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사과

엄마는 딸을 낳은 그날이 한이 된다고 한다

by pq

엄마는 22살이다.


엄마는 내가 태어난 날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첫 출산인 데다, 내가 보름 동안 나올 생각을 안 해서 너무 힘들었단다.


내가 태어난 날,

내 친할머니이자 엄마의 시어머니가 병원에 딱딱한 사과 4개가 담긴 봉지를 들고 오셨다고 한다.


방금 아이를 낳은 산모는 이가 약해서 딱딱한 사과를 먹기가 힘든 걸 알면서 할머니는 사과를 사 오셨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담요에 싸여있는 나를 슬쩍 보시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셨다고 한다.

그런 뒤 엄마에게 말했다.

"너 다음에 아들 못 낳으면, 너랑 얘랑 쫓겨날 줄 알아! 네 남편, 새 각시 들여 줄 테니, 그런 줄 알고 있어!"


엄마는 딸을 낳은 그날이 한이 됐다고 한다.

딸인 내가 그렇게도 원망스럽다고 한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수 십 번, 아니, 수 백번 곱씹어 이야기했다.


내가 6살이 되던 해 남동생이 태어났다.

엄마는 남동생을 무척 아꼈다.

남동생이 태어난 순간부터 줄곧 나에게 말했다.


"넌 네 동생한테 고마워해야 돼. 네 은인이야. 네 동생이 아니었으면, 너랑 나랑 쫓겨났어."


이 말도 수 십 번, 아니, 수 백번 들었다.


나는 일곱 살이다.


나는 세상에서 후뢰시맨이 제일 좋다.

그중에서도 후뢰시맨 노란색 4호를 제일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 좋아하는 숫자는 4이다.


후뢰시맨 노란색 4호의 이름은 '사라'다.

다른 후뢰시맨들처럼 어릴 적 우주인들에게 납치되어 띠를 두른 행성에서 지구 방위대로 훈련을 받으며 자랐다.


나는 보름달이 뜰 때마다 소원을 빌었다.


'나도 우주인들에게 납치되어 후뢰시맨이 되게 해 주세요.'


보름달이 뜰 때마다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지만, 납치되는 행운 같은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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