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동안 매일 같이 물구나무를 서는 남자
제가 요가에 관심을 가지면서 몇몇 요가인들의 강력한 팬이 되었는데요. 그들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구나무, 즉 핸드 스탠드의 고수들입니다. 두 발이 아닌, 두 손으로 온몸을 지탱하고, 대지를 받히고 거꾸로 서있는 그들의 모습이 제 눈에는 너무 멋있게 보였습니다. 그러한 자세로 요가 동작들을 이어나가는 그들을 보면 누가 봐도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들을 따라 물구나무를 연습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4개월입니다. 처음에는 절대 안 될 것 같은 동작이 이제는 조금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매일 하루에 한 번 이상 서려고 노력하는데, 아직도 감이 잡힐 듯 말 듯합니다. 아무런 보조 없이 서는 자유 물구나무는 10초도 서기 쉽지 않습니다. 1년 후, 3년 후, 5년 후... 언젠가는 나도 물구나무의 고수들을 따라 자유롭게 물구나무를 설 수 있는 날이 올까? 강력하게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제가 이렇게 제대로 빠진 물구나무,
제가 물구나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를 여러분에게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이거 웬 헛소리냐?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저에게 물구나무는 그냥 멋있습니다. 그냥의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내가 쉽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일라까요. 내가 지금까지 몸을 지탱해온 방식과는 다르게, 방향을 바꾸어, 그리고 중력을 거슬러 물구나무를 서는 모습이 저에겐 왜 그렇게 멋있을까요?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동경의 마음이 드는 것은 그 성취를 위한 노력의 시간이 간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물구나무를 연습하고 나서, 멋진 장소에만 가면 물구나무를 서서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렸던 노력의 결과물과 멋진 풍경이 결합되었을 때, 제가 느끼기에 '그냥 멋있다'라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앞서 보여드렸던 핸드 스탠드의 고수들에 견줄 바는 아니더라도, 제가 제 자신에게 대견하고 멋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집니다 : )
물구나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저는 요가의 한 동작으로 물구나무를 배우고자 시작했습니다. 물구나무는 머리와 팔로 몸을 지탱하는 동작과 손으로 몸을 지탱하는 동작으로 주로 나뉩니다. 저의 경우에는, 머리와 팔을 바닥에 대어 몸을 지탱하는 '머리서기(Headstand)' 동작으로 시작을 하여, 지금은 손을 바닥에 대어 몸을 지탱하는 '손물구나무(Handstand)' 동작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하타요가 경전에서 8천여 가지의 요가 동작이 있다고 설명하는데, 그중 가장 효과적인 동작으로 물구나무서기를 꼽습니다. 물구나무서기를 '아사나(요가 동작)의 왕', '요가의 꽃'이라고 부를 정도니 말입니다. 그래서 요가 수련도가 어느 정도 이상인 분들을 보면, 대부분 물구나무를 함께 수련하시기도 합니다. 저도 이런 연유로 요가의 더 높은 경지에 다가가기 위해 물구나무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두 손으로, 또는 팔로, 또는 머리로 온 몸을 지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체로 중력을 받아내는 평상시의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지 않은 거꾸로의 방법으로 중력을 받아낼 때 우리 몸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과 골격들이 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상반신을 항상 받히고 있어 중력으로 항상 압력 받았던 하체가 압박에서 해방됩니다. 발목, 무릎, 고관절들의 근육의 긴장이 완화되고 혈류량이 증가됩니다. 자연스럽게 혈액순환이 촉진됩니다. 하체의 부종도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하네요. 동시에 팔과 어깨의 힘으로 체중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상반신의 균형, 안정성, 근력이 함께 발달됩니다.
상반신 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머리, 그중에서도 뇌입니다. 물구나무를 서면 당연히 머리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되겠죠. 두뇌 신경계의 혈류량이 증가되어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고, 이로 인해 뇌가 활성화되고 기억력과 집중력, 사고력 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눈의 건강과 얼굴 근육의 처짐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네요. 하지만 고혈압 환자나 목, 척추가 약하신 분들은 물구나무가 위험할 수 있어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고수들의 물구나무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어려워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물구나무 동작을 해내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고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성취가 계속 쌓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더 큰 성취를 할 수 있는 선순환 사이클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손으로 물구나무를 시작했을 때는 어깨의 힘이 부족했었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발을 계속 벽에 대고 있다가 잠깐 떼어보는 것에도 굉장히 기뻐했었어요. 점점 시간이 지나고 연습량이 쌓여가면서 벽에서 발을 떼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며칠에 한 번 꼴로 10초 이상을 버티기도 해요. 어제 10초였는데 오늘 12초 성공하면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물구나무의 감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심을 잡았을 때 어깨와 골반이 컨트롤되고 손목으로 바닥을 지탱하는 것이 꽤나 안정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때 느껴지는 물구나무의 감각은 정말 짜릿합니다. 넘어지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깨나 골반을 컨트롤하여 무너지지 않고 몸의 균형을 살렸을 때의 그 기분. 대어를 낚는 낚싯대, 카레이싱의 핸들, 오락실의 조이스틱 등과 비교해도 그 손맛과 성취감이 더하면 더할 정도로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물구나무를 연습했을 뿐인데 여기에서 얻게 되는 배울 점들이 많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가지는 삶의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를 배울 점을 소개합니다. 물구나무는 균형의 원리를 깨닫게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양팔저울을 통해 균형이라는 개념을 배웠습니다. 한쪽의 무게와 다른 쪽의 무게가 같았을 때 균형이 맞춰진다는 개념이지요. 우리가 살면서 균형점을 맞춰야 하는 균형점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말 많은 것이 복합적으로 엃켜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균형을 찾습니다. 물구나무를 서다 보면 손끝부터 손바닥, 복근, 골반, 심지어는 발끝까지 균형을 위해 몸부림치게 됩니다. 그중 하나라도 안정권을 벗어나 무게중심을 잃으면 넘어지게 되니까요.
하타요가의 대가인 아헹가는 '물구나무서기는 시간을 정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물구나무에서 시간과 노력의 중요성을 배웁니다. 우리가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발로 몸을 지탱하면서 살아왔는데, 고작 짧은 시간의 연습을 통해 손으로 서려고 하다니, 과욕은 금물입니다. 아기는 걷기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합니다. 우리는 그 과정을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한 번에 성취하려고 하고 욕심을 부릴 때가 많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균형을 만드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제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제가 4~5개월 동안 물구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연습하면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매일매일 연습한다고 해도 하루에 10분 정도 하는데, 그것 가지고는 실력이 잘 늘지 않습니다. 하지만 1, 2, 3, 4개월이 쌓여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느낍니다. 들어가지 않던 허리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는 날이 생깁니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던 어깨가 갑자기 내 말을 들을 때가 옵니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를 가지다 보면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4개월 동안 연습해왔는데, 다음 4개월 동안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도 되면서 많이 늘지 않을까 압박감도 있네요. 그래도 잘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물구나무 한 번 서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다음에는 물구나무 어떻게 서면 잘 서는가에 대해서도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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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물구나무의 연습과정을 자주 올리는 제 인스타그램 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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