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가 불에 타고 있는데 왠 새들이 모여들까?
불꽃 속에 숨어있는 벌레, 그리고 나
갈대가 불에 타고 있는데 그곳에 왜 새들이 모여들까?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오후 석양이 지기 전에 산보하는 여인네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상하다. 어찌하여 불살이 세고 풍겨 나는 연기들이 매운데도 그곳으로 몰려든단 말인가?
우리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을 취하는 그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진 것이다.
바로 궁금증을 해소할 답으로 들어가 보자.
그곳에 생명이 있다. 그들이 먹고 살 먹이가 있다.
보지 못하거나 볼 수 없는 이들은 뜨거운 그 불을 피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새들은 먹고살 수 있는 먹이가 눈에 띄는데 어찌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단 말인가.
뜨락 뜨락, 장작이 탈 때 내는 그 소리로 자신의 힘을 자랑이나 하듯이 갈대 자신이 태워지고 있다. 근처 주민들도 그 불이 어찌 센지 무서워 소방차를 대기시켜 둔 상태이기도 한 것이다.
과연 그 근처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이 소리와 뜨거움 그리고 눈이 매울 정도의 자극을 내는 그 연기를 피하는 사람들을 이들은 본다. 우리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오. 그대들이 멀리 떠나가니 방해받지 않고 우리는 더 안심하게 이곳에 있게 된다오. 고맙소!
이곳에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는 행사가 있네요. 그게 크게 자란 그리고 잘린 밑둥이가 드러난 갈대를 불로 태우는 일이지요. 그런 현장을 먼저 살펴보자.
수 십만 평 더 되는 넓은 매립지, 그곳에 주택으로 분양되어 벽돌벽으로 각각 나눠진 그 지역에는 강에서 실어 날린 모래로 덮혀져 있다. 그 안에는 갈대 뿌리나 씨들이 함께 있었다. 다시 말해 타의적으로 타 지역에 이동이 된 갈대라는 말이다.
그 갈대가 살아 있어 여름철 내내 우기에 물을 먹고서 순을 틔우고 자라 사람 키의 두 배 높이로 자라는 이들이다. 그러니 갈대밭이 아니라 가을이 되면 하얀 갈대바다가 된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사람처럼 정든 고향을 떠난다 해도 살아 있으면 번성하는가 보다.
우리가 말하는 풀이나 잡초의 가장 큰 특징은 끈질긴 생명력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처럼 바로 갈대가 그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래밭에 뭐가 자랄 수 있겠나 하지만, 사하라 사막에도 고비 사막에도 거친 잡초들이 자라고 그들과 더불어 동물들도 서식한다. 와우! 신기하다. 단지 농사를 지어 곡식을 거둬드리는 평범한 농부나 범인들로서 감히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그 뜨거운 지옥 같은 불길이 다가오면 그 갈대 사이사이, 아니 긴 갈대가 잘려나간 곳, 뿌리 근처에 숨어 기생하는 벌레들이 뛰쳐나오게 된다. 여름 내내 갈댓잎으로 살 찌운 벌레들이 이제는 서서히 스스로 자기 집을 짓고 겨울잠을 자려는 데 왠 뜨거움이여, 아 불이여. 살고자 뛰쳐나오지만 그들을 유심히 쳐다보면서 눈에 힘을 주고 매운 연기 앞에서도 먹잇감을 기다리는 검은 새들이 있는 게 아닌가. 이 기회와 시간을 놓칠 수 없는 이들이 바로 새들이다. 그렇게 하여 새들의 먹이로 사라지는 벌레들이다. 자연의 법칙을 따라 자신이 먹이가 되어 새를 살리는 벌레의 삶은 끝이 된다.
우리는 무엇을, 아니 누구를 살리는 삶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