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긍정맨

J

by pq

※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상당 내용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각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잘지냇어요?"


철자 틀린 한국어로 첫인사를 건네어 온 미국인 J.

한국에 온 지는 16년, 대학 영어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등산, 필드하키 등 운동을 좋아하지만, 예술에 관심도 많아서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한다. J는 첫 대화에서부터 '주말에 뭐 하냐'라고 물으며 만나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선약이 있어."


미리 잡혀있던 약속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는 J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와! 주말도 바쁘게 보내는구나! 그러는 건 정말 좋은 거야! 그렇다면 다음 주말은 시간 괜찮아?"


J는 정말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


"그다음 주말에는 회사 워크숍이 있어. 소중한 주말인데 워크숍 때문에 주말에 회사에 나오라는 거 있지. 나도 정말 가기 싫어."


내가 짜증 섞인 감정으로 대답하자 J에게서 다시 힘찬 답장이 왔다.


"와! 그래도 직장이 있다는 게 어디야!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잖아!"


J는 늘 그런 식이었다. 나의 불평불만에 단 한 번도 긍정으로 대응하지 않은 적이 없다.


"출근할 때 장정 2시간 지하철을 타야 해."

"그래도 갈아타지 않아도 돼서 좋겠다!"


"회사일이 너무 지루해."

"퇴근하면 집에서 쉴 수 있잖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어려워."

"할 수 있어! 파이팅!"


"퇴근길 2시간 동안 지하철에서 서서 왔어."

"그래도 이제 집에 왔으니 쉬어서 좋겠다!"


언젠가 J에게 물은 적이 있다. 우울함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고. J는 예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5개월 정도 우울했었다고 한다. J는 그러면서 이제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J의 이러한 초긍정적인 태도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것을 떠나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었어..."

"언제든 새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어!"


"지하철에 이상한 사람 때문에 승객들이 피해."

"너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그 사람이 다가올 거야!"


"나 오늘 우울해"

"나는 운동하고 친구들과 맥주 마시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


언제부터인가 J에게 답장을 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긍정적인 J에게 어떠한 공감이나 감정적 교류, 따스함, 인간미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오늘도 J에게서 문자가 온다.


"안녕! 오늘 하루 잘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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