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전쟁가능성
전쟁과 우리
2022년 2월 4일 현지 시각 24일 오전 4시 50분 우크라이나 영토 전역에 대한 포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불과 2년 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이 있긴 했지만, 군사력 2위, 22위의 국가 간에 실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작은 국지도발이나 테러 정도는 예상 가능하지만 이번에는 전쟁이다. 국가와 국가가 서로 살인을 마다하지 않고, 국민의 생명을 내놓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이유가 필요할까? 전쟁 개시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무력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러시아를 비판하였다. 그런데 무력 사용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말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목숨이 위협당하는 상황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무력 사용의 정당성은 국가나 민족이 정할 문제가 아니다.
국제 정세는 너무나도 어렵다. 신문기사나 슬쩍 쳐다봐서는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내게 위협이 될 때이다. 우리의 목숨이 위험할 때, 우리는 뉴스를 쳐다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살고 싶다는 욕구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닥친 것인지 절망할 뿐이다. 6.25 전쟁이 그랬다. 교육 인프라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대한민국에서 사상과 정치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친 이승복 어린이는 공산당이라는 세력이 싫었을까, 아니면 자신을 위협하는 눈 앞의 '악당'이 싫었을까.
평범한 사람이 전쟁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전쟁이라는 비극에 휘말릴 위험이 얼마나 높을지,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 더욱 실질적으로 다가온다. 죽을죄를 짓지 않은 우리들이 '정치'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억울하다. 나는 전쟁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음을 싫어한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살고 싶을 뿐이다.
이 글에서는 지도를 통해 202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과 한반도를 비교할 것이다. 섬뜩하게도 이 전쟁은 한반도의 정세 깊은 관계가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전쟁으로부터 안전할까? 아니, 나는 안전할까? 이 글에서는 먼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배경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냉전이라는 말은 익숙하게 들어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먼저 알아보자.
소련과 미국이 각각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표 주자 격으로 체제 경쟁을 했다는 사실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20세기 초 소련의 공산주의가 점차 확장해나감에 따라 위기를 느낀 미국이 1947년 트루먼 독트린(자본주의 국가들을 도와주겠다는 미국의 선언)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냉전은 시작되었다. 세계는 두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가들로 양분되었고, 이중에서도 체제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곳은 유럽이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은 사회주의, 그 외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여기서 NATO를 알고 갈 필요가 있다. 미국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군사적 지원도 함께하였다. 미국은 동유럽, 특히 동독에서 소련의 위협에 대응할 방법이 필요했고, 위기를 느낀 서유럽 국가들과 함께 동맹을 체결하였다. 그렇게 1949년 NATO가 설립되었고, 미군이 유럽에 배치되었다. 지리적으로 맞닿지 않는 미국과 소련은 땅이 아닌 체제로 국경과 전선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소련이 1991년 내부 분열로 무너지면서 냉전시대는 막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체제 경쟁의 색이 옅어졌을 뿐 실질적인 대립은 남아있었다. 소련은 해체하였으나 그 중심에 있던 러시아는 덩치를 과시하며 주변의 공산권 국가들을 여전히 자신의 편에 두려 하였다. 그러나 정세는 자유주의의 우세로 흘러갔고, 유럽에서 자유주의 진영과 직접 영토가 맞닿는 러시아는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포함한 자유주의 국가들은 NATO를 해산하지 않고 존속시켰으며, 점차 확장시켜나갔다. 1991년 소련 해체 직전 NATO를 더 이상 확장하지 않겠다는 비공식 합의를 하였지만, 자유주의 흐름에 탑승하려는 기존 공산권 국가들과 유럽에서 지배권을 얻으려던 자유주의 세력의 이해가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NATO는 확장되었다. 아래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1998년부터 2022년까지 NATO 회원국 지도이다.
1998년부터 2022년까지 NATO 회원국 변화 | 출처: Gerardo Femina, , Europe and theThe role of NATO, Europe and the invisible people in the conflict in Ukraine invisi, pressenza
위 그림을 다시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는 국가 중 핀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3국만이 NATO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 핀란드는 중립국이며 벨라루스는 2021년 이미 러시아와 국가통합 결정을 한 만큼 실질적인 복종관계의 국가라는 것을 감안하면, 유럽에서 사실상 러시아가 추가적으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밖에 남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사회주의 세력의 마지막 유산이다.(비록 사회주의 체제는 포기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유럽이 뭐길래, 우크라이나가 뭐길래 러시아는 전쟁이라는 선택을 한 것일까. '세계정세'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국가에서 전쟁이 난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소식을 접하고 받은 충격은 전쟁 그 자체보다도 우리가 그곳을 알기 때문에, 그곳의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을 잊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가 중동 국가들의 전쟁을 보듯, 광개토 대왕의 정복을 보듯 우크라이나를 쳐다보자.
냉전으로 인한 유럽에서의 대립과 2022년 현재, 우크라이나가 가지는 지정학적 의의를 이야기하였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 남은 공산권의 마지막 보루로, 우크라이나가 자유주의 군사 동맹인 NATO에 가입하는 순간, 러시아는 유럽과 맞닿는 주요 국경에서 모두 '적'을 만나게 된다. 국경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넘어가는 순간 자유주의 진영 전체에 대한 도발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적과 마주치는 것만으로는 전쟁의 이유가 부족하다. 대의적 명분과 인간성은 내려두고 계산기를 두드리자. 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국가 전체에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안긴다. 전세계 국가들의 경제적 제재를 제외하더라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투자 감소와 무역 노선의 절단, 국가 인적/물적 자원의 동원으로 인한 산업 공백은 어떤 파시스트 지도자라도 전쟁을 꺼리게 만든다.
그렇기에 현대의 무력 사용은 전쟁이 아닌 테러와 국지도발 등 소규모 전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공격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국가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폭력의 주체를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돌리고 꼬리를 자르면, 명백한 물증을 잡지 못하는 이상 가해 국가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진다. 둘째,효과에 비해 비용이 적다. 소수의 인원에게 적당한 무기를 쥐어주는 것만으로 피해국가의 혼란과 군사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9.11테러에 동원된 인원은 고작 19명이었으며 이들에게는 소총 한 자루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비교적 대응이 용이하고 비효율적인' 전쟁을 치를까? 정답은 바로 영토에 있다. 테러와 국지도발이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영토를 얻지는 못한다. 전쟁을 통해 지역을 장악하고 군인들이 깃발을 꽂는 그 순간에 영토 확장이 이루어지며, 정복이 이루어진다. 동맹을 통해서 아군의 영토를 늘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소련의 해체로 소속 국가들이 공산주의 자체를 이탈한 것을 지켜본 러시아에게는 믿을만하지 않다. 전쟁을 통한 영토 확보는 그 무엇보다도 확실하다.
이제 주제는 조금 바뀐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은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했을까'라는 질문보다 훨씬 근본적인 답변을 줄 수 있다. 이제 우크라이나 점령의 경제적 이익과 비용(영토 확장 가능성)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각 국가들의 수도와 국경을 잘 살펴보면 글을 읽기 전에 정답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굳건한 동맹국가를 공격할 이유는 없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로 가는 통로를 열어준 벨라루스를 보자. 벨라루스의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28년 간 독재를 유지해왔으며, 이에 대한 반정부 시위와 민주화 운동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소련에 대한 계승 의식도 강한 편이라 친러시아 정책을 펼치는 국가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신용도가 매우 높은 국가인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자유주의 진영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로마이단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뺄 수 없다. 2013년 당시 우크라이나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었는데, 친러 성향이 강한 인물이었다. 이 당시 우크라이는 러시아의 경제적 원조를 받았으며,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친러 성향의 대통령이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지정학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때, 러시아가 예상치 못한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러시아의 친서방 국민들은 시위를 시작하였고, 결국에는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여기까지는 국민들이 하나되어 정부를 바꾼 촛불 시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 사정은 달랐다. 하나의 국가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동부와 서부로 사실상 두 개의 나라로 분리되어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 우크라이나의 언어 지도를 살펴보자. 전국민 70%가 공인어인 우크라이나어를 쓰지만 동부 지역은 대부분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이런 정치적 극단주의는 혁명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배경이었다.
러시아는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와 정부에 대한 통제권에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30% 이상이 러시아의 가스 라인에 의존하고 있었고, 러시아는 이 중요한 권력을 유럽 중부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에 두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의 6할 이상, 즉 유럽 수요의 20%가량이 우크라이나를 통하고 있었고 이 가스가 사용되는 국가들 중에는 프랑스(의존도 23%)와 독일(의존도 36%)등의 주요 국가들도 포함되었다. 즉,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통제권 상실은 러시아의 입장에서 유럽에 대한 견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견제 수단이었다. 이런 우크라이나에서 혁명으로 친러 정부가 축출된 후에, 러시아는 국가 대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통제가 아닌, 점령을 통한 통제를 시작하였다. 그 시작은 크림 반도의 합병으로, 당시 크림반도 주민들의 러시아 합병 찬성율은 97%에 가까웠다. 이는 투표율 조작이나 군사적 압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역 한정이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친서방 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래 그림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그 주변국들의 수도 위치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영토를 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가 이 작은 지도에 포함된다. 우리는 아시아 영토 위에 있는 러시아를 떠올리기 쉽지만, 러시아의 동부 영토는 사실상 야생 상태에 가깝다. 실질적으로 러시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은 서부의 유럽 러시아로, 이 지역은 러시아 영토의 25%에 불과하지만 70%가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인구를 포함한 국가의 핵심이 유럽에 가깝다는 것은 유럽과의 교류 가능성을 높이지만, 유럽의 위협에 취약하다는 이야기이도 하다. 우크라이나와 모스크바의 거리는 고작 500km이다. 이런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반도 면적의 76.8배를 영토로 가지는 러시아지만, 수도 모스크바와 '적국'까지의 거리는 겨우 남한의 수직 길이와 비슷한 거리가 된다. 러시아에 침공이 이루어지는 경우 불과 하루 이틀만에도 육상병력으로 도달이 가능한 거리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을 하기 용이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사실상 러시아 속국인 벨라루스의 국경으로부터 키예프까지 거리는 100km가 채 되지 않는다. 2월 25일, 개전 약 하루만에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의 북부로 진입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다. 수도만이 문제가 아니다. 위의 우크라이나 언어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수도 키예프를 중심으로 러시아 영토가 우크라이나의 3면을 둘러싸고 있다. 개전 이전부터 이미 포위당한 상태였다.
러시아가 작정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 친러 성향의 동부, 남부 지방 뿐만 아니라 친서방 성향의 수도 키예프와 주변까지 모두 신속하게 공격 가능하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 이전, 군대 배치와 훈련 등을 통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초기 방어선이 무너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러시아의 포병과 미사일 사거리 안에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특별한 기동없이 버튼 하나만으로도 우크라이나 수도권에 대한 타격이 가능했다. 그렇게 포성을 시작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만약 러시아군이 아시아에서 군사활동을 했다면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즉각적으로 대응 태세를 구축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모스크바 중심의 국가가 모스크바 주변에서 하는 군사 행위는 전쟁의 신호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저 자국 영토를 가리키는 포구를 바라보며, 버튼이 언제 눌릴지 걱정할 수 있을 뿐이다.
글을 쓰는 3월 20일, 현재 우크라이나는 국민들의 결속과 군대의 훌륭한 대응으로 러시아의 진격을 막아내고 있다. 전쟁 이전 비용과 이익 모두에서 할만하다고 판단한 러시아는 애를 먹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은 점점 러시아에게 가성비가 떨어지고 있다. 지도를 보며 러시아의 빠른 승리를 점쳤던 나의 예상은 틀렸고, 우크라이나의 절실함이 맞았다. 결과는 잘 모르겠다. 우크라이나가 오래 버티기를 응원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통받은 이들은 늘어나게 된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짓밟은 결과가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는 북한에게 북한은 우리에게 얼마나 가성비 좋은 전쟁 상대일 것인가. 평화는 지도자와 국민의 선한 마음이 아닌 폭력에 대한 경제/정치적 억제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선함은 아름답지만, 상대를 선하다고 믿는 것은 재앙과 같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철저한 준비라 함은 언제 어디서 어떤 상대를 만나든 이겨낼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그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최선을 다하며, 충분한 의지가 있는' 가상의(혹은 실제의) 상대를 가정하고 설계된다. 그 상대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더욱 더 노력하며, 강한 의지가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상대가 선하기를 바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것은 좋은 방법인가? 아니, 그 방법은 정말로 가능한 것인가? 상대방이 선하다는 것보다도 위험한 것은 우리가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우리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가능성과 비용을 비교하며 우리의 자산을 분산시켜야 한다. 완벽함이란 불가능함과 같다. '하면되지'라던가, '노력으로 안될 것이 없다'라는 말은 우리 상상 속의 길거리 싸움과 마찬가지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투자를 해야할까? 어떤 것이 중요한지, 어떤 것이 위험한지를 평가하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할 지 알 수 있다. 자신을 상대함으로써 적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거나 그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면 준비는 필요하지 않다.사설 경호원과 최첨단 보안시설을 갖춘 시골 텃밭은 없다. 그곳이 부자의 텃밭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있다면 그곳을 털어서 얻을 이익이 크다는 뜻이다.) 철저한 준비보다 상위에 있는 가치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없는 상태일 것이다.
미친듯이 국방에 투자하면 우리는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글쎄, 당장 평화는 얻을 수 있겠다. 다만 다른 곳에 노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곳에 노력할 수 없다면 국방 또한 무너질 것이다. 역설적으로 방어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면 전쟁이 필요하다. 군대를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국가의 경제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서 취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군사국가들은 전쟁을 통해 성장하고 전쟁을 통해 멸망했다. 당연하다.
북한은 우리 땅을 탐낼까? 남한 땅을 통째로 넘겨준다면 당연히 받을 것이다. 공짜를 마다할 리는 없다. 우리의 국방이란 북한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우리 땅을 가져가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치뤄야 할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면, 전쟁광 지도자라도 우리를 공격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전쟁을 얼마나, 왜 준비하고 있을까. 세계 군사력 6위의 대한민국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서양과 동양은 당연하게도 서쪽, 동쪽으로 이어져있다. 첫번째는 유럽의 동쪽으로 통하는 길이며 두번째는 태평양의 서쪽, 아시아로 통하는 길이다. 전자는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를 통해 이미 다뤘으니 이번에는 후자를 이야기할 것이다. 태평양이라는 넓은 바다를 우리는 어떻게 건널 것인가.
위 지도를 보자.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를 잇는 경로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베리아와 러시아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경로로 서양과 동양을 잇기에는 부적절하다. 해당 경로에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존재한다. 이들 지역은 실질적으로 특별한 국가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척박한 땅이다. 국가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양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무역이 어려우며 정치적인 접촉 또한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로 해당 경로의 육로는 북극해와 태평양이 만나면서 끊어진다. 기차에서 내려 배를 타고 다시 기차에 오르는 환적 비용(물류의 환승비용)또한 문제가 된다.
두번째 경로는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로 바로 들어오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아시아의 정치경제는 중국을 중심으로하며, 지리적으로 해당 경로를 통해 서방세계의 정치경제적 중심인 미국의 동양 진출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조금 작게, 중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시아 대륙의 주요활동이 벌어지는 대륙 한복판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디를 통해야할까? 이곳에 한반도가 있다. 미국과 중국을 한 줄로 이어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계지도의 도법은 왜곡이 매우 심하다. 정거방위도법(지도의 중심에서 거리와 방위가 정확한 도법, 지도 중심에서 다른 지역을 잇는 직선이 실제로 가장 짧은 경로이다.)을 통해 베이징에서 서양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자. 1번 경로는 미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지만, 앞서 서술한 이유로 제한된다. 두번째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2번 경로이다. 그리고 그 경로에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중국으로 오가는 경로는 육상, 해상, 항공 모두 대한민국과 일본의 영토, 영공, 영해를 거치게 된다. 태평양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이 두 나라가, 특히 아시아 대륙에 육상으로 이어지는 한반도가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 대륙의 교두보이다.' 이 문장은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이나 그것이 왜 그런지, 정확한 의미를 이야기를 아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우리는 서양에서 아시아로 진입하는 두 개 경로 중 하나의 대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로는 세계 경제, 정치의 중심인 미국과 중국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침략의 역사였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소위 만주 소수민족인 '오랑캐'들의 약탈 행위까지 침략으로 봐야하는지의 문제이다. 역사가가 아니기에 정답은 모르겠다. 다만 20세기 후반부부터 이어진 우리의 역사는 우리만의 역사가 아니다.6.25전쟁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싸움이었고,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서방세계가 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이었다. 유럽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는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는 미국.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진영의 대립은 동서양의 양쪽 경계에서 나타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시작하겠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전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의 전력에 동맹국인 미군의 힘까지 더하면 수시간만에 북한 전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방공 자산이 전무한 수준인 북한에게 미사일이나, 항공폭격을 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가. 평화를 위한다는 답변은 미지근하다. 그렇다면 전쟁광 지도자가 나온다면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것인가?
지난 글에서는 한반도의 정치적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휴전선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이념, 경제적 전선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의 태평양 영향력, 미국의 아시아 진출을 위해서 한반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이 남한을, 혹은 남한이 북한을 공격할만한 유인이 있는가? 이 글에서는 북한이 한반도를 점령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그에 따르는 비용을 이야기할 것이다. 다만 그 전에 한 가지 생각해보자.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우리가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다음, 압도적으로 밀리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의 영토를 얻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우리가 북한을 흡수통일했을 때 얻는 이익과 매우 가깝다. 실질적으로 북한과 어떤 정책/경제적인 협력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기에는 북한은 많은 분야에서 우리보다 크게 떨어져있다. 노동력과 천연자원 등 북한과의 통일이익에 관한 이야기에는 항상 의문이 따라붙는다. 영토가 확장되고 실질적인 섬나라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원에서 변화를 바라기는 어렵다.
물론 통일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 작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쟁의 이유와 같이, 영토이다. 실질적으로 포화 상태의 대한민국 경제에 북한과의 통일은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찾는 것은 전쟁의 이유이다. 우리는 이미 아시아의 교두보로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나라이다. 친서방 국가인 일본과 함께 태평양에 충분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으며, 중국과도 황해를 통해 활발한 무역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한반도의 전쟁은 한반도의 전쟁이 아닌, 서양과 동양의 전쟁이다. 경제보다는 진영과 체제가 쟁점인 전쟁이 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중국과 정면으로 부딪혀서 버틸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국기이다. 자존심 상하지만 이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중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전진기지가 되는 것이 전세계 패권경쟁에서 우리나라의 현재 역할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이 역할 자체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아니, 오히려 문제는 우리가 북한을 흡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지형적으로 반도는 협곡과 마찬가지이다. 진출에는 불리하지만, 방어에는 무엇보다도 유리하다. 우리가 북한을 점령한 뒤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으로 둔다고 생각해보자. 우선적으로 300km가 채 되지 않던 육상 국경선은 1400km 이상으로 연장된다. 현재에도 대부분의 군사력이 전방, 특히 DMZ 경계에 소모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현재의 북한만큼 언제 미친 척을 할 지 모르는 상대는 아닐지언정 경계 부담은 훨씬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북한은 중국 입장에서도 쉽게 통제되지 않는 국가이다. 중국에 허리를 굽히는 순간,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이다. 기형적이게도 체제의 존립에 국가의 존립 자체가 기대고 있기에 북한에서 체제변화란 국가의 붕괴를 의미한다. 친서방 진영 입장에서 북한은 골칫거리일지언정 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이 중국에 의해 흔들리지 않도록 역할하고 있다. 옆집으로 가는 길에 깔린 지뢰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불안감은 여기서 생긴다. 북한은 진짜로 미친 것같다는 점이다.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고, 동맹도 훨씬 든든하다. 경제는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의 침략을 불안해한다. 이는 단순히 6.25 전쟁의 트라우마일까? 그보다는 북한이 하는 결정이 논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북한의 미사일, 핵 등 비대칭 전력이 언제 '나'를 타겟으로 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북한의 '미치광이 전략'은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리액션'을 담당하게 만든 이유이다. 우리는 북한보다 무언가를 먼저하지 않는다. 전쟁의 이유도, 도발의 이유도 없다.
그러나 미치광이 전략의 핵심은 실제로 미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불리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자폭을 빌미로 상대를 협박하는 것이다. 이 미친 '척'이 탄로나는 순간 전략은 무의미해진다. 우리가 조심해야할 것은 북한이 진짜로 미쳤을 가능성이다. 정확히는 미친 짓을 할 가능성이다. 그런데 북한이 합리적이라면, 어떤 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을까? 북한의 미친 선택이 역설적으로 그들에게 합리적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렇다면 이 합리적인 광기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 수 있을까? 다름 아닌 체제 유지이다. 북한은 극단적인 엘리트 주의의 사회이다. 그리고 이 엘리트들은 양성부터 권력행사까지 모두 북한의 체제에 기대고 있다. 엘리트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혁신해나가는 것이 아닌, 사회가 엘리트를 뒷받침하고 권력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북한의 엘리트는 누구이며, 그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가 보는 북한은 왕정, 1인 독재국가로 보인다. 그런데 이 말에는 오히려 아이러니가 있다. 세습 국가에서 완전한 1인 독재는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왕'이었던 아버지가 생각보다 일찍 숨을 거둔 후, 20대 중반의 김정은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을까? 북한 권력은 하나의 유기체이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기존의 권력 체계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 자들에 의해 3대 세습은 만들어졌다.
북한에서 대학생은, 특히 명문대의 학생은 공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성적과 함께 집안도 뛰어나야 한다. 그렇게 대학을 시작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고 북한 권력의 핵심에 올라선다. 이들이 '숭배'하는 김정은은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올랐고 만민이 복종하고 있다. 그그렇게 이 엘리트들 또한 만민의 복종을 받는다. 북한의 엘리트는 혈통에 의해 양성되고 혈통을 통한 지배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는 형편없다. 권력 투쟁의 의미에서 정치가 아닌, 국민들의 삶을 위한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 사람들이 모두 나빠서가 아니다.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권력과 친해야 하며 그 권력의 유지를 위해 살아야 한다. 소신있는 이들은 그 자리에 올라서지 못한다. 그 자리에 올라서더라도 절대 권력에 도전하는 순간 밑바닥으로 쫓겨난다. 북한의 최고권력은 그 주위 권력의 정당성을 위해 존재하며, 그 주위 권력은 최고권력에 기대서 나온다. 북한의 '왕정'은 왕을 위해서만 아니라 북한의 권력 전체를 위해서 존재한다. 북한의 정치는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이다.
지정학에 관한 글을 쓰다가 갑자기 무슨 뜬끔없는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한반도의 전쟁가능성은 이곳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역사에서 전쟁은 그 정당성과 결과를 떠나 국익을 위해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체제가 흔들리면 국가 자체가 무너져 내리게 된다. 북한이, 북한의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발전이다.
지금까지 흐름이 그러하듯 북한이 점차 개방의 압박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와 중국은 자본주의체제 전환을 선택하고 기존에 가진 국가의 힘으로 이를 완수해냈다. 그 과정에서 권력은 유지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엘리트 계층은 언제나 엘리트 계층이었다. 그저 일종의 체제 변화를 겪은 엘리트가 됐을 뿐이다. 그러나 북한의 엘리트는 체제의 엘리트이다. 체제의 변화는 권력의 소멸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의 선택은 단순하다. 그들을 대체할만한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변화에 따른 신 엘리트 집단의 등장이 아닌, 국가 변화에 따른 엘리트 집단의 소멸, 그리고 국가의 소멸만이 존재한다. 한반도에서 평화 통일과 전쟁은 양극단에 위치하지 않는다. 북한 권력의 필사항쟁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북한 전체에게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전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인가?
미치광이 전략의 핵심은 실제로는 미치광이가 아닌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경우는 다르다. 우리에게는 미치광이의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북한에게는, 북한 권력에게는 누구보다도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이 합리적인 선택의 뒤에는 핵이 있다. 상호확증파괴. 북한은 우리에게 이길 수는 없을지언정 함께 멸망할 수 있는 국가이다.
우리가 이길 것이기 때문에 전쟁 걱정이 없는가? 북한에 의한 대한민국의 멸망 가능성은 없을까? 결론적으로 우리의 전쟁은 이념과 체제의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다. 북한의 명분 없는 전쟁은 중국의 참전 명분이 된다. 아시아 대륙에서 친서방 정권을 몰아낼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모든 전쟁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을 고려하면 어떤 이유도 부족하겠지만, 사람을 잊고 땅을 보게되면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가능하다. 수도 서울에 1000만,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안보이는 곳이니 멀게 느껴지는가? 핵을 없애면 전쟁 걱정 없이 통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북한군 5명만 모아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대포를 날릴 수 있다.
물론 전쟁에서 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다. 다만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그런 공포감이 존재할 뿐이다. 패권 경쟁의 분계선에 우리 수도는,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너무나도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