화가에서 술도 마셔보고, 며칠 동안 살았던 요가인의 삶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았다. 정신없이 바쁘고 시끄러운 도시에서, 특히 교통체증으로 기억되는 꾸따의 메인 거리가 생각나는 또 다른 발리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내 요가는 무엇일까?
나의 요가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1년 동안 쌓아온 요가는 무엇일까? 앞으로의 나의 요가는 무엇일까? 우붓에 있는 내내, 나는 나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졌다. 내 삶에서 어느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가에 대해 진지하게 역할을 묻고 답해볼 수 있었다.
나에게 요가는 '여유'다. 너무 빠르지 않게, 정성을 들여서,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것이 바로 나의 요가이다. 천천히 간다고 해서 어떤 목표를 향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하되 여유를 가지고 나가는 것이다. 이 개념의 연장선 상에서 나에게 요가는 '겸손'이다. 발걸음이 가볍다고, 내가 좋은 신발을 신었다고 두 걸음씩, 세 걸음씩 가지 않는다. 욕심은 적절히 부릴 줄 알아야 하고, 덜 줄 알아야 한다. 과유불급이라고 무리하면 다친다. 힘든 동작을 내가 따라가지 못해서 겸손해지는 것도 있긴 하다. 나에게 요가는 '노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다. 몸은 솔직하다. 정성 들인 만큼, 노력한 만큼 달라진다. 정성과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한 스텝 한 스텝 걸어 올라갔을 때 뒤돌아보면 꽤나 멀리 왔고, 꽤나 높이 왔을 것이다. 이것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요가는 '균형'이다. 요가로 인해 관심 가지게 된 물구나무를 서며, 균형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깨졌을 때의 여파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손끝부터 손바닥, 복근, 골반, 심지어는 발끝까지 균형을 위해 몸부림친다. 균형뿐만 아니라 물구나무는 시간의 중요성까지 알려준다. 우리가 평생을 발로 몸을 지탱하며 살아왔는데, 고작 짧은 시간의 연습으로 손으로 서려고 하다니. 시간과 노력이 균형을 만든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생각들은 내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가는 나에게 삶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던져주고 있고 내 삶을 바꾸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으면 '건강한 삶'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이어지는 건강함.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게 살아나갈 것이란 느낌과 확신이 든다. 발리 우붓에서 요가와 함께한 시간은 나의 요가 1년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이자, 앞으로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언젠간 여기에 다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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