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화위복의 요가
지난 7월부터 강남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회사 부서의 사무실이 이태원에서 강남으로 바뀌었다. 일터의 위치가 하나 바뀌었는데, 생각보다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었다. 그중 가장 심적으로 부담되었던 변화는 요가에 관련된 것이다. 내가 원래 다니던 요가 스튜디오는 이태원 회사 근처 7분 거리인 한남동에 있다. 회사에서 가깝거니와,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실력이 좋으셔서 매우 만족하면서 다녔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퇴근 후 바로 요가하고 집에 가는 것이 내 생활패턴이었다. 내가 사는 곳도 이태원 근처이긴 하지만, 요가 스튜디오에서 그리 가깝지는 않았다. 요가 스튜디오가 회사에서 가깝지, 집에서 걸어가기엔 3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마음 편히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시간적, 거리적, 심적 부담으로 쉽게 갈 수 없겠더라. 사무실이 옮기는 바람에 내 요가 수련이 망가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요가 인생 2년 차가 시작되자마자 급 위기가 오고 말았다.
사실 일터가 옮긴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6월 중순에 요가 여행으로 발리에 다녀왔는데, 우붓에 있는 4일 동안 하루에 8시간이 넘게 요가 수업을 들었고, 결국 한국에 와서 크게 몸살이 나고 말았다. 매일매일 총 11명의 선생님, 총 14개의 수업과 함께했던 요가 수업이 나에게 무리를 주었나 보다.
그리고 한 번에 몰아서 너무 많은 시간 동안 요가와 함께 했더니 약간 질린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좋아하는 것도 너무 많이 하면 질리는 것 같기도 하고.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몸살까지 나니까 요가도 가기 싫더라. 요가에 대한 뭔가 마음이 살짝 떨어졌다. 그래서 요가 회원권을 멈춰놓고 어영부영 7월이 되었고, 회사도 강남에 왔고, 이래 저래 핑계를 대며 요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너무 요가를 안 한다 싶었을 때 룰루레몬의 클래스 '남자들의 요가, 브로가 클래스'를 신청해서 갔었다. 근데 또 너무 요가가 좋더라. 회사가 있는 강남역 9번 출구 근처에 남자가 다닐만한 적절한 요가원을 찾았지만,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한남동의 요가 회원권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지 못하다가, 얼마 전에 회사의 다른 분께 양도할 수 있었다. 아쉬탕가 요가를 하는 내가 계속 알아봤던 곳은 강남 아쉬탕가 스튜디오이다. 회사에서 15분 정도 걸어야 할 정도로 조금 떨어져 있었기에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요가 인생의 위기에 절정을 찍은 것은 바로 얼마 전에 체조를 하다가 생긴 발목 부상이다. 아쉬탕가 요가를 하다가 관심이 생긴 물구나무를 배우기 위해 기계체조를 시작했고,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체육관에 갔다. 3달 정도는 무리 없이 잘 배웠는데, 지난 일요일에 덤블링과 옆돌기를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막 신나서 연습하다가 다리를 접질리고 말았다. 원래 한남동의 요가 회원권을 다른 분께 양도하고 강남 아쉬탕가 스튜디오를 등록할 마음의 준비까지 마친 시점에 이렇게 다치다니...
발목을 다치고 일주일 동안 치료를 하면서, 앞으로 다치기 쉬운 운동은 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30대라서 기계체조에 도전을 해보았지만 아마도 50대에는 덤블링을 하지는 못할 것 같고, 50대에도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려면 정답은 요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상은 요가로 돌아오라는 신호가 아니었을까... 운동할 때는 스트레칭을 확실하게, 특히 내가 약한 발목은 더 신경 써서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까불지 말고, 좀 더 단단하게, 잔잔히 수련하는 요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요가 인생 2년 차가 되자마자 나에게 닥친 사건 사고 때문에, 나의 요가가 무너질 뻔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강남으로 일터가 옮기면서 한 요가 수련원에서 계속 수련을 하면서 내게 생긴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발리에 다녀와서 아팠던 것이 한 번 쉬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일 수 있으며, 체조를 하며 다친 발목으로 인해 다른 운동보다 다시 요가를 앞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위기가 나에게 요가를 더 하고 싶게 만들었고 내가 앞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껴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화위복의 요가가 아닐까? 발목이 다 나으면 앞으로 더 열심히 요가를 수련해야겠다는 마음이 강력하다. 위기, 슬기롭게 극복해보자. 앞으로 더 열심히 요가합시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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