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혹은 상태 없음’
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 5판)는 정신질환 및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국제 표준 매뉴얼입니다. 한국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임상의)나 전문 심리상담가, 임상심리사 등이 환자나 내담자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임상 심리 분야를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DSM-5의 기본적인 내용을 필수로 알아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와서 눈에 띈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아래와 같은 진단 부호(코드)와 진단명이었습니다.
Z03.89 진단 혹은 상태 없음:
이 부호는 평가를 받은 사람에게 정신질환 혹은 상태가 없는 것으로 결정된 상황에 적용된다.
문득 ‘나도 저 진단 부호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조울증으로 더러워졌던 마음이 다시 깨끗해졌다고 공인받을 수 있으리란 기분이 들 것 같아서였습니다. 하지만 곧 쓸데없는 생각 하고 있네... 라며 ’쯧,‘ 하고 혀를 차고 말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건, 현재에 충분히 감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멍들어 있는 마음의 아픔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심리학, 정신질환을 공부하면 할수록 완벽하게 정상적인 사람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그러므로 언감생심, 저런 진단 부호를 탐내는 것은 저로서는 너무나 무리한 욕심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갑니다.
아무튼 ‘깨몽!’ 하고, 오늘도 힘차게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