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나는 더 이상 그 어디에도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게 됐다
나는 열세 살이다.
하루도 어김없이 엄마는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때린다.
다른 집 딸들처럼 애교가 없어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한 번에 듣지 못해서.
아빠한테 외식하자고 말하지 않아서.
아빠한테 엄마 다이아몬드 반지 사주라고 말하지 않아서.
한 번에 물건을 찾아오지 못해서.
그냥 꼴 보기가 싫어서.
나는 매일 일기를 쓴다.
일기 내용은 온통 엄마를 향한 원망뿐이다.
엄마가 싫다.
엄마가 무섭다.
친엄마가 아닌 것 같다.
엄마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일기장에 솔직한 내 마음을 털어놓는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다녀왔습니다."
뒷마당에 있던 엄마는 등을 돌린 채 대꾸를 하지 않는다.
느낌이 싸하다.
나는 방문을 열고 내 방 안으로 들어간다.
책상 중앙에 찢어진 종이들이 널려 있다.
내 일기장이다.
뱃속에 쇳덩이 하나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제 죽었구나...'
강한 공포감이 밀려 들어온다.
방에서 나가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다.
조금 뒤,
굳은 얼굴을 한 엄마가 골프채를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엄마의 얼굴은 악마의 모습이다.
문을 닫는다.
엄마는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다.
내 머리와 얼굴, 배와 팔, 다리 할 것 없이 온몸을 단단한 골프채로 인정사정없이 때린다.
"감히 네가 엄마를 욕해? 뭐?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이 썅년아! 그래,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내가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릴 거야 오늘!"
온몸에서 피가 흐르고,
살갗이 벗겨지고,
상처가 나고,
멍이 들고,
머리채가 뽑힌다.
뺨은 부풀러 오르고,
숨쉬기가 힘들다.
억울하다.
일기장은 내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일기장은 원래 다른 사람들이 훔쳐보면 안 되는 거다.
나는 더 이상 그 어디에도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