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루 Nov 09. 2018

영화_완벽한 타인


 잘 짜인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 그것들을 담아내는 뛰어난 연출이 돋보인 영화다. 한국 영화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 나는 이 영화가 조만간 연극으로 만들어질 것을 감히 예언해본다.


 이 영화는 그냥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내러티브 자체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클리셰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표현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다만, "타인은 지옥이다."는 감상평들에 대해 반감을 갖는다.


 비밀스럽고, 어쩌면 수치스러운 일들이 타인에게 공개되면서 생기는 갈등과 오해가 이 내러티브에 가장 중요한 장치다. 아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의 결말이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이처럼 무책임하고 비겁한 생각이 또 있을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애당초 드러나면 곤란해질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영화의 결말에서도 우리는 세 가지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그 사실을 긍정했다기보단 인정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삶의 균형을 맞추는 건 철저히 본인의 몫이지 누구에게 책임 전가하고 탓해선 안될 일이다. 어쩌다 이 세계가 저 세계를 침범했을 때엔 그 '다른 세계'를 만들었던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타인은 지옥이다."는 말은 도둑질을 한 뒤 범죄가 드러나 경찰에 구속되면서 "이 모든 건 경찰(혹은 자신을 고발한 자)의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극 중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나 곤욕을 치루지만, 인물마다 대처 방법이 다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는 화를 내는가 하면 누구는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한다. 자세히 본다면 이 차이가 비단 '스스로 얼마나 떳떳한가'를 기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책임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무언갈 얻을 수 있다면, 아마 이것일 것이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책임감, 

매거진의 이전글 책_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리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