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것밖에 안된다고?

나를 움직이는 첫 숨

by 매트 위 바다

충동적 자발적 백수가 된 나는,

세상을 가볍게 생각했고 나를 대단하게 평가했다.

또한, 출산 전에 육아서적을 두루 섭렵했기에 육아 또한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의 1분 1초 모든 순간이 책에 담겨 있지는 않았다. 작은 아기와 교감하는 생경한 모든 것들은 나의 무지로 인해 아기를 잘못 케어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왔고 어떻게서든 빨리 육아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름 좋은 성적으로 대학생활을 마치고 굵직한 회사에서의 해상경력과 육상경력을 갖췄다 생각했기에 이력서만 넣으면 '어서 오세요'하고 나를 반길 줄 알았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이력서의 메아리를 보며 세상은 냉랭하고 나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충동적 자발적 백수에 더해 말로만 듣던 경력단절녀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갓난아이를 안고 침묵, 고독 속에 현실 부정에서 세상 원망까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타인에게는 '아무렇지 않음'을 애써 증명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차에 불현듯 산후조리원에 방문 온 요가센터 원장님의 요가원 운영 제안이 떠올랐고 세상이 나를 선택하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내가 뛰어들어보겠다 다짐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승선 경력의 연속성이 끊긴 출산한 여성해기사의 복귀가 달갑지 않은 분위기였음을 알면서도 안되면 다시 승선하러 가면 되지, 또는 정 안되면 같은 해기사 출신인 남편이 먹여 살려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해기사 면허' 하나를 믿고 수많은 주변 반대에도 그냥 질렀다.


강사 경력 한번 없이 덜컥 협회 지부 계약을 하고 센터를 개원했고 인생 첫 회원들과의 첫 수업을 원장 직함을 달고 진행했다.


그렇게 시작된 '2미터 남짓의 매트' 위에서 제2의 항해가 시작되었고 경력, 실력, 지식 등등 다방면에서 부족함으로 시작된 2미터의 바다는 망망대해에서보다 더 잦고 높은 파고와 맞서 싸워야 되는 황천항해 길의 연속이었다.


눈 한번 잘못 깜빡하면 2미터의 바다에서의 항해는 좌초 직전이었고 어떻게서든 숨을 쉬어내야 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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