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상담도 해줄 수 있을까?

by 폴짝

(*이미지 출처: 챗GPT 생성)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용자와 상담가를 연결해 주는 앱이 등장한 지는 꽤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앱을 통해 상담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이들 서비스와 상담가와 직접 대면해서 하는 상담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AI 챗봇과 채팅을 통한 상담을 제공하는 앱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상담이 실제로 도움이 될까 하고 의심을 하던 중에, 챗GPT로 이런 서비스를 모방해 보지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상 상담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고, 다음과 같은 부분은 신경을 썼습니다.


챗GPT와 대화할 때 음성 대화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문자로 채팅할 때 비언어적 의미가 유실되는 것을 막고, 상대가 인간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능하면 제가 하고 싶은 얘기만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챗GPT의 답변에 따라 반응하면서 대답하려고 애썼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 설명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챗GPT와 주고받은 가상의 상담을 옮긴 내용입니다.

나:
안녕하세요 ChatGPT님. 오늘은 당신이 심리상담가로서 저와 대화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ChatGPT:
안녕하세요! 물론이죠, 심리 상담가 역할로 도와드릴게요. 오늘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나 고민이 있나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나:
최근 제 상태는 아침에 일어나면 컨디션이 아주 좋다가 오후 두세 시가 될 쯤에는 굉장히 기분이 가라앉고 에너지가 처지는 느낌이 나는데 이걸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ChatGPT:
하루 중에 기분이나 에너지가 이렇게 변동하는 건 꽤 흔한 일인데, 그래도 불편하실 수 있죠. 혹시 오후에 에너지가 떨어질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계신가요? 예를 들어, 짧은 휴식을 취한다거나, 가벼운 산책이나 간식을 섭취하는 등의 방법을 시도해 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나:
저는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주제가 무겁지 않은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아니면 그냥 멍하니 쉬고는 합니다.


ChatGPT: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무리하지 않고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하루 10분 정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거죠. 중요한 건 꾸준함인데, 처음엔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도움이 돼요. 그리고 운동 자체를 재미있는 활동으로 만들기 위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거나, 친구와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작은 성공을 쌓아가면서 점차 시간을 늘려가면 부담 없이 운동을 습관화할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
운동 말고 심리적인 마음 챙김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ChatGPT:
운동 외에도 마음을 돌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간단한 명상이나 호흡 운동을 통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 하루를 마무리할 때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며 짧게 기록하는 감사 일기도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죠. 그리고 좋아하는 취미나 창의적인 활동에 몰두하는 것도 마음을 돌보는 좋은 방법이에요. 어떤 방법이 본인에게 잘 맞을지 하나씩 시도해 보면서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답변 끝남)


나:
고마워요.


ChatGPT:
천만에요! 언제든 필요할 때 편하게 이야기 나누러 오세요. 오늘 대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
네, 감사합니다. 당신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짧은 상담(?)을 끝냈습니다. 여기에는 옮기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번 상담 실험을 해 봤습니다. 그 결과에 대한 제 평가는 만족도 불만족도 아닌 애매한 곳에 머물렀습니다.


예전에 전문 상담가와 꽤 오랜 기간 동안 대면으로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챗GPT의 상담은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인간 상담가는 자기 얘기를 많이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쪽이었고 저 스스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었던 반면, 챗GPT는 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마무리짓기까지 걸린 시간도 지나치게 짧았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고 싶었는데, 처음에 질문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니 대화가 뚝 끊겼습니다. 너무 목표 지향적으로 보였고, 제가 경험한 상담의 원래 모습과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실제 상담가와 상담을 했을 때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속마음을 말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될 때가 많았습니다. 이와 다르게 챗GPT는 '고민 해결사'일지는 몰라도 '상담가'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이야기하고 싶은데 대화 상대가 없을 때 어느 정도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음성 대화' 기능은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추가적인 상담 실험을 하던 중, 질문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면 상담 내용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위에서 오고 갔던 대화 중 챗GPT의 답변을 받아 거꾸로 질문을 던지면 단답형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산책이 좋다고 했는데, 당신이 산책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요?"

"감사 일기가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당신이라면 어떤 식으로 감사 일기를 쓸 건가요?"


상담을 목적으로 한 챗GPT와의 대화에서도, 질문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챗GPT가 상담가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를 간단히 살펴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발견은 '음성 대화' 기능의 성능이 무척 좋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대화 중 반응 속도도 빠르고, 실제 사람과 같은 억양과 감정이 꽤 잘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과 말로 대화해 봤자 별 차이 있겠어, '라고 생각했던 제 편견을 깰 만큼 충분히 좋은 기능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음성 대화 기능을 외국어 학습 등에 사용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그 밖에도 가볍게 대화하기, 브레인스토밍, 면접 연습 등 생각하기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스마트폰과 대화하는 데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제법 괜찮은 대화 상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음성 대화를 비슷하게 따라 한다고 해서 챗GPT에게 '공감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챗GPT가 인간 상담가와 다른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의 뉘앙스에서 사람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내담자를 관찰하고 상담해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말한 AI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이것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담 기법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확정적인 결론을 내는 것은 성급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챗GPT의 상담가로서의 가능성은 조금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만간 진지한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챗GPT와 심도 있는 대화를 다시 한번 나눠 보아야겠습니다.



오늘의 실험 결과:

아직까지는 AI가 인간 상담가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AI가 꽤 괜찮은 고민 해결사, 대화 상대는 될 수 있어 보인다.


keyword
이전 11화코딩하는 것처럼 챗GPT 활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